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Food] 4만5000대 1 경쟁률 뚫어야 맛볼 수 있는 ‘스시 오마카세’
줄 서는 맛집 여의도의 작은 스시야 ‘아루히 니와’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 화제
20여 가지 스시, 착한 가격에 선봬
가성비 끝판왕, 축복 등 호평 잇달아
김동률의 ‘기억의 습작’부터 토이의 ‘뜨거운 안녕’, 싸이의 ‘챔피언’까지. 스시 오마카세라면 으레 떠오르는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벗어나, 신나는 음악과 함께 손님들의 웃음소리와 힘찬 박수로 가득 채워지는 스시야(すしや)가 있다. 문을 연 지 3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수많은 스시 마니아와 미식가·탐식가·애식가 사이에서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여의도의 작은 스시야 ‘아루히 니와(이하 아루히)’다. 4만5000대의 1의 경쟁률을 뚫어야 입성할 수 있는 아루히에 다녀왔다.
네이버 예약시스템을 통해 예약을 받던 ‘아루히’는 최대 대기 번호가 7만 명을 기록하며, 한때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이 올라 화제가 됐다. 예약 플랫폼을 바꾼 최근에는 4만~5만명 정도가 예약에 도전한다. 16석, 하루 2타임. 하루에 32명밖에 찾지 못하는 이 작은 스시야가 이토록 뜨거운 인기를 끄는 비결은 뭘까.
‘여의도의 축복’, ‘스시 파는 술집’, ‘가성비 끝판왕’, ‘스강신청의 대명사’. ‘아루히’ 앞에 붙는 여러 수식어 중에는 유독 가성비(가격 대비 효용)라는 단어가 많이 언급된다. 그도 그럴 것이 4만8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이 무색할 정도로 2시간의 식사 동안 눈앞에 놓이는 스시만 최소 20가지가 넘기 때문이다. 때로는 재료의 수급 상황과 손님의 양에 따라 많게는 25가지의 스시가 나오는 기적을 맛볼 수 있다.
하지만 ‘아루히’의 진정한 매력은 ‘가성비’에서 나오지 않는다. 누군가의 집에 초대받은 듯 편하고 격의 없게 식사를 즐기는 손님과 셰프의 시너지는 그 어떤 스시야에서도 본 적이 없는 ‘바이브’와 ‘에너지’를 뿜어낸다. 이처럼 ‘아루히’를 행복과 웃음이 떠나지 않는 곳으로 만든 이는 20년 요리 경력의 이용(44) 셰프다. 그는 지난 2019년 3월, 아내 이미연 씨와 함께 이곳의 문을 열었다.
“여의도에서 15년 정도 일을 했는데, 고가의 코스 요리처럼 수익을 내는 음식을 주로 하다 보니 염증을 느꼈어요. 이윤이 적어도 손님이 진짜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죠. 포장마차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오셔서 소주 한 잔에 저렴하게 스시를 드리고 싶었어요. 그게 ‘아루히’의 시작이죠.”
이 셰프는 당초 캐주얼한 스시 포장마차라는 컨셉으로 가게의 문을 열었지만, 많은 손님이 오마카세(셰프에게 모두 맡김) 형식을 원하며 자연스레 지금의 형태와 구성으로 자리 잡게 됐다. 100명의 손님이 오면 100명을 모두 만족시키고 싶다는 이 셰프는 “‘아루히’의 슬로건은 고객들의 행복”이라고 강조했다. 슬리퍼를 신고 와도 좋고, 먹다가 잠들어도 고객이 즐겁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매번 스무 가지가 넘는 스시들이 손님의 입을 즐겁게 만들어주지만, ‘아루히’ 하면 시그니처처럼 언급되는 메뉴들이 있다. 아까미쯔께(붉은 참치 살을 간장에 절인 것)와 성게알이 듬뿍 올라간 마끼, 성인 남성 손바닥만큼 거대한 후토마끼(굵게 만 일본식 김밥) 등이다. 특히 침을 고이게 만들 정도로 맛있는 자태로 손님들의 셔터 세례를 한 몸에 받는 아까미쯔께는 ‘아루히’를 상징하는 메뉴 중 하나다. 간장에 절인 참치를 늘어놓아 불필요한 수분을 증발시키고, 혹시 있을지 모르는 잡내를 빼는 과정이지만, 정갈하고 아름다운 자태가 마치 만개한 꽃을 연상케 한다. 이렇게 간장으로 단장을 마친 참치살은 감칠맛과 함께 재료가 가진 특유의 풍미가 한층 더 올라간다. 냉동 참치가 아닌 생참치만을 고집하는 만큼, 부드러운 식감에 담백하면서도 짭짤한 참치가 샤리(밥)와 어울리며 훌륭한 궁합을 보여준다.
“떴다 떴다 비행기 날아라 날아라 높이 높이 날아라 우리 비행기”. ‘우니 비행기’로 통하는 우니마끼가 나올 때는 추억의 동요가 울려 퍼진다. 셰프들은 김으로 감싼 우니를 비행기처럼 요리조리 움직이며 손님의 손 앞에 놓아준다. 박수갈채를 끌어내며 ‘아루히’의 분위기를 절정에 끌어올리는 메뉴인 만큼 일본산, 페루산, 국내산 등 매달 세계 각지에서 공수한 최상급 우니 만을 사용한다. 녹진하면서 진한 풍미의 고소함이 입 안 가득 채워지며 황홀한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한입에 넣는 것이 어려울 정도로 커다란 후토마끼 또한 일품이다. 참치와 버섯, 교꾸(일본식 달걀구이)와 우엉 등으로 속을 가득 채운 후토마끼는 웬만한 후토마끼 전문점의 그것보다 더 나은 퀄리티를 보여준다. 단순히 크기만 큰 것이 아니라 재료와 재료 사이의 하모니가 식감과 맛의 조화를 끌어 올려준다. 잘게 다져 부드럽고 매끄러운 식감으로 변신한 참치살과 톡톡 터지며 꽉 채운 풍미를 응축시킨 연어알을 올린 네기 도로마끼(다진 참치살 위에 파를 얹어 김으로 감싼 일본식 김밥)는 맛은 물론이고 보는 재미를 더한다. 손님들의 술병을 화분 삼아 바로 앞에 꽂아주기 때문. 마치 작은 꽃처럼 보이는 네기 도로마끼는 많은 이들이 ‘인증샷’을 남기는 메뉴 중 하나다.
김성현 푸드 칼럼니스트 cook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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