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록히드마틴’ 기대에 주가 날개…진격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그룹 통합 방위 산업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공식 출범하면서 재계 관심이 뜨겁다. 방산 사업 재편이 마무리된 데다 항공, 우주 사업까지 총괄하는 ‘글로벌 종합 방산 기업’으로 도약하면서 주가도 날개를 달았다.
한화그룹 통합 방산 업체 출범
2030년 매출 40조, 영업익 5조 목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4월 3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뉴비전 타운홀’ 행사를 개최했다. 항공, 우주, 방산을 아우르면서 2030년까지 매출 40조원, 영업이익 5조원을 달성한다는 미래 비전을 발표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11월 한화디펜스를 합병한 데 이어 올 4월 ㈜한화 방산 부문까지 품에 안으면서 덩치가 커져 ‘한국판 록히드마틴’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 목표는 크게 세 가지다. 방산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토털 디펜스 솔루션’, 우주 사업을 확대하는 ‘에어로스페이스 글로벌 리더’,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으로 진출하는 ‘뉴 모빌리티 패러다임 드라이버’ 등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무인, 자동화 기술을 접목한 무기 체계를 확대하고 자회사 한화시스템, 쎄트렉아이와 협력해 발사체부터 위성 서비스에 이르는 우주 사업을 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공식 출범하면서 주가도 고공행진하는 모습이다. 지난 4월 11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장중 12만1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올 초 주가와 비교하면 70% 넘게 오를 정도로 상승세가 가파르다. 신한투자증권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목표주가를 기존 12만원에서 13만8000원으로 상향했다.
주가가 급등한 것은 때마침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6조5396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18%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3753억원으로 같은 기간 35.5% 증가해 매출,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0년 영업이익(2202억원)과 비교하면 2배가량 증가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실적이 날개를 단 것은 방산 수주 호실적 덕분이다. 한화디펜스를 흡수합병한 지상방산 부문 영업이익이 2103억원을 기록해 1년 새 무려 132% 늘었다. 폴란드 K9 자주포 수출 1차 계약 물량 중 초도 물량을 수출한 데다 국내에서도 30㎜ 차륜형대공포, 화생방정찰차를 수주·공급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호주·루마니아 등 수출 기대 커져
올해 전망도 밝다. 증권가가 예상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664억원) 대비 18.9%가량 늘어난 789억원 수준이다. 2분기 전망치는 1분기보다 58%가량 높은 1245억원에 달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갈등으로 전 세계 군비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수주 잭팟이 터진 덕분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 자주포는 2001년 튀르키예를 시작으로 폴란드, 인도, 핀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호주, 이집트 8개국과 수출 계약이 맺어졌다. 그만큼 성능이 우수하다는 평가다. K9 자주포는 자동 탄약 장전 장치를 장착해 급속 발사 시 15초 이내 포탄 3발을 발사할 수 있고, 분당 6~8발 사격이 가능하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규격 155㎜ 포로 제작돼 서방 탄약과의 호환성이 높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세계 자주포 시장점유율은 50%를 넘어선 상태다.
여세를 몰아 현재 운영 중인 미국, 호주 법인에 더해 올 상반기 유럽, 중동 법인을 추가로 열 계획이다. 자체 개발한 보병전투장갑차(IFV) ‘레드백’을 앞세워 호주 육군 IFV 교체 사업을 수주하고, 유럽과 중동에 K9 자주포와 다연장로켓 천무 등을 추가 수출하기 위한 현지 영업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미 육군의 선택적 유인차량(OMFV) 사업에도 레드백을 앞세워 도전장을 내민 상태다.
루마니아와 K9 자주포 수출 협상을 진행 중인 점도 호재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NATO 회원국 루마니아는 최근 국방비 예산을 늘리며 군 현대화 사업을 추진 중이다. 기존 노후 장갑차 위주 구식 무기 체계를 한국산 무기 체계로 교체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수주 기대가 크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루마니아 국방부가 K9 구매를 추진하는 만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수주할 경우 폴란드와 함께 핵심 성장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가 방산 수출 규모를 키우기 위해 대대적인 지원에 나선 것도 눈길을 끈다. 정부는 올해 방산 수출 목표를 21조원으로 잡고 동남아 국가는 물론 호주, 노르웨이 등 주요국 수출 계약을 추진 중이다. 이승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세계 각국의 국방비 강화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비롯한 국내 방산 업체의 해외 수주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화그룹 방산 사업 재편이 일단락되면서 장밋빛 전망이 나오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숙원 과제인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마무리되지 않은 탓이다. 지난 2월 튀르키예를 시작으로 일본, 베트남, 중국,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기업결합을 승인하며 ‘9부 능선’을 넘었지만 국내 공정거래위원회가 ‘조건부 승인’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불안한 모습이다.
보통 군함 입찰은 기술 평가 80%, 가격 평가 20%로 구성되는데, 무기 성능이나 적절한 군함 탑재 방식에 관한 정보력 차이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에서 “방산 시장의 특수성은 국가가 구매자고 다수 규제가 존재한다는 점인데, 그런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경쟁 제한 행위가 사전에 효과적으로 방지될 수 있는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공정위가 경쟁사 차별을 금지하고, 이를 담보할 외부 통제 장치 마련을 전제로 대우조선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가 늦어지면서 자칫 수주 경쟁에서 뒤처질 것이라는 우려도 적잖다. 대우조선은 2010년대까지만 해도 다양한 대형 구축함을 건조하는 등 수상함 시장 강자였다. 하지만 글로벌 조선업 불황에 경영난을 겪으면서 군함, 잠수함 등 특수선 투자에 소홀했다. 대우조선 매출 중 특수선 사업 비중은 2020년 26.7%에서 지난해 14.5%로 떨어졌다. 이를 눈여겨본 한화는 대우조선 특수선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대우조선 인수가 지연되면서 당장 5월 발주되는 8000억원 규모의 충남급 호위함 5, 6번함 수주전에 빨간불이 켜졌다. 올 1분기 대우조선 수주 규모는 8억달러로 전년 동기(42억달러) 대비 80% 감소했다. 논란이 커지자 방위사업청이 “한화와 대우조선 기업결합이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없다”는 의견을 공정위에 전달해 조건부가 아닌 무조건 승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그룹 통합 방산 업체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공식 출범했지만 마지막 퍼즐로 불리는 대우조선 인수가 난항을 겪으면 방산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나타날 수 있다. 방산업에서 특수선이 차지하는 비중이 꽤 큰데 경쟁사에 수주 물량을 뺏길 우려가 있다”고 귀띔한다. 한화그룹 방산업을 이끄는 김동관 부회장이 마지막 퍼즐을 순조롭게 풀어갈지 재계 관심이 뜨겁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5호 (2023.04.19~2023.04.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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