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여론조사 규제하는 장제원 '윤심' 법안…선관위가 제동
최근 여권에서 여론조사 난립을 문제 삼고 있는 가운데, 친윤 핵심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여론조사 규제 강화법’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반대하고 나섰다.
중앙일보가 20일 입수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자료에 따르면, 선관위는 여론조사 규제 강화 방안을 담은 장 의원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과잉 규제 우려”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개정안은 정치 현안 관련 여론조사도 ‘선거 여론조사’에 포함해, 선관위 등록 업체만이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할 수 있도록 한 게 핵심이다. 현행 선거법은 미등록 업체라도 정당 지지율을 조사하지 않으면 정치 현안 여론조사 공표가 가능하다.
또한 개정안은 여론조사 응답률이 5% 미만인 조사에 대해선 공표를 금지하는 내용도 담았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응답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자동응답(ARS) 방식은 크게 제약을 받게 된다. 최근 치러진 전국 단위 선거 여론조사에서 응답률 5% 미만 비율은 대략 20%∼40%에 달했다.
그러나 선관위는 장 의원 개정안에 대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치 현안의 범위가 매우 넓어 경제·사회·문화·예술·과학 등 모든 분야의 여론조사가 심의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과잉규제 우려가 있다”며 반대했다. 특히 “응답률과 여론조사 품질과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간에 견해차가 존재하며, 미국여론조사협회는 양자를 직접 연계시킬 수 없다고 밝혔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행안위 전문위원도 검토 의견을 통해 “개정안과 같이 응답률 5% 미만인 선거 여론조사의 공표를 금지할 경우 상당수의 선거 여론조사 결과를 활용할 수 없게 되는 측면도 있다”며 “공표 금지 여부는 응답률과 표본 대표성과의 인과관계, 공표·보도 제한으로 인한 표현의 자유 및 알 권리의 제한 정도 등을 고려해 결정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런 반대 의견에 따라 개정안은 2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심사가 시작됐지만, 계류 상태에 빠졌다. 특히 친명계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선관위 의견을 준용해 입법을 반대했다고 한다.
‘윤심(尹心)’ 법안 가로막는 선관위
이번 선거법 개정안은 지난해 11월 발의 당시, 김기현 대표 및 박성민·유상범 의원 등 친윤 다수가 참여해 “사실상 윤심(尹心) 입법”이란 말도 나왔다.
발의 시점도 지난해 9월 한 업체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여론조사를 발표한 직후였다. 해당 조사는 선관위 미등록 업체가 진행했고, 업체 대표는 노무현 정부 청와대 행정관 출신이었다. 국민의힘은 “정권을 흔들려는 정략적 의도”(주호영 당시 원내대표)라며 비난했다.
최근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국무회의에서 “표본 여론조사는 표본 설정 체계가 과학적이고 대표성이 객관화돼야 한다”며 “(여론조사의) 질문 내용과 방식도 과학적이고 공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결국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여권의 ‘여론조사 불신’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선관위가 입법 제동을 건 것에 대해 당 안팎에선 “이례적”이란 반응이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초선 의원은 “행안위원장인 장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사실상 여권 의중이 그대로 실렸다고도 할 수 있는데, 이를 선관위가 반대한다는 건 사실상 ‘반기’ 아니냐”고 말했다.
앞서 장 의원은 지난달 22일 국회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박찬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에게 “의원 질의 도중에 이석을 멋대로 한다”며 공개 질책을 했었다. 선관위 반대가 공개 질책 직후에 이어진 터라 정치권 안팎에선 “시점이 묘하다”는 말도 나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선관위 수장이 공개적으로 망신당한 것에 대해 선관위 내부에서 억한 심정이 있단 얘기가 있다”고 전했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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