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대는 분양권 시장 줍줍해볼까…전매 제한 풀렸지만 실거주 의무 ‘발목’
지난 4월 7일부터 서울 아파트 분양권 전매 규제가 대폭 완화되면서 청약에 번번이 탈락한 실수요자와 투자자 관심이 분양권으로 향하고 있다. 다만 부동산 심리가 여전히 주춤한 데다 실거주, 양도세 규제가 아직 그대로여서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전국에서 총 8950건의 분양권이 사고팔렸다(4월 3일 조사 기준).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6386건) 대비 40.2% 증가했다. 분기 기준으로는 2021년 3분기(1만2103건) 이후 1년 6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권역별로는 지방에서 6261건이 거래돼 전체의 70%를 차지했다. 지난해 6월 말부터 지방 규제지역이 해제되기 시작하면서 상대적으로 분양권 전매가 자유로웠던 영향으로 해석된다. 반면 수도권 거래량은 2689건에 그쳤다. 서울은 5건이다.
2분기부터는 분양권 전매 제한 규제가 대폭 풀리면서 서울·수도권 분양권 시장이 활성화될 가능성도 열렸다.
정부는 지난 4월 7일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수도권에서 최대 10년으로 묶여 있던 분양권 전매 제한 기간을 최대 3년으로 줄였다. 비수도권의 경우 전매 제한 기간이 최장 4년에서 공공택지·규제지역은 1년, 광역시 도시 지역은 6개월로 완화했다.
서울서도 1만1200가구 분양권 ‘해방’
부동산R114에 따르면 이번 전매 제한 완화로 수도권에서 거래가 가능해지는 단지는 약 120곳, 가구 수만 총 12만여가구로 추산된다. 정부의 전매 제한 완화 조치로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는 전매 제한 기간이 3년으로 단축됐다. 그 외 과밀억제권역과 성장관리권역은 당첨자 발표일 이후 각각 1년과 6개월이 지나면 분양권을 팔 수 있게 됐다. 이번 조치로 서울에서는 16개 단지 약 1만1233가구의 전매가 가능해졌다.
전매 제한 완화가 시행되기 시작한 4월 7일에는 서울에서만 분양권 거래가 8건 신고됐다(4월 13일 기준). 거래가 신고된 단지는 강남구 개포동 ‘개포프레지던스자이’, 강동구 천호동 ‘강동밀레니얼중흥S-클래스’, 동대문구 전농동 ‘청량리롯데캐슬SKY-L65’, 중구 입정동 ‘힐스테이트세운센트럴’ 등이다. 전매 제한이 풀린 당일 거래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매도인이 잔금을 내기 힘들고, 전세를 맞추기도 어려워 내놓은 급매물로 추정된다. 이날 강동 밀레니얼중흥S-클래스 전용 47.84㎡는 5억7969만원에 주인을 찾았고 힐스테이트세운센트럴에서는 1단지 전용 25.07㎡ 분양권이 2억2550만원에 직거래됐다. 역시 같은 날 2단지에서도 전용 43㎡ 분양권이 3억825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이외에 노원구 상계동 ‘노원롯데캐슬시그니처’, 성북구 ‘길음역롯데캐슬트윈골드’, 강북구 ‘북서울자이폴라리스’도 전매가 가능해진 단지다.
다만 분양권 시장도 한참 침체돼 있는 부동산 심리 영향을 피하기는 어려웠다. 드물게나마 거래되는 분양권 역시 호가보다 수억원 저렴하게 거래되는 경우도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분양권 전매 제한 기간이 대폭 완화된 지난 4월 7일 ‘청량리역롯데캐슬SKY-L65’ 전용 84.97㎡ 3채(13·54·62층)가 사고팔렸다. 매매 거래 금액은 10억9000만~11억6670만원으로, 2019년 분양 당시 해당 층수 분양가가 9억3000만~10억6000만원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웃돈이 1억원 수준에 그쳤다. 최근 같은 면적 매물이 호가 17억원에 나와 있는 것을 감안하면 7억원이나 저렴하고, 분양 당시에도 해당 아파트가 입주 시점에는 15억원을 넘을 것이라던 시장 기대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물론 거꾸로 생각하면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예상보다 적은(?) 웃돈에 새 아파트를 장만할 기회가 될 수 있다. 당장 거래가 가능해진 아파트 분양권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우선 내년 11월 입주 예정인 서울 강북구 ‘한화포레나미아’의 경우 당장 4월부터 분양권을 사고팔 수 있게 됐다. 아직 신고된 실거래 사례는 없지만 최근 전용 53.98㎡ 매물이 7억8183만원에 나와 있다. 최초 분양 당시 7억2611만~7억4256만원에 분양된 점을 감안하면 웃돈이 수천만원가량 붙었다.
오는 7월 입주를 앞둔 은평구 수색동 ‘DMC SK뷰아이파크포레’ ‘DMC파인시티자이’도 전매가 가능한 단지다. 분양권을 거래할 수 있게 되면서 매수 문의는 조금씩 늘어나는 모양새다. 수색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전매 제한이 풀리자마자 분양권 매물 시세를 묻는 문의 전화가 많았다”며 “조합원 입주권 호가와 분양권 가격을 비교해 더 저렴한 물건을 사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전했다.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를 재건축한 ‘올림픽파크포레온’은 올해 12월부터 분양권 전매 제한이 풀린다. 아직 전매가 가능하지는 않지만 관련 문의는 꾸준하다는 것이 인근 공인중개사 설명이다. 둔촌동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올림픽파크포레온의 경우 아직 전매가 가능하지 않은데도 매도나 매수를 문의하는 연락은 꽤 있다”고 전했다. 이외에 성북구 장위자이레디언트도 오는 12월이면 전매가 가능해진다.
다만 일각에서는 분양권 전매 제한 규제가 대폭 완화돼 관심이 커졌어도 높은 양도소득세율과 실거주 의무 탓에 분양권 거래가 당장 활성화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청약에 당첨된 뒤 1년 이내 분양권을 팔면 시세 차익의 70%를, 2년 이내 팔면 차익의 60%를 양도세로 내야 한다. 지방소득세 10%를 더하면 실제 부담은 66~77%에 달한다. 만약 1년 미만으로 보유한 분양권을 판매해 시세 차익 1억원이 발생하면 7700만원은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는 1년 미만으로 보유한 분양권의 양도세율은 45%, 1년 이상 보유분은 일반세율로 과세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법 개정 사안이라 시행이 불투명하다.
▲올림픽파크포레온(2023년 12월 15일, 이하 분양권 거래 가능일) ▲장위자이레디언트(2023년 12월 16일) ▲센트레빌아스테리움영등포(2023년 3월 3일)는 실거주 의무 기간이 2년이다. ▲강동헤리티지자이(2023년 12월 29일) ▲고덕강일제일풍경채(2024년 3월 12일) ▲e편한세상강일어반브릿지(2024년 10월 6일)는 3년을 의무적으로 실거주해야 한다. 강동헤리티지자이는 민간택지지만 분양가가 인근 시세의 80% 미만에 해당해서, 고덕강일제일풍경채와 e편한세상강일어반브릿지는 공공택지에 분양가상한제까지 적용된 단지라 3년 거주 의무 적용을 받는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5호 (2023.04.19~2023.04.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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