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음표서 느낌표로… 신현수가 ‘방과 후’로 얻은 확신 [쿠키인터뷰]

김예슬 2023. 4. 2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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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신현수. 티빙

배우 신현수는 최근 동료 배우에게 갑작스러운 ‘눈물 셀카’를 받았다. 자존심 상한다는 농담 섞인 볼멘소리도 함께 들었다. 그의 친구를 울린 작품은 지난달 31일 6화까지 공개를 마친 티빙 오리지널 ‘방과 후 전쟁활동’. 지난 14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신현수는 “이 이야기를 꼭 하고 싶다”면서 잔뜩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배우 친구들끼린 서로가 나온 작품을 보면 멋있는 척한다고 놀리거든요? 그런데 이번엔 제 연기를 보며 울었다며 자존심 상한다더라고요. 이런 적은 처음이에요. 하하, 얼마나 뿌듯하던지!”

이 같은 열렬한 반응을 이끌어낸 건 ‘방과 후 전쟁활동’ 이춘호 중위다. 정체불명의 구체가 지상으로 내려오자 성진고등학교 3학년 2반의 군사훈련을 도맡는다. 냉철한 듯해도 학생들을 구하는 데 전력을 다한다. 아수라장이 된 운동장 한복판에서, 제 몸 피하기에 급급한 다른 군인과 달리 이춘호는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내달리며 싸운다. 그에겐 구체로 인해 동료 부대원을 모두 잃은 아픔이 있다. 아이들만이라도 지키겠다는 의지에 불타는 건 그래서다. 엄한 어른을 자처하면서도 아이들을 진심으로 아끼며 보듬는 사람. 신현수는 이춘호를 연기하며 사명감을 매번 되새겼다.

“춘호는 이 세계관에서 구체 위험성을 최초로 인지한 인물이에요. 혼자 살아남았다는 죄책감 탓에 불면증에 시달려요. 부대원에게 가진 부채의식을 학생들에게 투영하죠. 춘호는 늘 진심이에요. 아이들 모두를 살리고 싶은 마음에 스스로 생존법을 익히게끔 다그치고요. 아이들이 의지할 수 있는 어른으로 보이고 싶었어요.”

‘방과 후 전쟁활동’에서 이춘호를 연기한 배우 신현수. 킹콩by스타쉽

신현수는 동명 원작 웹툰을 보며 방향성을 잡아갔다. 구체를 수능으로 치환해 아이들의 감정선을 이해했다. 3학년 2반 학생들은 구체와 전쟁을 치르며 갈등을 겪고 성장한다. 파트 1이 춘호로 인해 하나가 된 아이들의 성장을 다룬다면, 파트 2는 성장통을 겪는 아이들을 비춘다. 신현수는 “7~10회는 ‘방과 후 전쟁활동’의 주제의식을 응축한 회차”라며 “파트 2에서도 춘호를 볼 수 있을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극 중 이춘호에겐 유독 다양한 면이 많았다. 홀로 있을 땐 동료를 잃은 트라우마에 몸서리치는 군인, 아이들 앞에선 감정을 배제한 지휘관이지만 후임병 김원빈(이순원)과 함께일 땐 평범한 20대 청년이었다. 얼음장 같던 이춘호가 ‘무장 해제’된 5화는 신현수의 기억 속에 고이 남은 명회차다. 이춘호는 전투 전날 아이들과 비밀 만찬을 가지며 처음으로 마음 편히 웃는다. 연기하면서도 실재하는 감정을 느꼈단다. 지문에 없던 눈물이 나왔을 정도다. 신현수는 “춘호의 서사를 다져가는 장면”이라면서 “배우들끼리 교류한 감정이 잘 묻어났다”고 자평했다. 긴 촬영기간을 거치며 캐릭터와 일체감을 느낀 순간도 여럿이다. 6화에서 많은 이를 눈물짓게 한 춘호의 마지막 대사는 신현수가 직접 쓴 결과물이다. 인물에 온전히 몰입한 덕에 가능한 일이다.

“감독님이 마음껏 연기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셨어요. 덕분에 모든 배우에게 각자 캐릭터를 구축할 여지가 있었죠. 리허설 때 캐릭터로서 대사를 던지면 감독님이 흔쾌히 받아주셨어요. 구체를 제거하다 ‘학생들 보호해’라고 외치는 춘호의 대사도 그렇게 탄생한 거예요. 6화에서 폭발을 앞두고 아이들에게 진심을 이야기하는 대사 역시 제가 썼어요. 춘호로서 아이들에게 편지처럼 쓴 글을 작가님이 다듬어주셨죠. 아이들이 그 장면을 찍는 날엔 제 몫의 촬영이 없어도 분장을 하고 현장에 갔어요. 아이들이 몰입하길 바랐거든요. 내레이션하듯 대사를 읽으니 아이들뿐 아니라 감독님까지 우시더라고요. 제 장례식에 간 기분이었달까요? 처음 겪어보는 특별한 감상이었어요.”

‘방과 후 전쟁활동’에서 이춘호를 연기한 배우 신현수. 킹콩by스타쉽

정성을 다해 만든 캐릭터는 현장을 넘어 시청자 마음도 두드렸다. 공개 초반, 작품 호불호가 갈리는 와중에도 춘호에겐 호평이 가득했다. 신현수에겐 남다른 성취다. 청춘 로맨스 장르 위주로 필모그래피를 채워온 신현수는 데뷔 10주년 만에 새로이 재발견됐다는 평을 얻었다. “그간 연기한 인물과 결이 달랐어요. 좋은 반응이 나온 건 제 연기가 설득력 있었다는 방증이잖아요. 정말 행복해요. 봄을 맞아 저까지 개화한 기분이에요.” 쉽지 않던 현장이 준 성취감은 더욱 달콤하다. 컴퓨터 그래픽(CG)을 염두에 둔 촬영을 처음 겪고 느꼈던 당혹감과 의구심, 불안감은 말끔히 해소한 지 오래다. 신현수는 “천천히 잘 다지며 걸어온 덕에 오늘날 춘호를 만날 수 있었다”며 활짝 웃었다.

“연기는 조금씩 저를 쌓아올리는 과정이라 생각해요. 서툴게 가고 싶지 않아요. 천천히, 하지만 단단하게 나아가려 해요. ‘방과 후 전쟁활동’은 장르물을 의심하던 배우 신현수에게 새 장을 열어준 작품이에요. 장르물은 실생활이나 경험을 녹일 수 없잖아요. 그런 작품에서 스스로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거든요. ‘방과 후 전쟁활동’을 해보니 알겠어요. 상황 속에 빠져들면 진심을 투영할 수 있다는 걸요. 이제는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었어요. 안 해본 것에 더욱더 도전해볼래요. 기대하진 마세요. 그저 신현수가 이런 연기를 한다는 걸 느끼고, 즐겨주세요.”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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