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100대 CEO]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 | 집권·분권 조화 ‘아메바 경영’ 퀀텀점프

배준희 매경이코노미 기자(bjh0413@mk.co.kr) 2023. 4. 20.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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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생/ 서울대 경영학과/ 2001년 삼성투신운용 채권운용본부 상무/ 2005년 삼성증권 캐피탈마켓사업부 상무/ 2011년 메리츠증권 사장/ 2013년 메리츠금융지주 사장/ 2015년 메리츠화재 사장/ 2018년 메리츠금융지주·메리츠화재 부회장(현)
2005년 한진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메리츠화재는 존재감 없는 손보사에 불과했지만 김용범 부회장 합류 이후 고속 성장했다.

메리츠화재의 성장 전략을 설명할 때 따라붙는 수식어가 ‘아메바 경영’이다. 기존 조직을 소규모로 잘게 쪼개 권한과 책임을 상당 부분 이양해 자율성을 부여하는 게 핵심이다. 학계에서 조직 구조를 설명하는 ‘집권화(Centralization)’와 ‘분권화(Decentralization)’ 중 후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전자는 수직적, 중앙집권적인 구조다. 대부분 국내 대기업 집단이 여기에 속한다. 후자는 수평적, 분권형 구조다. 김 부회장의 전략적 판단 중 돋보였던 대목은 분권화를 밀어붙이면서도 집권화의 순기능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하위 영업 조직에 자율성과 의사 결정 권한을 넘기면서도 본사와 연결 강도를 높인 것이 단적인 예다.

메리츠화재의 성장 전략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대목은 장기인보험이다. 김 부회장은 기존 손보업계 상위 3사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자동차보험을 줄이는 대신 장기인보험 시장 공략에 집중했다. 장기인보험은 계약 기간에 따라 비용을 오랜 기간에 걸쳐 인식할 수 있어 재무적 부담이 훨씬 덜하다. 장기인보험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확보한 만큼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적극 나선다. 지난해 메리츠화재가 10년 만에 퇴직연금 사업을 재개한 것도 사업 다변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메리츠화재는 새 회계 제도인 IFRS17 도입으로 ‘퀀텀점프’가 기대된다. 새 회계 기준 아래서는 금리 부담이 큰 저축성 보험과 달리, 건강보험 같은 보장성 보험 비중이 높을수록 유리하다. 보장성 보험은 보험 가입 계약 기간에 따라 비용을 오랜 기간에 걸쳐 인식할 수 있어 재무적 부담이 훨씬 덜하다. 또, 새 회계 제도에서는 보험 수익 인식 기준이 ‘계약서비스마진(CSM)’으로 바뀐다. CSM은 보험 계약에서 아직 실현되지 않은 이익으로, 숫자가 클수록 미래 이익 창출 능력이 좋다는 의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CSM이 지속적으로 커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려면 가입 기간이 긴 보장성 보험을 늘려 상각에 따른 비용 부담을 덜고, 매년 상각하는 금액 이상으로 새로운 계약에서 얻는 가치가 쌓여야 한다”며 “즉, 메리츠화재처럼 양질의 계약을 많이 보유한 회사가 지금보다 훨씬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설명한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5호·별책부록 (2023.04.19~2023.04.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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