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DA현장in]③한국 전자주민카드, '튤립혁명'의 나라 민주화 꽃핀다

구채은 2023. 4. 21.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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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립혁명' 이끈 키르기스스탄 민주주의
한국이 이식한 ‘전자주민카드’로 화상투표까지
韓기술 마중물 삼아 선거시스템 선진화

“한국 코이카의 선거 지원을 통해 투명하고 공정한 선거를 치를 수 있었다. 우리 민주주의 발전 경험을 주변국에게도 전수하려 한다.” (카랏 아브드라흐마노프 경제상업부 차관)

키르기스스탄은 최근 민주주의가 급성장했다. 키르기스스탄은 1991년 소비에트 연방에서 독립했지만, 1924년부터 1991년까지 60여년간 키르기스 소비에트 연방의 공산주의 국가로 존재했다. 이달 11일 취재진이 방문한 수도 비슈케크는 구소련의 색채를 완전히 지우고 민주주의의 역동성을 심으려는 노력이 현재 진행형이었다.

이날 비슈케크 번화가의 국립역사박물관 앞에는 오른 팔을 들고 하늘을 응시하는 레닌 동상이 서 있었다. 알라투 광장 중심에 있던 것이 뒤편으로 옮겨진 것이다. 키르기스스탄 건국 영웅인 마나스 장군이 레닌 동상의 자리를 차지했다. 2020년 총선 부정선거 반대 시위대는 레닌 동상을 배경으로 집회를 열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광장 곳곳에는 2005년 ‘튤립혁명’과 2010년 ‘제2 튤립혁명’을 기념하는 기념비들이 도시 곳곳에 세워져있었다. 여전히 독재정권과 반정부시위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는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주변국가들과 다른 분위기였다.

10일과 13일 양일에 걸쳐 만난 키르키스탄 정부 관료들은 키르기스스탄의 민주주의가 한국 정부의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13일(현지시간) 인디라 샤르셰노바 키르기스스탄 디지털개발부 차관(오른쪽)과 아셀 케넨바예바 인포콤 센터장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외교부 공동취재단(비슈케크)]

코이카 전수한 전주주민카드…디지털 선거 및 행정 활용

취재진과 만난 인디라 샤르셰노바 키르기스스탄 디지털개발부 차관은 "코이카 전자주민카드 도입 사업을 시행하기 이전엔 각종 부정선거 이슈로 국민들이 선거투표를 신뢰하지 않았다"며 "이번 코이카와의 협력을 통해 국민의 신뢰도가 상당부분 회복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디지털 인프라 구축 시스템 사업이 향후 키르기스스탄의 민주주의 사회 기틀을 마련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코이카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746만 달러를 투입해 키르기스스탄 정부가 전자주민카드 190만장을 발급하고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기술·역량을 지원했다.

키르기스스탄 정부는 코이카가 투명한 선거 제도 정착을 위해 지원한 710대의 자동개표기를 이용해 대선과 총선 그리고 지방선거를 치렀고, 개표 정확성 98%를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키르기스스탄의 전국 단위 선거인 총선 투표율은 2015년과 2020년 각각 55.56%, 56.2%. 대선 투표율은 2017년과 2021년 55.93%, 39.75%를 각각 기록한 바 있다.

키르기스스탄 정부는 한 걸음 더 나아간 실험적 온라인 선거방식을 선보였다. 온라인 화상선거 시스템을 마련한 것이다. 지난 4월9일 바트켄주 5개면에 있던 군의원 선거에서는 시범적으로 온라인 화상 선거를 실시했다. 유권자 7만2000명 가운데 800명이 온라인 선거투표를 신청했다. 이 중 82% 이상인 700명이 온라인 선거에 참여했다. 오는 28일 예정인 비슈케크시 국회의원 비례대표 선거에도 화상선거 도입을 검토중이다.

아셸 케넨바예바 인포컴 센터장은 “코이카의 도움으로 전자주민카드가 도입돼 실현됨으로써 다른 부처와 정보공유가 이뤄졌고, 이를 마중물 삼아 선거시스템을 선진화하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표경주 코이카 키르기스스탄사무소 부소장은 “키르기스스탄 정부가 현재는 전자주민카드 사업을 기반으로 출생증명서, 운전면허증, 차량번호, 외국인출입국 등 여러 가지 행정 시스템을 전자화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국이 지원한 전자주민카드 사업이 키르기스스탄 정부의 행정체계 디지털화에 마중물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했다.

키르기스스탄 국회 데이터 선진화 지원
지난 2021년 4월 자파로프 키르기스탄 대통령과 만난 박병석 국회의장

코이카는 키르기스스탄 국회 데이터를 전산화하고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도 지원하고 있다. 키르기스스탄은 지난 2020년 10월 총선 부정선거에 대한 대규모 시위로 인해 국회에 보관돼 있던 데이터가 심각하게 훼손됐다. 국회 입법 절차를 수기로 진행하는 등 의정활동에 어려움이 커졌다.

지난 2021년 4월 박병석 전 국회의장의 키르기스스탄 방문으로 국회 재건과 디지털화 지원 사업의 물꼬가 트였다. 코이카는 지난해 10월과 올해 2월 사업 타당성 조사를 시행했다. 그리고 올해 하반기부터 2027년까지 ▲데이터 센터 구축 ▲본회의장 회의 장비 도입 및 표결정보 공개 시스템 개발 ▲의안 기록물 전자화 및 공개 시스템 개발 등의 지원 사업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8. 13일(현지시간)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의 국립기술대학교의 Fablab의 3D 프린터로 만든 키르기스어로 된 점자판. 3D 프린터로는 기존에 표현하기 어려운 기하학도 가능해졌다. [외교부 공동취재단(비슈케크)]

코이카는 키르기스탄 선거시스템 양성과 더불어 키르기스스탄의 카이스트인 국립기술대학(KSTU)에 취·창업을 지원하는 '팹랩'(Fablab)'도 개설해 IT 전문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의수를 제작해 취약계층에 지원하거나, 키르기스어로 된 점자 교과서 개발에도 적극 투자하고 있다.

키르기스탄은 구소련 시기의 영향으로 국민 대부분이 러시아어와 키르기스어를 공용어로 쓴다. 교과서나 문헌 상당수는 모국어가 아닌 러시아어다. 특히 시각장애인 학교에서 쓰는 교재도 모두 러시아어로 제작돼 어려움이 많았다. 한 맹인학교 교사는 “점자도서도 우즈베키스탄 식이나 다른나라 방식을 쓰다가 올해부터 모국어인 키르키스탄어로 표준이 승인이 됐다”면서 “팹랩에서 아크릴판을 이용한 모국어 점자를 만들어 준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외교부 공동취재단(오쉬, 비슈케크)·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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