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랭이 논 사이로… 푸른 숲에 둘러싸인 동화같은 그린
저 멀리 다랭이 논이 눈에 들어 온다. 어떤 날은 클럽 하우스 기와집 처마 끝으로 뚝뚝 떨어지는 빗줄기가 더 반가울 때가 있다. 그 사이로 마치 신기루 처럼 아른 거리는 다랭이 논이 정겹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내리던 비가 그치면 기분은 더 상쾌해진다. 다랭이 논은 살아 있는 듯 변화무쌍하다. 그래서 따스한 봄날에는 한껏 치장한 만화방초를 가득 품고 더운 여름을 짙푸르게 보낸 뒤에는 황금색으로 가을을 색칠한다. 주변의 울창한 숲들을 붉게 물들이는 단풍과 어우러지면 그야말로 대장관이다.
그렇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꽃이 피면 꽃이 피는 대로, 그리고 만산의 청엽이 홍엽이 되면 되는 대로 사시사철 찾는 이들에게 요산요수(樂山樂水)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러니 어찌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의미의 ‘라비에벨(La Vie est Belle)’을 독백하듯 읊조리지 않을 수 있을까.
맞다. 강원도 춘천시 라베에벨CC(대표이사 이정윤)는 이름 그대로다. 이 골프장 홈페이지에 게시된 인사말이 그걸 입증한다. 물론 라운드를 마치고 나면 그 인사말이 인사치레가 전혀 아니었음을 공감하게 된다.
‘삶을 완성하는 다섯가지 아름다움 라비에벨 올드코스 골프의 진정한 가치는 쉼 없이 달려온 일상을 벗어나 자연과의 조화 속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누리는 데 있습니다. 삶의 아름다움을 뜻하는 라비에벨에서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차원이 다른 골프의 세계가 펄쳐집니다’라고.
이 골프장은 원래 춘천시 남쪽 산수 좋은 곳에 자리했다고 해서 ‘산요수’라는 이름의 회원제 골프장으로 시작했으나 코오롱 한국오픈을 개최하는 우정힐스CC를 운영중인 코오롱그룹에서 인수해 퍼블릭 코스로 전환, 2015년 4월에 지금의 이름으로 정식 개장했다.
관광지구로 조성된 전체 면적 315만7481㎡ 중 올드코스 18홀과 듄스코스 18홀의 골프장 총면적은 131만0616㎡다. 페어웨이는 켄터키블루그래스, 헤비러프는 질기기로 유명한 파인페스큐, 그린은 벤트그래스다.
그 중 올드코스를 방문하면 가장 먼저 앞에서 말한 다랭이 눈이 한 눈에 보이는 한옥 클럽하우스가 눈에 들어 온다. 경남 사천시 타니CC 클럽하우스를 설계한 김영택씨의 작품으로 한옥에 대형 통창을 설치해 현대 건축으로 재해석했다는 평가다.
클럽하우스 사랑채에서 식사를 마치고 중정을 지나면 스타트 하우스가 나오는 구조다. 전통 가옥과 유사한 ‘ㄷ’자 형태다. 중정에는 디자이너 김리을의 한복정장 작품이 전시돼 있다. ‘만남’이라는 부제를 가진 이 작품은 방탄소년단(BTS) 지민이 실제로 입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 설계는 세계적인 골프코스 설계자인 톰 와이스코프와 카일 필립스가 맡았다. 그 중 올드코스는 전 세계 골프장 정보를 제공하는 영국의 ‘톱100 골프코스’에 의해 2017년 한국 골프장 랭킹에서 24위, 2018년에 1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레귤러 티잉그라운드 기준 5753m로 코스 전장은 긴 편은 아니지만 벙커가 126개나 있어 매홀 전략적 공략이 요구된다. 엄청나게 길고 커서 한번 빠지면 나오기 힘든 벙커부터 좁고 깊은 항아리 벙커까지 다양한 난이도의 벙커들의 몽니가 기다린다.
시그니처홀은 15번홀(파5)이다. 앞에서 설명한 다랭이 논과 인접한 홀이다. 왼쪽 도그렉 파5홀로 장타자에게는 투온 유혹을 떨칠 수 없게 한다. 하지만 그린 앞으로 가로질러 흐르는 실개천과 그린 주변 벙커를 피해야 한다.
2018년에 골프텔(빌라듄스) 오픈으로 체류형 골프장으로 거듭났다. 듄스코스의 거친 지형 사이에 능선을 따라 부드럽게 흩뿌려진 기하학적 결정체가 모티브다. 한 마디로 자연 속에서 낯선 풍경의 경험을 표현한 것이다.
클럽하우스 레스토랑은 특급 호텔에 뒤지지 않는 퀄리티다. 거기다 한옥의 운치까지 더해져 풍미가 더욱 살아난다. 식단은 산해진미 일색이다. 지역 특산품인 황태 누룽지탕과 춘천닭갈비&비빔막국수, 계절 음식인 봄나물꼬막비빔밥&된장찌개와 도다리쑥국, 그리고 흑돼지샤브샤브, 소고기보양전골, 주꾸미삼겹살쌈밥, 묵은지흑돼지짜글이 등이 인기 메뉴다.
“가성비 자부… 누구나 오고 싶은 명문 코스 만드는 게 목표”
"누구나 오고 싶어 하는 대중제 명문 골프코스로 만드는 게 궁극적 목표다."
골프장으로 발령 받은 이후 단 하루도 골프장을 떠난 삶을 살아보지 못한 '스쿠터 아저씨' 이정윤(사진) 라비에벨 골프앤리조트 대표의 바람이다. 챙이 넓은 중절모와 작업복 차림으로 소형 스쿠터를 타고 코스를 구석구석 누비고 다닌다고 해서 붙여진 닉네임이다. 그의 그런 모습은 주말에는 충남 천안 우정힐스, 평일은 춘천 라비에벨에서 볼 수 있다.
코오롱그룹 고(故) 이동찬 명예회장의 '골프장 전문 경영인이 되라'는 뜻을 받들어 이 대표가 골프장과 인연을 맺은 지도 올해로 25년째가 됐다. 어느새 골프장 전문 경영인 중에서는 최고참 중 한 명이 됐다.
그는 이 명예회장의 유지대로 '국내 최고 골프장 전문가'가 되기 위해 지금도 노력중이다. 골프를 제대로 알고자 코스 관리사 자격증과 2급 체육지도자 자격증도 획득했다. 제대로 된 서비스를 위해 필요하다고 여겨 임직원들에게도 자격증 획득을 권하고 있다. 당연히 직원들의 수준도 높을 수 밖에 없다.
라비에벨은 올드, 듄스코스 가리지 않고 골프 동호인들 사이에서 '골프 맛집'으로 통한다. 그에 대해 이 대표는 "아마도 좋은 가성비 때문이 아닌가 싶다"라며 "최상의 코스 컨디션과 서비스에 비해 이용료가 낮게 책정된 것 아니냐는 얘기를 입장객들로부터 자주 듣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 골프장은 개장 이후 아직까지 한 번도 카트비를 인상한 적이 없다. 그린피도 그런 기조에 바탕을 두고 책정하고 있다"면서 "골퍼들이 납득하면서 즐거운 라운드를 하는 장을 마련해 준다는 철칙은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춘천=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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