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극장 뱀 소동부터 BTS 신드롬까지… 한류의 형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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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1988년 9월 24일 서울 명동 코리아 극장, 신촌 신영극장 등에서 첫 직배영화 '위험한 정사'를 개봉했다. 그리고 일주일 뒤인 9월 30일, '위험한 정사'를 상영하던 코리아극장 객석에서 물뱀과 꽃뱀 네 마리가 발견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10월 1일에는 신영극장 여자화장실에서 뱀 열 마리가 발견되었다."
영화법 개정으로 외국 영화사들이 국내 영화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할리우드 영화를 배급할 수 있게 되자 당황한 국내 영화계가 한 일은 극장에 뱀을 풀어놓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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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지 지음
어크로스, 328쪽, 1만8800원
“결국 1988년 9월 24일 서울 명동 코리아 극장, 신촌 신영극장 등에서 첫 직배영화 ‘위험한 정사’를 개봉했다. 그리고 일주일 뒤인 9월 30일, ‘위험한 정사’를 상영하던 코리아극장 객석에서 물뱀과 꽃뱀 네 마리가 발견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10월 1일에는 신영극장 여자화장실에서 뱀 열 마리가 발견되었다.”
‘뱀 소동’은 믿기 어렵지만 실제로 벌어진 일이다. 1986년 이전까진 국내 영화사만 외화를 수입해 배급할 수 있었다. 외화로 벌어들인 돈으로 한국 영화를 제작하던 시대였다. 영화법 개정으로 외국 영화사들이 국내 영화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할리우드 영화를 배급할 수 있게 되자 당황한 국내 영화계가 한 일은 극장에 뱀을 풀어놓는 것이었다.
2020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을 수상하며 4관왕에 올랐다. 이듬해 9월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에 공개된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TV쇼 부문 스트리밍 세계 1위를 기록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은 빌보드의 각종 차트를 석권하며 전세계에 팬덤을 형성했다.
30여년 간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한류는 예상치 못한 환경과 제도의 변화, 기술 발전을 비롯한 다양한 원인이 불러온 결과다. 한류의 성공을 김윤지는 ‘설계되지 않은 성공’이라고 표현했다. 벤처캐피털들이 실패의 위험을 감수하고 한국영화에 투자하지 않았다면 봉준호, 박찬욱 같은 감독들이 기회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영화진흥법을 제정해 영화산업의 성장을 도모한 정부도 있었다. 음원 디지털화로 수익이 떨어진 음반기획사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지 않았더라면 K팝이 보편적 코드를 가질 수 있었을까.
‘한류 외전’을 쓴 문화산업 연구자 김윤지는 문화가 산업화되는 과정에서 문화연구자와 경제연구자가 서로 눈높이를 맞춰야하는 부분에 대해 주로 이야기해 왔다. 이 책은 영화시장 개방부터 BTS 신드롬에 이르는 시간 동안 한국의 문화산업에 생긴 일들을 9개의 장면을 통해 설명한다.
저자는 서울대 인류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경제학부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제지 기자를 거쳐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서 문화콘텐츠산업, 경제정책, 중소기업 연구 등을 담당하고 있다. 콘텐츠산업, 문화정책, 문화경제학에 대한 글을 쓴다. 저서로 ‘박스오피스 경제학’ ‘한류노믹스’(공저) ‘오징어 게임과 콘텐츠 혁명’(공저) 등이 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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