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용 수소전지 세계 1위… “성장통 이겨내며 미래 만든다”

황민혁 2023. 4. 21.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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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보다 로봇이 더 많았다.

무엇인가를 들고 옮기는 일은 로봇의 몫이었다.

400㎏ 넘는 셀 스택(cell stack)을 쌓아 올리는 로봇, 각 셀에서 산소가 새지 않도록 테이프를 붙이는 로봇도 있었다.

발전량 기준으로 연간 300메가와트(㎿)의 생산능력을 갖췄지만 일부만 가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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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퓨얼셀’ 익산공장 르포
두산퓨얼셀의 발전용 수소 연료전지 ‘M400’의 모습. 도시가스 망을 이용해 공급된 천연가스(LNG)로 만든 수소를 연료전지에 담은 뒤에 산소와 반응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제품이다. 기존 인프라를 통해 전기 및 열 공급이 가능해 도심에서 활용성이 높다. 두산퓨얼셀 제공


사람보다 로봇이 더 많았다. 무엇인가를 들고 옮기는 일은 로봇의 몫이었다. 노란 로봇팔은 다양한 각도로 관절을 꺾어가며 분리판을 옮겼다. 400㎏ 넘는 셀 스택(cell stack)을 쌓아 올리는 로봇, 각 셀에서 산소가 새지 않도록 테이프를 붙이는 로봇도 있었다. 로봇들 사이를 지나 구역 간 경계에 이르러서야 두세 명의 직원을 만날 수 있었다.

지난 19일 방문한 두산퓨얼셀 전북 익산공장은 자동화를 이룬 최첨단 공장이었다. 로봇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수소 연료전지를 생산한다. 수소는 미래 청정에너지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의 발전용 수소 연료전지 산업은 세계적 수준을 자랑한다.

발전용 수소 연료전지는 데이터센터, 상업용 건물, 병원, 대학 등에 납품한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부산 해운대 부산그린에너지처럼 도심의 시설물에 바로 설치할 수 있다. 수소 연료전지에는 도시가스, 천연가스 등에서 추출한 수소를 담는다. 이 수소를 산소와 화학반응시켜 전기를 얻어 공급한다. 이게 현재 수소 관련 기술 수준을 고려할 때 가장 경제적 방식이다.

기업들은 차곡차곡 미래를 위한 수소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특히 두산퓨얼셀은 독자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발전용 수소 연료전지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SKE&S는 인천 지역에 ‘기가팩토리’를 건설하고 2024년부터 수소연료전지를 생산할 것이라고 발표하는 등 신규 투자도 활발하다.

그러나 수소 생태계는 아직 ‘성장통’을 겪고 있다. 두산퓨얼셀 익산공장의 가동률은 약 60%에 불과하다. 발전량 기준으로 연간 300메가와트(㎿)의 생산능력을 갖췄지만 일부만 가동 중이다. 조립(PPLT) 공정 라인 3개 가운데 신설 라인 하나만 돌고 있다. 3교대로 일할 인력도 확보했지만, 예상보다 주문량이 부족해 현재 2교대로 일하고 있다.

직접적 원인은 정책적 과도기다. 6월부터 시작하는 청정수소의무화제도(CHPS) 참여를 관망하는 수요처가 많아졌다. 사업 진행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고, 이는 주문량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때문에 재고가 쌓이고 있다. 그래도 생산을 멈출 수 없다. 두산퓨얼셀은 부품의 98%를 국산화했다. 두산퓨얼셀이 생산을 중단하거나 생산량을 더 낮추면, 중소기업들은 경영난에 빠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미리 만들어두지 않으면 단기에 주문 물량을 소화할 수 없다는 구조적 특성에 팔라지 않아도 재고를 쌓고 있다고 한다.

이에 정부는 수출로 눈을 돌리고 있다. 수출이라는 엔진을 달아서 국내 수소 연료전지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소연료전지산업협회는 오는 2030년까지 누적으로 연료전지 수출 1기가와트(GW), 수출액 30억 달러 달성이라는 목표를 설정했다. 다만 국내 시장이 커져야 수출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책적으로 수소 산업을 지원해 대량의 고정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 발전용 수소 연료전지의 생산단가를 떨어뜨려야 수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익산=황민혁 기자 ok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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