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포커스] 이상한 판정에 의연한 이정후, 1할 타율도 문제가 아니다

안희수 2023. 4. 21.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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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고척 키움전에서 이정후 상대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은 삼성 투수 뷰캐넌의 커터 로케이션. 위 사진은 1회 말 첫 타석 4구째. 아래 사진은 7회 말 4번째 타석 4구째. 사진=네이버 중계화면 캡처

KBO 리그 대표 아이콘 이정후(25·키움 히어로즈)의 타격감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그를 향한 걱정은 기우(杞憂)다. 선구안과 절제력은 여전하다. 타구 속도도 나쁘지 않다. 무엇보다 멘털 관리를 잘한다. 

이정후는 지난 18일부터 홈구장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3연전 모두 3번 타자·중견수로 선발 출전했지만, 3타수 무안타 1볼넷 2삼진을 기록하며 부진했다. 키움 타선은 모처럼 집중력을 보여주며 6-1 승리를 이끌었지만, 이정후는 웃지 못했다. 

이정후는 올 시즌 첫 6경기에서 타율 0.208를 기록했다. 이때까지 누구도 그의 타격감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 시즌 타격 5관왕(타율·안타·타점·출루율·장타율)에 오른 리그 최고 타자다. 겨우내 더 빠른 공에 대처하기 위해 타격 폼에 변화를 주는 변수가 있었지만, 지난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일본 투수들의 강속구를 잘 공략하며 우려를 씻었다. 일단 타격감을 논하기엔 너무 표본이 적었다. 

개막 2번째 주중 3연전이 끝난 현재, 기류가 묘하다. 반등 발판을 만들며 정상 궤도 진입을 예고한 뒤 바로 배트가 얼어붙는 모습이 2번이나 나왔다. 

이정후는 지난 8일 NC 다이노스전에서 빠른 공 공략을 잘 해내며 3안타를 쳤지만, 이후 3경기에서 2안타에 그쳤다. 14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3안타·4타점, 16일 KIA전에서는 연장 10회 말 끝내기 홈런을 치며 이름값에 부응했다. 하지만 이어진 금주 주중 3연전에서 다시 삼성 투수들에게 침묵했다. 

18일 1차전에선 9회 말 4번째 타석에서 안타 1개를 쳤다. 하지만 앞서 삼성 선발 백정현과의 3번 승부에서 모두 땅볼로 물러났다. 

19일 2차전에선 6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체인지업에 타이밍을 제대로 맞히지 못해 2번(2·3번째 타석) 연속 2구 만에 땅볼로 물러났고, 삼진도 2개를 당했다. 이정후가 6타석 이상 소화한 개인 통산 60경기 중 무안타는 이전까지 3경기뿐이었다. 

20일 3차전도 무안타다. 1회 말 김혜성과 이용규가 연속 안타로 깔끔한 득점을 만든 상황에서 나섰는데, 상대 투수 데이비드 뷰캐넌의 컷 패스트볼(커터)에 루킹 삼진을 당했고, 2회 2번째 타석에서는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3번째 타석에서 볼넷으로 출루했지만, 7회 4번째 타석에선 다시 커터에 루킹 삼진을 당했다.

삼성 3연전 성적은 13타수 1안타 1타점 4삼진. 시즌 타율은 0.200이다. 21일 인천 SSG 랜더스전 결과에 따라 5경기 만에 다시 1할대로 떨어질 수 있다. 이정후가 개막 15경기에서 2할 타율 밑으로 떨어진 시즌은 한 번도 없었다. 

시즌 초반 고전하고 있는 이정후. 사진=키움 히어로즈

기록만 보면 우려가 생긴다. 하지만 이정후의 타석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의구심이 걷힌다. 일단 타구 속도. 타이밍을 빼앗겨 빗맞은 타구도 있었지만, 우측으로 향한 타구는 대체로 속도가 빨랐다. 6타수 무안타에 그친 19일 2차전도 첫 타석 우익수 뜬공은 직선타나 다름없었고, 3번째 타석 우측 타구도 잘 맞은 타구가 1루수 정면으로 향했다. 

선구안도 문제가 없다. 삼성 3연전 당한 삼진 4개를 살펴보자. 19일 2차전 9회 말, 삼성 좌완 셋업맨 이승현의 바깥쪽(좌타자 기준) 낮은 코스로 파고든 포심 패스트볼(직구)는 객관적인 시선으로도 당한 게 맞다. 하지만 삼성 포수 강민호의 미트에 공에 들어간 순간, 스트라이트존(S존)을 살짝 벗어난 느낌도 들었다. 주심 판정이 볼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정후는 애초에 자신의 S존을 벗어나는 공엔 눈길도 안 주는 타자다. 

이 경기 2번째 삼진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정후는 11회 말 2사 뒤 삼성 좌완 이상민과 풀카운트 승부를 했는데 투수의 7구째 바깥쪽 낮은 코스 슬라이더에 배트를 내다가 멈췄지만, 심판은 체크스윙으로 인정했다. 느린 화면으로 보면, 이정후의 배트는 돌지 않았다. 

20일 삼성 3차전도 마찬가지다. 이정후가 1·7회 삼진을 당한 뷰캐넌의 결정구(커터)는 모두 바깥쪽 낮은 코스였고, 명백히 S존을 벗어났다. 포수의 프레이밍에 심판이 넘어갔다. 

메이저리그(MLB)에선 투수가 던진 공의 구질과 코스를 판단해 타격 의사를 결정하는 능력을 나타내는 ‘Plate Discipline’이라는 용어가 있다. 타석에서의 절제력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이정후가 안타 생산에 애를 먹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선구안과 절제력은 여전히 뛰어나다. 비록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뷰캐넌의 바깥쪽 낮은 코스 커터는 스윙해도 땅볼이나 파울이 나온다. 오히려 심판의 애매한 체크 스윙과 S존에 속내를 감추고, 숨을 고른 뒤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그의 멘털이 칭찬받아야 할 정도다. 

안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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