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 토막 난 여당 지도부 회의, 뼈를 깎는 쇄신만이 답이다
선출직 최고위원 2명 잇따른 설화로 ‘강제 자숙’
읍참마속 징계로 면모 일신하고 국정 전념해야
국민의힘은 김기현 대표 체제 출범 두 달도 되지 않았지만 지지율이 급락하고 당내 갈등은 증폭되면서 총체적인 무기력에 빠졌다. 그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 선출직 최고위원 4명 중 2명이 사라져 반 토막이 된 아침 지도부 회의다. 문제의 2명은 비상식적인 언행으로 ‘강제 자숙’을 당한 상태다.
대표적인 인사가 김재원 최고위원이다. ‘5·18정신 헌법 수록 반대’ ‘전광훈 목사 우파 천하통일’ ‘제주 4·3은 격이 낮은 기념일’ 등 논란성 발언을 반복하다 공개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태영호 최고위원도 ‘제주 4·3은 북한 김일성의 지시’라거나 ‘김구 선생이 김일성의 전략에 당했다’는 발언으로 잇따라 논란을 일으킨 끝에 인터뷰 금지령을 당했다. 조수진 최고위원의 ‘밥 한 공기 비우기’ 발언도 역풍을 부른 경우다.
김기현 대표 체제는 3·8 전당대회에서 여론조사 없이 100% 당원 투표로 선출됐다. 따라서 당 밖의 민심도 수렴하고 다양성을 포용하는 리더십이 필수였지만 김 대표는 거꾸로 갔다. 설화를 빚은 최고위원들에겐 미온적으로 대응해 설화 릴레이를 자초한 반면, 전광훈 목사 문제로 김 대표를 비판한 홍준표 대구시장은 상임고문에서 해촉했다. 당내 쓴소리를 용납하지 못하고 공약인 ‘연포탕(연대·포용·탕평)’도 실종되면서 국민의힘은 중도와 청년이 이탈하고 텃밭인 대구-경북(TK)에서도 외면당하는 신세가 됐다. ‘주 69시간 근로제’ 파동 등 정책 혼선도 불신을 부추겼다. 이런 독선과 무능은 지도부 구성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주요 당직을 친윤계가 휩쓸면서 당내 견제·자정 기능이 멈췄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당 지지율도 급락했다. 요즘 국민의힘 지지율은 현직 이재명 대표에 이어 송영길 직전 대표까지 사법리스크에 휘말린 민주당에 10% 가까이 뒤져 있다. 보름 전 4·7 재·보선에서도 텃밭인 울산의 교육감과 기초의원을 민주당과 진보 진영에 잇따라 내주며 옐로카드를 받지 않았나.
국민의힘은 야당의 범죄 의혹이 집권당의 무능과 독선을 가려주지 못한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내분을 시급히 정리하고 민심과 당내 쓴소리를 수용하면서 노동·연금·교육 개혁 등 국정에 매진하지 않으면 내년 총선 역시 쉽지 않을 것이다. 마침 20일 윤리위원회 원장에 황정근 변호사가 임명되고 판사 출신인 전주혜 의원이 위원에 내정되는 등 새 윤리위의 윤곽이 드러났다. 새 윤리위는 무엇보다 잇따른 설화로 물의를 일으킨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을 5·18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일 이전에 국민이 납득할 수준으로 징계해 당의 기강을 잡아야 한다. 일각에서 거론된다는 ‘6개월 당원권 정지’ 정도로는 ‘총선 출마 길을 열어준 솜방망이 징계’란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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