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무의 파이트클럽] "저도 한국인의 피.." 커밍아웃한 UFC 브래드 타바레스

김식 2023. 4. 2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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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종합격투기 UFC에는 한국과 인연이 있는 선수들이 많다. 심지어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선수들도 제법 된다. 얼마 전 타 단체에서 은퇴한 UFC 전 라이트급 챔피언 벤슨 헨더슨의 어머니가 한국인이었다. 그는 몸에 한글로 '힘, 전사, 명예, 헨더슨' 등의 문신을 새기기도 했다.

UFC에서 최초로 활약한 한국계 선수는 조셉 형민 손이었다. UFC에선 '조선'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그는 복싱, 킥복싱 등을 접목한 '조선도(Josondo)'라는 유파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UFC에선 1경기(패배)만 치르고 사라진 그는 '오스틴파워스' 등 몇몇 영화에도 출연했지만, 강력 범죄에 연루돼 현재 미국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자신이 쿼터 코리안이라고 밝힌 브래드 타바레스. 그는 현재 14승으로 UFC 미들급 최다승 2위를 달리는 중이다. AFP=연합뉴스


최근에는 자신이 한국계임을 스스로 밝히는 선수들이 종종 있다. UFC 두 체급 챔피언을 지낸 '레전드' BJ 펜은 2016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외조부가 한국인이며 내 안에는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고 말했다. UFC 경량급의 베테랑 파이터 타이슨 남도 최근 필자와 인터뷰에서 "증조할아버지와 증조할머니가 조선 이민자였다. 할아버지, 할머니도 순혈 한국인"이라고 털어놓았다.

BJ 펜과 타이슨 남은 하와이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와이는 조선인 농장 노동자와 어린 신부들이 대거 건너간 곳이었다. 한국시간으로 오는 23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UFC 파이트나이트 : 파블로비치 vs 블레이즈' 대회에 나서는 미들급 파이터 브래드 타바레스(미국)도 비슷한 케이스다. 브루누 실바(브라질)와 대결하는 타바레스는 필자와 최근 인터뷰에서 자신을 '쿼터 코리안'이라고 소개했다.

타바레스는 "하와이는 플랜테이션 시절 많은 이민자들로 만들어진 곳이다"며 "내 증조 할아버지가 100% 한국인이었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셨지만 할아버지가 증조 할아버지에 대해 말씀해주셨고, 흑백 사진도 보여주셨다"고 말했다. 더불어 "내가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는 것은 사실이다. 솔직히 말해 내 한국 뿌리에 대해 더 알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앞서 타바레스는 2012년 5월 UFC 대회에서 한국의 양동이에게 판정승을 거둔 바 있다. 당시 한국 기자에게 자신을 한국계라고 소개했지만,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 타바레스는 "그때 만난 기자들이 한국에 많이 알리지 않은 모양"이라며 뒤 껄껄 웃었다.

지금 한국과 접점이 크게 닿아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어도 못한다. 그래도 한식은 그의 '최애 메뉴'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 식당 중 하나가 코리안 바비큐를 하는 집이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간다"고 말했다. 

1987년생으로 만 35세인 타바레스는 경력이 풍부하다. 20세였던 2007년 프로에 데뷔했고 2010년부터 UFC에서 활동했다. 경기 리스트를 살펴보면 필 바로니, 네이트 마쿼트 같은 추억의 이름도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고 타바레스가 퇴물 취급을 받는 것은 결코 아니다. UFC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미들급에서 여전히 건재하다. 2018년 7월에는 현 미들급 챔피언 이스라엘 아데산야(뉴질랜드/나이지리아)와 5라운드 대결을 펼쳐 판정패하기도 했다.

이번에 타바레스와 맞붙는 브루누 실바도 30전을 자랑하는 베테랑이다. 작년 3월에는 전 미들급 챔피언 알렉스 페레이라(브라질)에게 판정패하기도 했다. 타격가인 타바레스는 페레이라도 쓰러뜨리지 못했던 브루누 실바를 KO시키겠다고 장담했다.

그는 "격투기에서는 정말 한끗 차이로 큰 차이가 생긴다. 4온스 글러브를 끼고 때리면 KO시키는 데 그렇게 많은 파워가 필요하지 않다"면서 "딱 정확한 위치에 맞히면 대미지를 입고 평형 감각이 깨지는 거다. 난 이번 주말 그의 맷집이 어느 정도인지 시험해 볼 것이다"고 말했다.

현재 14승으로 UFC 미들급 최다승 2위를 달리는 타바레스는 3승만 더 거두면 이 부문 단독 1위로 올라선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그는 "기록에 대해 그렇게 신경 쓰는 타입이 아니다"며 "적극적으로 기록을 세우려고 추구하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 기록이 멋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그건 거짓말일 거다"며 "현재 앤더슨 실바가 공동 2위다. 실바와 동급인 기록이 있다는 건 정말 대단한 성취라고 생각한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타바레스는 인터뷰 말미에 한국 팬들에게 진심을 담아 인사를 전했다. 그의 인사말은 '알로하, 마할로'였다. 하와이 말로 '알로하'는 '안녕하세요'라는 뜻이고 '마할로'는 '감사하다'는 의미다. 그는 "항상 나를 응원해주고 경기를 봐줘서 고맙다. 이번에도 화끈한 경기로 팬들을 즐겁게 해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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