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당뇨병을 165㎞/h 강속구로 바꾼 '밀러의 기적'

배중현 2023. 4. 21.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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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한국시간) 시카고 컵스와 홈 경기에서 빅리그 데뷔전을 치른 메이슨 밀러. 밀러는 데뷔전에서 100마일 강속구를 계속 꽂았다. 게티이미지


오른손 투수 메이슨 밀러(25·오클랜드 어슬레틱스)가 '기적'을 만들었다.

밀러는 2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콜리세움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 홈 경기에 선발 등판, 4와 3분의 1이닝 4피안타 5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이날 경기는 2021년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 전체 97번으로 입단한 밀러의 빅리그 데뷔전이었다. 승패 없이 물러났고 팀은 2-12로 대패했지만, 현지 매체는 그의 스토리에 집중했다.

밀러는 컵스 상대로 불같은 강속구를 꽂았다. 메이저리그(MLB)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에 따르면 이날 밀러의 전체 투구 수는 81개였고 그중 53개가 포심 패스트볼이었다. 평균 시속 99.3마일(159.8㎞), 최고 시속 102.5마일(165㎞)의 강속구였다. MLB닷컴은 '100마일(160.9㎞/h) 투구를 15번이나 기록해 스탯캐스트 역사상 한 경기에서 이 기록을 달성한 10번째 선발 투수가 됐다'고 밝혔다. MLB 통계 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는 밀러의 이날 포심 패스트볼 개수를 51개로 집계했다. 사이트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은 엄청난 '구위'다.

메이슨 밀러가 20일(한국시간) 시카고 컵스와 홈 경기에서 교체 후 더그아웃으로 들어가고 있다. 게티이미지


밀러는 웨인즈버그 대학 2학년 때 체격이 왜소했다. 키가 1m96㎝인데 몸무게가 68㎏에 불과했다. 그해 여름 인턴십을 위해 약물 검사를 받던 밀러는 혈당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2018년 4월 소아당뇨병 진단을 받았다. 밀러가 택한 건 좌절 대신 희망이었다. 식단을 조절하고 근력 운동으로 몸집을 키웠다. 체중이 99.8㎏까지 늘었다. 그러자 구속에 변화가 감지됐다. 87~88마일(140~141.6㎞/h)에 머무르던 포심 패스트볼이 최고 99마일(159.3㎞/h)까지 빨라졌다. 그 덕분에 가드너-웹 대학으로 편입, 졸업만 때 8승 1패 평균자책점 3.30, 탈삼진 121개라는 무시무시한 성적을 남겼다. 

202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프로 진출 꿈을 이룬 밀러는 차근차근 마이너리그 레벨을 정복했다. 컵스전 빅리그 데뷔는 당뇨 진단 5년 만에 거둔 '결실'이었다. 오클랜드는 올 시즌 첫 19경기에서 3승(16패)밖에 따내지 못했다. 프랜차이즈 역사상 최악의 출발. 시작부터 리빌딩이 난관에 부딪혔다. 강렬한 데뷔전을 치른 밀러는 구단의 새로운 희망이다. 마크 캇세이 오클랜드 감독은 "만약 당신이 오클랜드의 팬이라면 이 소식(밀러의 데뷔전)에 흥분할 거"라고 기대를 내비쳤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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