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의 외교戰]③순방마다 지지율 곤두박질…징크스, 이번엔 깨나

이기민 2023. 4. 2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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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지지율, 5달만에 다시 20%대
지난달 한일정상회담 이후 큰 폭 하락
작년 9월 순방 땐 '바이든' 발언 논란

윤석열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리더십 확보를 위해 다자·양자 정상회의와 순방에 나설 때마다 각종 논란으로 인해 국정운영 지지율이 떨어지는 '순방 징크스'가 고착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한국갤럽은 지난 18~20일(4월 3주차) 전국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 응답률은 8.6%,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결과 윤 대통령 지지율은 전주 대비 4%포인트 오른 31%로 집계됐다고 21일 발표했다. 지난주 조사에서는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11월3주차(15~17일) 조사(29%) 이후 처음으로 20%대로 내려온 27%, 부정 평가는 65%로 나타났다.

앞서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제 3자 변제 해법이 나온 3·1절을 전후해 소폭 감소했던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지난달 16~17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정상회담, 21일 국무회의 이후 급감했다. 윤 대통령은 당시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이례적으로 생중계해 23분에 걸쳐 "과거는 직시하고 기억해야 한다. 그러나 과거에 발목이 잡혀선 안 된다"고 정면 돌파에 나섰지만, 오히려 국민감정을 건드려 반발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특히 강제징용 문제 이외에도 일본의 수출규제 해제에 대한 미지근한 후속 대응과 독도문제·위안부 문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수산물 수입 재개 등이 일본 언론에서 거듭 제기해 자국 정치에 활용하는 분위기를 풍기면서 신속히 정상회담을 결정한 우리 정부에 대한 비판도 함께 쏟아져나왔다. 실제로 노동조합 불법행위, 학교폭력 근절 대책 등 국내 현안에 대응하며 2월 4주차 37%로 올라섰던 지지율이 36%(3월1주차)→34%(3월2주차)→33%(3월3주차)→34%(3월4주차)→30%(3월5주차)를 기록했다.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는 터져 나온 미국 정보기관의 우리나라 대통령실에 대한 도·감청 의혹 보도가 외신 발로 잇따르면서 윤 대통령 지지율을 끌어내리고 있는 실정이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이 이를 보도한 직후인 9일부터 대통령실은 '한·미동맹에는 큰 영향이 없다', '도·감청된 사실이 없다', '조작된 문건'이라는 입장을 내고 있지만, 미국 정부의 분위기와 온도 차를 보이며 여론의 신뢰가 내려앉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오는 24일부터 시작되는 한미 정상회담에 관한 기대감, 기밀문건 유출 용의자 체포가 지지율 회복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갤럽은 "직무 긍·부정 평가 이유 양쪽에서 외교 사안이 두 달째 최상위며 일본 관련 언급은 점차 줄고 있다"며 "지난주 논란이 된 미국 동맹국 도·감청 건은 기밀문건 유출 용의자 체포로 어느 정도 잦아들었고, 한미 양국은 다음 주 국빈 방문 일정을 공개했다"고 지지율의 상승 요인을 분석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과거 정부에서 통상 외국 방문·순방을 전후해 지지율이 오르며 '순방 덕'을 봤다면 윤 대통령은 취임 초반부터 이같은 각종 논란으로 인해 지지율이 떨어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윤 대통령 취임 첫 해외방문인 지난해 6월 3박 5일간 진행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스페인 방문 당시에는 민간인인 이원모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의 배우자가 현지에서 일정을 수행하고 귀국길에는 공군 1호기에 탑승한 것으로 알려지자 논란이 일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나토 순방 이후 6%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9월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에서는 고(故) 엘리자베스 여왕 조문 논란, 욕설 논란과 함께 '바이든이냐, 날리면이냐' 발언 논란까지 나왔다. 해당 순방 이후인 9월5주차에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5%포인트 떨어진 24%를 기록했다. 발언 논란은 지난해 11월 세 번째 순방인 동남아 순방 당시 MBC 기자들에 대한 전용기 탑승 배제 논란으로까지 이어졌다.

올해 1월 아랍에미리트(UAE)·스위스 순방 때는 UAE 국빈 방문을 계기로 한국에 대한 300억달러(약 40조원) 규모의 투자 유치와 48개 양해각서(MOU) 체결을 이뤄냈지만 1%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당시 윤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를 내린 응답자의 경우 17%가, 부정평가를 내린 응답자 15%가 '외교'를 이유로 들었다. 부정평가 2위가 '발언 부주의(10%)'라는 점을 미뤄볼 때 윤 대통령의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 발언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외국 방문과 순방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국민적 지지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대통령실의 메시지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그간 순방에서 다양한 성과를 냈고, 이번 미국 국빈 방문에서도 성과가 예상된다"며 "다만 지지율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윤 대통령이 발언과 관련된 논란을 피하는 동시에 대통령실도 순방 메시지를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 잘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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