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만에 외국인 교체, 한화의 '과감한 결단'

양형석 2023. 4. 2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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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20일 스미스 퇴출 하루 만에 새 외국인 투수 리카르도 산체스와 계약

[양형석 기자]

 한화와 계약한 좌완 산체스
ⓒ 한화이글스
 
한화가 시즌 개막 3주도 지나지 않아 과감하게 외국인 투수 교체를 결정했다.

한화 이글스 구단은 20일 공식 SNS를 통해 베네수엘라 출신의 좌완 리카르도 산체스와 총액 40만 달러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산체스는 1997년생의 젊은 투수로 지난 2020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해 3경기에서 5.1이닝 4실점 평균자책점 6.75의 성적을 올렸다. 산체스는 마이너리그에서 꾸준히 선발투수로 활약하며 통산 140경기(133선발)에서 4.61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한화는 올 시즌을 앞두고 빅리그에서 102경기 등판경험을 가진 우완 버치 스미스를 총액 100만 달러에 영입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1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개막전 선발로 등판한 스미스는 단 60개의 공을 던진 채 2.2이닝 만에 어깨통증으로 강판된 후 보름이 넘도록 돌아오지 못했다. 결국 한화는 시즌 초반 더 이상 밀릴 수 없다고 판단해 이른 교체를 단행했다. 과연 한화의 과감한 결단은 올 시즌 어떤 결과를 가져 올까.

60개 던지고 KBO리그 떠나는 '먹튀' 스미스

한화는 작년 닉 킹험과 라이언 카펜터, 펠릭스 페냐, 예프리 라미레즈로 이어지는 4명의 외국인 투수가 고작 8승을 합작하는데 그쳤다. 작년 장민재가 7승 8패 ERA 3.55, 김민우가 163이닝을 책임지며 분전했던 점을 고려하면 외국인 투수들의 부진은 한화가 3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던 큰 원인 중 하나였다. 작년 시즌이 끝난 후 좋은 외국인 투수 영입이 한화의 스토브리그 첫 번째 목표가 된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한화는 작년 12번의 선발 등판에서 67.2이닝을 던지며 5승 4패 ERA 3.72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던 페냐와 총액 85만 달러에 재계약을 맺었다. 한화는 페냐처럼 꾸준히 이닝을 책임질 수 있는 투수도 필요했지만 더욱 절실히 필요했던 투수는 확실한 에이스급 투수였다. 그렇게 여러 선수들을 찾아 헤맨 끝에 한화는 작년 12월 빅리그 5년 경력에 일본 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온즈에서도 활약한 적이 있는 우완 버치 스미스를 총액 100만 달러에 영입했다. 

스미스는 시속 150km를 상회하는 강속구를 던질 정도로 위력적인 구위를 자랑하는 투수지만 잦은 부상경력 때문에 우려의 시선도 만만치 않았다. 실제로 스미스는 세이부에서 활약했던 작년에도 옆구리 부상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고 결국 1년 만에 세이부에서 퇴단한 바 있다. 한 시즌 동안 건강하게 로테이션을 지켜 줄 외국인 투수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한화이기에 스미스가 가진 불안요소는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었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스미스는 스프링캠프 일정을 무사히 마친 후 시범경기에서도 3경기에 등판해 12.2이닝 2실점(평균자책점 1.42)으로 호투하면서 기대감을 높였다. 일부 섣부른 팬들은 '한화가 드디어 듬직한 외국인 에이스를 찾았다'며 기뻐했다. 하지만 스미스가 개막전에 등판했던 각 구단의 외국인 투수들과 대등한 활약을 해줄 거라던 한화 팬들의 높은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일 카움과의 개막전에 등판한 스미스는 2.2이닝 동안 60개의 공을 던지고 어깨통증으로 자진 강판해 다음날 곧바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그리고 1군에서 자취를 감춘 스미스는 개막 후 3주가 가까워 오도록 부상이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1승이 급한 한화로서는 스미스의 회복만 기다리며 외국인 투수의 자리를 비워둘 수 없었다. 한화가 다소 이르게 느껴지는 외국인 투수 교체를 단행한 이유다.

베네수엘라산 좌완과 KBO리그의 궁합은?

스미스 이탈 후 한화는 페냐와 김민우,장민재,문동주,남지민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꾸리고 있다. 하지만 3경기에서 16.2이닝 18탈삼진 2실점(평균자책점 1.08)을 기록하고 있는 문동주와 4경기에서 1승 ERA 2.81로 분전하고 있는 장민재 정도를 제외하면 기대만큼 활약해주고 있는 선수가 드물다. 그렇다고 불펜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적생 이태양이나 한승혁을 선발로 돌리기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한화로서는 한시라도 빨리 스미스를 대체할 새 외국인 투수가 필요했다. 게다가 현재 한화의 선발은 5명 모두 우완 투수이기 때문에 좌완 산체스가 로테이션에 합류해 제 역할을 해준다면 선발진의 좌우균형을 맞추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산체스는 불과 얼마 전까지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트리플A에서 공을 던졌기 때문에 몸을 만들기 위해 긴 시간이 필요하지도 않을 것이다.

문제는 역시 산체스의 구위와 제구력, 그리고 빠른 리그적응이다. 산체스는 트리플A에서 처음으로 풀타임 선발로 활약했던 작년 26경기에 선발 등판해 116.1이닝을 던지며 7승 5패 ERA 4.95의 평범한 성적을 기록했다. 실제로 산체스는 마이너리그 통산 평균자책점이 4.61이고 루키리그에서 활약했던 2014년을 제외한 커리어 최저 평균자책점이 3.79(2018년)였을 정도로 상대를 압도하는 공을 던지는 투수와는 거리가 있다.

작년 이반 노바의 대체 선수로 SSG랜더스 유니폼을 입은 대만 프로야구 출신의 숀 모리만도(중신 브라더스)는 12경기에서 7승 1패 ERA 1.67이라는 빼어난 성적을 올린 바 있다. 상대적으로 이름값은 다소 떨어지지만 산체스 역시 KBO리그와 유난히 궁합이 잘 맞으면서 기대 이상의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다는 법은 없다. 그리고 이는 산체스를 새 식구로 맞는 한화 구단과 동료 선수들, 그리고 팬들이 한 마음으로 간절히 바라는 부분이기도 하다. 

한편 이미 교체가 스미스가 퇴출된 한화는 외국인 타자 브라이언 오그레디 역시 20일까지 15경기에서 타율 .136 8타점 3득점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오그레디는 작년 일본 프로야구에서 15홈런을 때린 바 있지만 KBO리그에서는 아직 단 하나의 홈런도 신고하지 못했다. 이에 한화 팬들은 작년 타율 .289 166안타 12홈런 43타점 88득점 19도루를 기록하고도 재계약이 무산됐던 마이크 터크먼(아이오와 컵스)을 그리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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