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밥값과 돈봉투
“현금이 오간 것까지 굳이 회계처리할 필요는 없지 않겠나.”(전직 의원)
3년 전, 2018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의 캠프별 지출액을 기획 취재했다. 익명을 전제로 한 인터뷰에서 전현직 의원·보좌진·당직자 등 각 캠프 관계자 대부분이 비공식 회계의 존재를 인정했다. 회계 실무에 관여한 인사는 “캠프 사람들 오가며 쓰는 게 모두 돈”이라며 “출처를 알 수 없는 돈을 합치면 전대 한 번에 3억원이 넘게 든다”고 말했다. 현직 의원은 “회계상 3억 지출이라면 플러스 1억 정도는 생각해야 한다”는 ‘3+1 공식’을 귀띔했다.
눈먼 돈들은 ‘밥값’이란 이름으로 전대판에 손쉽게 흘러들어가고 있었다. 여야 간 선거와 달리, 전대는 진영 내에서 누가 더 사람을 많이 끌어모으는가를 겨루는 집안 싸움이다. 자연스레 당원을 모아 밥을 사는 데서 선거운동이 시작되는데, 통상 후보의 지역 방문 3~4일 전 캠프 실무진이 먼저 내려가 “우리 후보를 밀어달라”며 식사를 대접한다. 이 때 많게는 100만원 넘는 식대를 지역 유지·명망가가 대신 계산하는 게 불문율이다. “중앙(서울)에서 돈을 마련해 내려오는 경우도 있다”(지역 보좌진), “점조직 형태로 돈이 들어왔다 나가기 때문에 후보 본인이 모르는 새 밥값이 조달되기도 한다”(현역 의원)는 증언이 이어졌다.
지난 취재 내용을 소개하는 건 최근 검찰이 수사 중인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을 두고 나온 ‘밥값 설화’ 때문이다.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이 라디오에서 돈 봉투 금액에 대해 “50만원은 사실 한 달 밥값도 안 되는 돈”이라고 말했다가 해명글을 올렸고, 같은 당 정성호 의원도 “금액이 대개 실무자들의 차비나 기름값, 식대 정도 수준”이라고 언급했다가 사과했다. 실은 그 밥값부터가 문제였는데. 청년·중진 할 것 없이 정치권에 만연한 검은돈 불감증만 더 드러났다.
물론 야당만의 문제는 아니다. 여권도 11년 전 떠들석했던 ‘한나라당 2008년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사건’ 수사 이후 얼마나 나아졌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전당대회 매수행위는 현행법(정당법 50조) 위반이다. 특히 식대의 경우 중앙선관위가 ‘당대표 경선의 경우 선거운동원 30인 이내, 1인당 7000원 이하 범위에서만 식사 제공을 허용한다’(정당사무관리규칙 25조)는 엄격한 예외 규정까지 뒀다.
심새롬 중앙홀딩스 커뮤니케이션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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