로제·강동원 열애설에 가려진 그날 밤[시사컬처]

2023. 4. 21.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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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이 해체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병역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완전체 활동이 멈추었을 뿐 멤버들의 솔로 활동은 계속되고 있다.

몇 년 후, 병역 문제로부터 자유로워진 뒤 방탄소년단은 모두 모여 다시 활동을 시작할 것이다.

군 복무도 걱정할 필요 없는 블랙핑크의 제국이 쭉쭉 뻗어나가기를 바라고 방탄소년단 멤버들도 건강하게 병역을 마치고 돌아오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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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이 해체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병역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완전체 활동이 멈추었을 뿐 멤버들의 솔로 활동은 계속되고 있다. 몇 년 후, 병역 문제로부터 자유로워진 뒤 방탄소년단은 모두 모여 다시 활동을 시작할 것이다.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서 공연하는 블랙핑크. [사진출처=YG엔터테인먼트]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케이팝의 황제가 자리를 비운 사이, 여왕의 통치가 시작되었다. 이미 방탄 못지않게 방대한 왕국을 세워놓은 블랙핑크의 영토는 지금 가장 거대해졌다. 얼마 전 솔로곡 ‘꽃’을 선보인 지수를 마지막으로 멤버 모두가 솔로 활동을 선보였고, 바로 며칠 전 미국 최대의 음악 페스티벌 ‘코첼라(정식 명칭은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의 무대까지 접수했다. 블랙핑크의 팬이라면 ‘코첼라’라는 이름이 익숙할지도 모르겠다. 맞다. 2019년에도 무대에 섰다. 그때는 서브 스테이지였고 이번에는 메인 스테이지에 주인공으로 섰다. 하필 공연 직후 터진 로제와 강동원의 열애설 루머 때문에 역사적인 그날 밤이 가려진 것 같아 이 글을 쓴다.

일렉트로니카와 힙합이 결합한 블랙핑크의 음악은 록밴드 편성에 맞춰 편곡되었는데, 원래 블랙핑크의 강렬함은 다른 케이팝 그룹과는 아예 차원이 다르고 엔간한 헤비메탈 밴드보다 더하다. 그래서 그런지 코첼라 페스티벌과 아주 찰떡궁합이다. 공연을 시작하는 곡 ‘핑크 베놈’에 이어 ‘킬 디스 러브’가 나오자 어린 시절 목이 부러져라 헤드뱅잉을 하며 즐겼던 메탈리카 공연이 떠올랐다. 멤버들이 라이플을 쏘는 안무를 할 때면 총알이 날아와 가슴에 박히는 것 같았다. 그 뒤에 이어진 내 최애곡 ‘하우 유 라이크 댓’은 전체적 편곡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갑자기 몰아치는 후반부는 압권이었다. 인디오의 사막지대 코첼라 밸리에 만들어진 거대한 공연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광란의 도가니에 빠져들었고, 서울에서 TV 화면으로 보던 나는 두 번째 맥주캔을 따버렸다. 바로 이어지는 ‘프리티 새비지’의 무대를 보며 나는 헛갈리기 시작했다. 잠깐만, 내 최애곡이 이 노래였던가?

공연 전체를 리뷰하려면 지면이 모자랄 테고, 앞서 말한 것처럼 직접 찾아보길 바란다. 코첼라 측에서 전체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놨다. 방탄소년단이 팝시장을 정복했던 순간이 그리운 분들은 더더욱 여제의 대관식 순간을 놓치지 말기를. 내 표현이 과하다고? 현재 전 세계 가수 중 유튜브 구독자 수 1위가 누굴까? 방탄소년단? 레이디 가가? 테일러 스위프트? 저스틴 비버? 정답은 블랙핑크다. 우리나라 인구보다 더 많은 8000만명을 넘어 1억 구독자를 향해 가고 있다. 음악뿐만 아니라 춤과 패션에서도 블랙핑크는 현 시점 가장 높은 위치에서 선망의 대상으로 군림하고 있다. 국내 시장보다 해외 시장에서 더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점은 방탄소년단과 비슷한데, 자랑스럽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여전히 우리나라 수출을 떠받치고 있는 상품은 반도체와 자동차지만, 우리나라의 이미지를 젊고 세련된 쪽으로 바꿔놓은 1등 공신은 케이팝이다. 군 복무도 걱정할 필요 없는 블랙핑크의 제국이 쭉쭉 뻗어나가기를 바라고 방탄소년단 멤버들도 건강하게 병역을 마치고 돌아오기를 응원한다. 아, 그런데 그때쯤이면 내 최애 아티스트가 블랙핑크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랑도 변하는데 팬심이 변하는 걸 어쩔 수 있나. 80분에 달하는 코첼라 공연을 즐긴 지금, 이미 바뀐 것 같다. 블랙했다 핑크했다 내 멋대로 바꿈.

이재익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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