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지역은행, 예금 유출 진정세…예금 금리 인상에 실적 악화는 ‘골머리’

김남준 2023. 4. 21.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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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시작한 미국 지역은행의 예금 유출 사태가 최근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예금 이탈을 막기 위해 은행들이 금리를 올리면서,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진 점은 문제다. 일각에선 이런 미국 은행들의 예금 유치 경쟁이 결국 대출 감소로 이어져 경기 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 지역은행 줄줄이 실적 악화


실리콘밸리뱅크(SVB) 앞에 행인들이 다가가 은행 로비문에 게시된 메시지를 읽고 있다. [UPI]
21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시티즌스 금융그룹의 실적 증가 폭은 예상치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시티즌스 금융그룹은 자산 규모로 미국 15위권인 지역은행이다. 다른 미국 지역은행의 실적도 악화했다. 트루이스트는 올해 매출 증가 목표를 하향 조정했다. 피프스서드와 자이온스는 올해 남은 기간 이자 수익이 더 줄어들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들 은행의 경영 상황이 악화한 것은 최근 발생한 예금 유출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서 금리를 올렸기 때문이다. 예금을 묶어 두기 위해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 늘면서 수익을 깎아 먹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시티즌스 금융그룹의 1분기 평균 예금 금리는 연 1.74%로 직전 분기보다 0.5%포인트 넘게 상승했다. 브루스 반 숀 시티즌스 금융그룹 회장은 “우리는 여전히 성장하겠지만, 연초에 생각했던 것만큼은 아니다”고 했다. 미국 중소은행인 키뱅크는 올해 1분기 예금 이자 지급에만 3억5000만 달러(약 4640억원)를 썼다. 1년 전 예금 이자 지급액(1400만 달러)과 비교하면 25배 급증했다.


예금 이탈 중소은행에 주로 집중


SVB 사태로 미국 모든 은행에서 예금 인출이 발생했지만, 그 영향은 대형 은행보다는 주로 중소·지역은행에 집중됐다.

FT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데이터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올 1분기 미국 은행에서 발생한 예금 인출 규모는 약 6000억 달러다. 하지만 4대 은행이라고 불리는 JP모건체이스·뱅크오브아메리카·웰스파고·씨티그룹의 예금 유출액은 전체 인출 규모의 10% 미만에 그쳤다. 이들 은행이 미국 전체 예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5%에 달하지만, 유출액은 훨씬 적었다.

실제로 일부 중소은행의 예금 이탈 문제는 대형 은행보다 훨씬 더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자산 규모가 110억 달러인 미국 중소은행 이글뱅크는 1분기 예금이 13억 달러(14%) 감소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 영향에 주가가 급락했다. 역시 중소은행인 코메리카도 같은 기간 예금이 약 9% 감소한 647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높아진 자금 조달 비용…대출 감소 부를 듯


재닛 옐런 미 재무 장관. 로이터=연합뉴스.
은행들의 예금 유치 경쟁은 결국 대출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대출 상품의 ‘원가’에 해당하는 자금 조달 비용이 올라가면 그만큼 마진이 줄고, 대출을 해줄 수 있는 범위도 따라 감소한다.

FT도 “최근 예금의 이동은 자금 조달을 위해 오랫동안 비용이 저렴한 예금에 의존해 온 지역 은행의 구식 사업 모델 생존 가능성을 테스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의 대출 감소는 경기 침체 시기를 더 당길 가능성이 크다. 특히 SVB 사태로 미국 지역은행의 관리 감독이 강화되면, 대출 축소 강도는 더 심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도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은행들이 SVB 사태 이후 대출에 신중을 기하고 있기 때문에 대출이 줄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는 Fed의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 없다”고 말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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