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트인 가구 9년간 2조대 짬짜미

신지호 2023. 4. 21.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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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뽑기한 대로 이번엔 저희 차례입니다. 42억5000만원에 들어갑니다." "그러면 저희는 43억 쓸게요."

신축 아파트 현장에서 약 9년간 2조3000억원 규모의 빌트인 가구 가격을 담합한 8개 유력 가구업체 법인과 임직원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해당 가구업체들은 2014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전국 아파트 신축 현장 783곳에서 모두 2조3261억원 규모의 입찰 담합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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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 아파트 고분양가에 한몫
한샘·에넥스 등 8개 업체 기소
한샘 제공


“제비뽑기한 대로 이번엔 저희 차례입니다. 42억5000만원에 들어갑니다.” “그러면 저희는 43억 쓸게요.”


신축 아파트 현장에서 약 9년간 2조3000억원 규모의 빌트인 가구 가격을 담합한 8개 유력 가구업체 법인과 임직원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온라인 단체대화방(사진) 등에서 사전에 입찰 가격을 논의하며 ‘짬짜미’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런 담합 행위가 결국 신축 아파트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쳐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을 더 어렵게 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이정섭)는 20일 한샘 한샘넥서스 넵스 에넥스 등 8개 가구업체와 최양하 전 한샘 회장 등 임직원 12명을 건설산업기본법 및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해당 가구업체들은 2014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전국 아파트 신축 현장 783곳에서 모두 2조3261억원 규모의 입찰 담합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입찰 전 제비뽑기로 낙찰 순번을 미리 정하고 소셜미디어와 이메일로 입찰가격 등을 공유한 혐의를 받는다. 순번이 돌아온 업체가 응찰금액을 공지하면 다른 업체들이 더 높은 금액을 써내 알아서 ‘들러리’를 서는 방식을 썼다.

한 업체 관계자는 대화방에 “견적서 흔들어서 보냅니다. 양식에 옮겨 그대로 투찰하시면 됩니다”라는 메시지를 올리기도 했다. ‘견적서를 흔든다’는 건 건설사가 담합 사실을 알아채지 못하게 견적서 세부 내역을 조정하는 행위를 뜻한다.

빌트인 가구는 아파트 신축 때 시공과 함께 설치되는 싱크대, 붙박이장 등의 가구다. 통상 건설사가 입찰 공고를 내고 가장 낮은 금액을 써낸 업체가 선정된다. 하지만 미리 가격을 짜고 입찰에 참여하다 보니 낙찰된 가구업체는 출혈경쟁 없이 더 많은 이익을 챙길 수 있었다. 검찰은 자유경쟁 시 입찰가보다 5%가량 높은 금액대에서 낙찰가가 형성된 것으로 본다.

검찰 관계자는 “빌트인 가구는 아파트 분양가를 구성하는 요소로 가구 가격의 상승은 장기적으로 아파트 분양가를 상승시킨다”며 “불법적 관행이 만연해 있었음에도 임직원들이 별다른 죄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검찰이 2020년 12월부터 시행 중인 카르텔 형벌감면제도(리니언시)를 통해 직접 인지한 뒤 수사에 착수한 첫 사례다. 수사 이후 기소를 위해선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필요하다. 검찰은 당초 함께 수사선상에 올랐던 업체 9곳 중 담합 사실을 자진 신고한 현대리바트는 고발 요청 대상에서 제외했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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