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파.1st] 토트넘에선 못했던 그것… '승리 DNA' 로마에 심은 무리뉴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주제 무리뉴 AS로마 감독은 토트넘홋스퍼를 우승시키지 못한 시점에 급격히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받았다. 그러나 다음 팀 AS로마에서 첫해 유럽대항전 우승을 차지했고, 두 번째 시즌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21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스타디오 올림피코에서 2022-2023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 컨퍼런스리그 8강 2차전을 치른 로마가 페예노르트와 연장전 끝에 4-1로 승리했다. 지난 1차전에서 페예노르트가 1-0으로 이겼는데, 2차전 후반전이 끝날 때까지 로마가 2-1로 리드하고 있었기 때문에 합계 전적 동점이 됐다. 연장전에서 로마가 2골을 몰아쳤다.
이번 시즌 초반 부진했던 '무리뉴의 황태자' 로렌초 펠레그리니가 마침내 완벽하게 부활했다. 펠레그리니는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가는 결승골 당시 파울로 디발라에게 어시스트를 제공했다. 연장전 후반 쐐기골도 터뜨렸다. 그밖에 로마의 위협적인 공격마다 펠레그리니가 꼬박꼬박 기여했다.
로마는 무리뉴에게 부활의 땅이다. 무리뉴 감독이 본격적으로 주목받는 감독이 된 포르투(2002~2004) 시절부터, 총 8번 팀을 옮겼다. 그 중 첼시는 두 번 부임했기 때문에 거친 팀은 포르투, 첼시, 인테르밀란, 레알마드리드, 맨체스터유나이티드, 토트넘, 로마 7개다.
그리고 어느 팀에서도 우승 트로피를 못 딴 적이 없었다. 포르투에서 단 2년 만에 UEFA 챔피언스리그(UCL)를 비롯해 6개나 따냈다. 3년에 걸친 첼시 1기에 6개, 2년에 걸친 인테르 시절 다시 UCL 우승을 포함해 5개를 따냈다.
레알을 3년 지도하면서 '고작' 3개 대회 우승에 그친 시점부터 우승컵을 싹쓸이하는 수준보다는 떨어졌지만 그래도 가는 팀마다 시상대에 한 번은 올랐다. 첼시 2기때 트로피 3개, 맨유에서 트로피 3개를 들었다.
이 기록을 처음으로 놓친 팀이 토트넘이었다. 토트넘에 2019-2020시즌 도중 부임해 FA컵과 UCL 모두 일찍 탈락했다. 2020-2021시즌은 완주하지 못했는데, 카라바오컵 우승 직전까지 팀을 이끌었지만 결승전을 앞두고 해임되면서 '만약 무리뉴를 일주일만 늦게 잘랐다면 어땠을까'라는 확인할 수 없는 가정만 남고 말았다.
토트넘에서 우승 본능을 다 잃어버린 것 아니냐는 우려 속에 로마에 부임했다. 로마의 상황은 토트넘과 비슷한 점이 있었다. 리그에서 2위까지는 올라가는 강호로 분류되면서도 우승과 거리가 유독 먼 수도 구단이라는 점이 그랬다. 심지어 컵대회 우승조차 드물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로마의 경우 같은 연고지인 라치오가 최소한 코파 이탈리아와 수페르코파에서는 2019년 우승을 차지한 것과 달리, 그 어떤 종류의 트로피도 2008년 이후 따내지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무리뉴 감독은 팀이 아무리 우승과 인연이 없어도 정상으로 이끌 수 있다는 걸 로마에서 다시 증명했다. 지난 2021-2022시즌 UEFA 유로파 컨퍼런스리그 초대 우승을 차지하며 유럽대항전의 왕으로 돌아왔다. 비록 UCL과 유로파리그에 비해 격이 낮은 신설 대회지만, 그 초대 우승을 차지한 것이 다름 아닌 UCL 2회와 유로파리그 2회 우승에 빛나는 무리뉴 감독이라는 점에서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셈이었다.
올해도 승부사 기질은 여전하다. 이번 시즌 3개 유럽대항전 8강을 통틀어 1차전 패배를 뒤집고 4강행 역전을 달성한 팀은 유로파리그의 로마와 컨퍼런스리그의 AZ알크마르 두 팀뿐이다. AZ는 안데를레흐트와 1차전에서 0-2로 진 뒤, 2차전에서 2-0으로 승리해 승부차기까지 거쳤다. 1, 2차전 스코어만 놓고 보면 AZ는 무승부였다. 경기 중 역전한 건 로마뿐이다.
주장 프란체스코 토티의 시대에도 우승보다 준우승이 익숙했지만, 그가 은퇴한 뒤 더 힘이 빠지며 '우승 못하는 강호'로 고착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다. 그런 로마를 다시 정상에 올린 무리뉴 감독의 인기는 엄청나다. 로마의 홈 구장 스타디오 올림피코는 워낙 거대해 만원 관중을 채우는 일이 드물지만 최근에는 유로파리그 상대팀이 그리 강호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경기장이 꽉 찬다. 토너먼트행 플레이오프 레드불잘츠부르크전, 16강 레알소시에다드전, 8강 페예노르트전 모두 6만 명이 넘었다. 특히 페예노르트전은 7만 명을 수용하는 구장에 6만 6천여 명이 입장해 장관을 이뤘다. 그들이 한 목소리로 무리뉴 감독의 이름을 연호했다.
무리뉴 감독은 4강에서 사제 대결을 벌인다. 4강 상대는 독일의 강호 바이엘04레버쿠젠이다. 레버쿠젠 감독 사비 알론소는 선수로서 전성기였던 레알 시절 무리뉴 감독의 지도를 받았다. 레버쿠젠은 전력만 봐도 이번 시즌 유로파리그에서 만난 팀 중 가장 강하다. 결승에 오른다면 세비야와 유벤투스 중 하나를 만나게 되는데, 유로파리그의 절대강자와 세리에A에서 로마보다 더 승률이 좋은 팀이기 때문에 어느 쪽이든 어려운 경기가 예상된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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