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방송법 대치 속내는 총선 앞두고 ‘방송 우군 만들기’

박민지,신용일 2023. 4. 21.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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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갈등 법안 대해부] ‘방송3법’ 둘러싼 강 대 강 대립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이는 ‘방송3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여야가 혈투를 벌이고 있다.

방송3법은 한국방송공사(KBS)와 문화방송(MBC), 한국교육방송공사(EBS)의 지배구조를 명시한 세 가지 법안을 의미한다. KBS의 지배구조를 다루는 법안은 방송법이며, MBC와 EBS의 지배구조를 각각 명시한 법안이 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이다.

민주당은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내용의 방송3법 개정안을 지난달 21일 본회의에 직회부했고 오는 27일 본회의에서 단독 처리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거대 야당이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방송3법을 통과시킬 경우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카드로 맞불을 놓겠다는 입장이다.

여야 모두 겉으로는 “공영방송 정상화”를 외치고 있다. 그러나 여야가 방송3법 개정안을 놓고 정면충돌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내년 4월 총선을 1년 앞둔 상황에서 서로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편하겠다는 의도 때문이라는 분석에 이견은 없다.

“친민주당 성향” VS “다양성 확보”

방송3법 개정안의 핵심은 3개 공영방송 이사회의 정수를 21명으로 늘리는 내용이다. 현행 방송3법은 ‘이사회는 이사장을 포함한 이사 9명(MBC·EBS) 또는 11명(KBS)으로 구성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사회 증원을 통해 공영방송의 다양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본질적 처방 없이 그저 이사회 정수만 늘리는 것으로는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사회 추천 권한을 다양한 주체로 확대하는 내용도 뇌관이다. 현행 방송3법은 ‘이사는 각 분야의 대표성을 고려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조항은 유명무실하게 운영돼 왔다. ‘국민을 대리한다’는 명목으로 여야가 이사를 추천해 왔고, 방통위는 이 명단을 받아 형식적인 추천권만 행사했을 뿐이었다.

특히 여야는 공영방송 이사 추천에 있어 여당에 우위를 인정해 왔다. KBS의 경우 여당 7명·야당 4명, MBC는 여당 6명·야당 3명, EBS는 여당 7명·야당 2명 등 여당이 추천하는 이사의 수가 더 많았다.

이 같은 관행을 유지할 경우 공영방송 이사 선출이 정치적 입김에 계속 좌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민주당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 주도로 만들어진 방송3법 개정안에는 ‘이사는 방송에 관한 전문성·지역성 및 사회 각 분야의 대표성을 고려해 여러 기관에서 추천된 사람을 방통위가 임명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이사회 이사 21명에 대한 추천권을 미디어 관련 학회(6명), 시청자위원회(4명), 방송기자협회·한국PD연합회·방송기술인연합회(각각 2명)에 나눠줘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 몫은 5명으로 제한되는데, 여야가 아닌 의석수 비율로 배분하게 된다. 여소야대인 현재 상황의 국회에서는 민주당이 3명, 국민의힘이 2명을 각각 추천하게 된다.

공영방송 사장 선출 조항 놓고도 ‘혈투’


국민의힘은 방송3법 개정안이 민주당에 유리한 독소조항들로 구성됐다고 비판한다. 특히 이사를 추천할 수 있는 기관들이 민주당과 가까운 점을 문제삼고 있다. 이사 21명 중 6명을 추천하는 3개 방송단체의 경우 지도부가 야권 성향이라는 것이 국민의힘의 주장이다. 또 이사 4명을 추천하는 시청자위원회에도 언론노조가 개입될 여지가 크고, 6명을 추천하는 미디어 관련 학회도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하지 못할 것이라고 국민의힘은 보고 있다.

과방위 소속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은 입만 열면 공영방송의 정치적 후견주의를 배제하자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민주노총·언론노조의 노영방송 체제가 더욱 견고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방송3법 개정안을 교묘하게 설계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과방위 야당 간사인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언론단체나 언론학회 구성원에 대해 이념적으로 시비를 거는 것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논리”라고 일축했다. 방송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정필모 민주당 의원도 “미디어방송 관련 학회나 직능단체는 다양한 생각을 하는 분들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고 주장했다.

공영방송의 사장 선출을 위해 신설된 조항도 쟁점이다. 현행 방송3법은 이사회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제청하면 대통령이 공영방송 사장을 임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방송3법 개정안은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가 추천한 3명 이하 복수의 사장 후보자에 대해 재적이사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단서를 붙였다. 사장후보국민추천위는 성별·연령·지역 등을 고려해 100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이사회가 갖고 있던 임명제청권을 100명으로 압축된 국민에게 넘기겠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사장후보국민추천위 역시 공모를 통해 참가자를 모집하는 방안이 유력한 만큼 일반 국민이 아니라 이사회의 영향력이 미치는 사람들이 뽑힐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여야의 방송3법 전쟁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방송 환경을 자신의 진영에 유리하게 만들기 위한 의도에서 치러지는 혈투다. 과방위 여당 간사인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은 이때다 싶어서 민주노총이나 언론노조를 이사회에 배치해 방송을 장악하려는 음모를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조 의원은 “이전부터 계속 미뤄두던 것을 처리하자는 것인데, 국민의힘은 대안 없이 반대만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박민지 신용일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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