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매수권 매물 태반이 경매 불성립… 제도 손질 필요

신준섭 2023. 4. 21.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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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이 20일 발표한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주택 경매 시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는 방안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피해자 요구 사항 중 하나지만 우선매수권이 부여된 매물은 경매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소장은 "이미 선순위 채권자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는 제도가 있지만 임차인이 이를 행사하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주택 미래 가치가 떨어지는 문제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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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찰 잇따르면 가격 떨어지지만
채권자 권리 침해 논란 부를 가능성
LH가 낙찰받아 보급하는 것도 대안
박대출(가운데)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전세사기 근절 및 피해 지원’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당정은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에게 주택 경매 시 우선매수권을 주고 저리 대출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오른쪽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최현규 기자


당정이 20일 발표한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주택 경매 시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는 방안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피해자 요구 사항 중 하나지만 우선매수권이 부여된 매물은 경매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채권자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미세조정도 필요하다. 당정은 균형을 이룰 수 있는 합치점을 찾겠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현행 제도상 쉽지 않아 보인다고 입을 모은다.

단기 대책으로 떠오른 우선매수권이란 민사집행법상의 ‘공유자우선매수청구권’을 준용한 조치다. 피해자에게 공유지분권자 지위를 부여해 경매 시 입찰 최고가액을 기준으로 먼저 살 권리를 주는 것이다. 입찰자가 없을 경우 최저입찰가격으로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는 것도 가능하다.

문제는 우선매수권이 행사되는 경매 매물의 경우 입찰 자체가 잘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매에 참가하는 이들 입장에서는 낙찰 가격을 불러도 우선권이 없는데 굳이 입찰할 이유가 없다. 그러다보니 유찰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업계 의견이다.

우선매수권이 마냥 휘두를 수 있는 ‘전가의 보도’가 아니라는 점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재입찰할 때마다 행사할 수 있다면 피해자는 연이은 유찰로 가격이 떨어질수록 유리하다. 하지만 우선매수권은 현행법상 단 한 차례만 행사 가능하다. 정부가 이 부분을 건드릴 경우 채권자들에 대한 재산권 침해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자칫하면 위헌 소송에 걸릴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피해자들이 실제 빚을 더 내가며 부도난 주택을 구매할지도 미지수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소장은 “이미 선순위 채권자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는 제도가 있지만 임차인이 이를 행사하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주택 미래 가치가 떨어지는 문제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벼랑 끝에 몰린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는 제도는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단 한 명이라도 이번 대책을 활용하겠다는 피해자가 있다면 구제하는 게 맞는다”고 말했다. 정부가 피해자나 채권자 모두 만족할 만한 수준의 합치점을 찾는다면 활용도는 높아질 수 있다.

또 다른 대안도 제기된다. 공공주택특별법 41조에 따르면 부도난 임대주택에 대한 우선매수권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주택사업자에게 양도할 수 있다. LH가 해당 주택을 낙찰받아 피해자들의 주거권을 보장하는 방안도 고민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강 소장은 “유사한 사례가 2018년 경기도 화성시 300가구에서 있었다”면서 “그로부터 5년이 지났는데 정부가 이를 예방하는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아파트 외 오피스텔, 다세대 등은 전세계약 자체를 못하도록 하거나 아니면 감정평가사들이 책정한 시세의 50% 수준 정도로 전세가를 제한하는 전세상한제 등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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