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풀렸을 때 서두르자” 단지별 속도전…서부권 대표 학군지 목동신시가지 [재건축 임장노트] (14)

정다운 매경이코노미 기자(jeongdw@mk.co.kr) 2023. 4. 20.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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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로 수혜를 본 재건축 단지 중 하나로 서울 양천구 목동 택지개발지구(목동신시가지 아파트)가 꼽힌다. 전임 정부에서 안전진단 기준이 강화된 탓에 재건축 사업에 진척이 없다 그 기준이 완화되면서 단지 대부분이 안전진단 문턱을 넘게 됐다. 5년이나 시간을 끌던 목동 지구단위계획까지 통과돼 일대 기대감이 높다.

지난해 12월 정부의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합리화 방안 발표 이후 올 초 3·5·7·10·12·14단지가 ‘조건부 재건축’에서 ‘즉시 재건축’이 가능해졌다. 1·2·4·8·13단지도 2월 안전진단을 통과했다. 3년 전 안전진단을 가장 먼저 통과한 6단지까지 포함하면 총 12개 단지가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아직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한 신시가지9·11단지도 조만간 안전진단을 신청할 예정이다.

목동신시가지1~14단지는 1985년에서 1988년 사이 지어졌다. 이들 14개 단지가 모두 재건축 가능 연한(30년)을 넘겼다. 총 392개동, 2만6635가구에 달하는 신시가지는 초등학교만 10개, 중학교 6개를 끼고 있는 데다 학원가도 탄탄해 대치동, 중계동과 함께 서울 3대 학군으로 꼽힌다. 서울 영등포·여의도는 물론 인천·부천·안산·광명·김포 등 수도권 서부 지역 학부모에게 두루 인기가 많다 보니 서울·수도권 서남권 주택 시장의 대장 지역으로 통한다.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1~14단지가 재건축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목동신시가지 전경. (윤관식 기자)
또 목동에는 대규모 녹지지대가 조성돼 ‘공원 위에 지어진 아파트’라고 불릴 만큼 자연환경이 좋다. 이들 단지 주변에는 지하철 5호선 목동역·오목교역·신정역, 2호선 신정네거리역·양천구청역 등이 지난다. 종합해보면 서울 내에서도 강남 다음으로 학군·교통·주거환경이 빼어난 곳이라는 의미다.

단지 대부분 대지지분이 높다는 점도 투자 가치를 높이는 요소다. 대지지분은 아파트 소유주가 가진 실제 땅의 가치다. 목동신시가지1~14단지는 저층(5층), 중고층(15층 또는 20층) 아파트가 섞여 있는 데도 대지면적이 공급면적의 80%를 넘는다. 용적률도 110~140%대로 낮은 편이다. 3종 주거지역은 재건축을 진행하면서 용적률을 250%까지 확보할 수 있으니 공간을 2배 이상 늘릴 수 있다. 만약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아 300%까지 올리면 사업성은 더 높아진다. 실거주 목적이든 투자 목적이든 수요자 관심이 꾸준히 높았던 이유다.

마침 지난 2월 정부가 택지 조성 사업 완료 후 20년이 넘은 100만㎡ 이상의 노후계획도시를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해 체계적 정비를 지원하겠다고 밝히면서 사업 진행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도 열렸다. 목동·신정동·신월동 일대가 대상지로 지정돼서다. 특별정비구역에서는 안전진단 규제가 완화 혹은 면제되고 종 상향을 통해 용적률 높이기가 가능하다. 2종 일반주거지역을 3종 일반주거지역이나 준주거지역 수준으로 상향하면 용적률이 300%까지 높아지고, 역세권 등 일부 지역은 최대 500%를 적용해 고층 건물을 지을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신시가지 단지 대부분이 이미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한 만큼 특별법으로 얻는 수혜가 많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부분 3종 주거지역이라 용적률 상향폭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 오히려 목동의 경우 이미 지구단위계획이 세워진 만큼 특별정비구역으로 다시 묶어 진행하면 사업이 오히려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경쟁 불붙나

설명회 열고 신탁방식 선회하기도

어쨌든 전반적인 규제 완화 분위기 속에 목동 재건축 시장의 최근 분위기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속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신시가지 아파트만 2만6000가구가 넘다 보니 14개 단지가 일제히 재건축을 추진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많아서다. 소유주들은 나름의 이유를 들어 정비계획 수립, 정비구역 지정 등 정비사업 인허가권자인 서울시(서울시장)가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도 점친다. 이렇다 보니 단지마다 다른 단지보다 먼저 사업을 진행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한 11단지 소유주는 “최근 목동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1년 더 연장되면서 주민 실망감이 크다”면서도 “오히려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인 덕분에 정부가 (재건축 사업을) 밀어주니 미리 사업 단계를 밟아놓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목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안전진단 통과 단지들을 중심으로 사업설명회가 연이어 열리고 있다”며 “(서울시가) 시범 격으로 앞 단지와 뒷 단지에서 각각 한 곳씩 인허가를 내주지 않겠냐는 얘기가 나오면서 단지마다 경쟁하듯 속도를 내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여기서 ‘앞 단지’는 행정구역상 목동인 1~7단지를, ‘뒷 단지’는 신정동 8~14단지를 의미한다.

실제로 신시가지 일대에서는 각 단지가 주말을 이용해 설명회를 진행하고 동의서를 걷는 모습이 심심찮게 보인다.

14단지는 신탁방식 재건축 추진을 확정하면서 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었다. 지난 3월 KB부동산신탁과 신탁방식 재건축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재건축추진위원회가 주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90% 이상이 신탁방식에 찬성했다. 7단지는 소유자 대상 재건축 주민 설명회를 연 데 이어 신탁방식과 조합방식에 대한 비교 설명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12단지는 지난 3월 31일 양천구청에 정비계획 입안을 제안했다. 지난 1월 9일 안전진단 문턱을 넘은 지 세 달도 채 되지 않아 정비계획 입안 제안까지 나선 것이다. 제안서에는 최고 35층 높이, 3000가구 안팎 규모로 재건축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앞서 2월에는 2차 재건축 설명회를 연 바 있다. 이외에 13단지가 지난 2월 양천문화회관에서 모금 총회를 열었다. 8단지도 이미 1월 설명회를 진행했다.

신시가지는 아니지만 신월시영(2256가구, 1988년 입주)도 최근 서울중앙교회에서 재건축 사업 설명회를 열었다. 올 1월 3·5·7·10·12단지와 함께 재건축이 최종 확정된 단지다. 양천구도 올초 일찍이 구청장 직속으로 ‘도시발전추진단’을 신설해 지원 사격 중이다. 재건축·재개발을 원하는 구민들의 요구에 맞춰 행정 지원을 적극적으로 하고 신속한 사업 추진에 나서겠다는 취지에서다.

‘앞 단지’ 목동 1~7단지

속도는 6단지·입지는 7단지가 으뜸

1~14단지는 비슷한 시기에 지어졌지만 시공사와 평면, 조경이 모두 다르다. 같은 평형이어도 대지지분도 조금씩 다르다. 그동안은 학군이 좀 더 좋거나 큰 학원가가 가까운 앞 단지가 시세를 이끌었는데, 앞뒤 단지가 일제히 안전진단을 통과하면서 뒷 단지 시세가 앞 단지를 많이 따라왔다.

1단지는 9호선 신목동역 역세권이라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안양천길, 서부간선도로, 올림픽대로에 접근하기도 편리하다. 다만 인근 목동 열병합발전소 소음과 환경 유해성에 대한 우려는 늘 문제로 지적된다. 이 탓에 14개 단지 중에선 선호도가 낮았지만 9호선 개통 이후부터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2단지도 주변 학군이 잘 갖춰진 편이다. 초등학생 자녀는 월촌초에 배정받는다. 월촌중, 신목중, 한가람고, 양정중·고, 진명여고 등이 단지에서 가깝고 학원가와 인접해 있어 어린 자녀를 둔 실수요자 선호도가 높다.

2·3단지 모두 안양천, 파리공원, 오목공원, 용왕산근린공원 등이 가까워 야외 활동을 즐기기 좋다. 생활편의시설로는 목동종합운동장, 홈플러스, 현대백화점, 이마트, 코스트코 등이 멀지 않은 편이다.

다만 1~3단지의 가장 큰 숙제는 용도지역이 2종 전용주거지역이라는 점이다. 최고 용적률을 200%까지 받을 수 있어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떨어진다. 다른 단지와 차별점이 없는데도 2003년 양천구가 종 세분화 과정에서 3개 단지만 2종 주거지로 지정해 주민 불만이 매우 컸다. 서울시가 지난해 말 목동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을 확정하면서 이들을 3종으로 상향하는 용도지역변경안을 통과시켰지만 추가로 짓는 아파트(5100여가구)의 약 20%를 ‘공공기여(임대주택)’로 내놔야 해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 1~3단지 주민들은 ‘조건 없는 종 상향’을 요구하고 있다.

4·5단지 사이에는 목동 중심 학원가가, 남쪽으로 현대백화점, 메가박스 영화관 등이 밀접한 중심상업지구와 모두 가깝다. 5단지는 용적률(116.7%)이 신시가지 14개 단지 가운데 가장 낮고, 가구당 평균 대지지분(29.2평, 1평=3.3㎡)은 가장 크다. 사실상 7단지와 함께 목동 일대 아파트 시세를 이끌던 단지다. 4단지(1382가구)는 8단지(1352가구)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작은 단지다. 단지 남측으로 국회대로가 지나는데 총 7.6㎞ 구간을 지하화하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방음벽이 없어지고 지상 공원이 조성되면 4단지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6단지는 신시가지 단지 가운데 안전진단을 가장 먼저 통과했다. 지난해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 대상지로 최종 선정됐고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기획 설계 용역에 착수했다. 올해 상반기가 지나면 기획안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단지 동쪽으로 안양천이 흐르고 단지 바로 옆에 이대목동병원이 있다.

7단지는 목동신시가지 일대 대장 단지다. 목동 번화가인 목동오거리를 끼고 있고 5호선 목동역과 접해 있다. 총 2550가구 규모로 14개 단지 가운데 가장 큰데 용적률은 여전히 120%대다. 단지 주변으로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도 있다. 또 단지 내에 초등학교를 두 곳, 중학교 한 곳을 품고 있다. 701~715동까지는 목운초, 716~734동은 서정초에 진학한다.

‘뒷 단지’ 신정동 8~14단지

지분 높은 11단지, 안전진단 숙제

8단지는 저층 아파트 없이 중·고층으로만 이뤄져 있다. 용적률이 154.9%로 신시가지에서는 13단지(159.6%)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다른 단지 같은 평형 대비 대지지분도 낮은 편이다. 대신 7단지와 마찬가지로 현대백화점, 이마트, 홈플러스, 대한민국예술인센터 등 오목교역 일대에 집중된 편의시설을 이용하기 편리한 입지다.

9단지는 서울남부지검, 서울남부지법을 끼고 있어 목동에서는 ‘법조 단지’로 불린다. 하지만 1차 안전진단 문턱을 넘고도 2차 안전진단(적정성 검토)에서 ‘C등급(재건축 불가)’ 판정을 받으며 고배를 마셔야 했다. 안전진단을 주민 모금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예비 안전진단을 다시 신청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10단지는 동별 위치에 따라 2호선 지선 신정네거리역을 5~10분가량 걸어서 이용 가능하다. 신서초, 양명초 등이 주변에 있다.

11·12단지는 목동신시가지 단지 중 가장 외곽에 있다. 김포공항을 오가는 비행기 소음에 노출된 데다 20평과 27평 두 가지 소형 평형만 있다 보니 아파트값이 다른 단지보다 상대적으로 낮았다. 하지만 재건축 연한이 가까워진 2015년부터는 매매 가격은 저렴한데 대지지분이 상대적으로 넓은 단지로 오히려 주목을 받았다. 실제로 11단지, 12단지의 27평 A타입의 대지지분은 각각 21.38평, 20.8평으로 14개 단지 같은 평형 가운데 가장 높다. 12단지는 중심 상권, 학원가와 가깝다. 다만 11단지는 2021년 안전진단에서 최종 탈락해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한다는 점이 부담스럽다.

13·14단지는 2호선 지선 양천구청역이 가깝다. 신정교 방향에서 버스를 타고 한 정거장이면 1·2호선 환승역인 신도림역에서도 가깝다. 14단지는 목동 아파트 중에선 유일하게 3000가구가 넘는 초대형 단지다. 13단지 역시 2280가구로 규모가 크다. 다만 용적률이 13단지는 161.25%, 14단지는 145.76%로 다른 단지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5호 (2023.04.19~2023.04.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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