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건축왕, 정치인 청탁 의혹…경찰에 특별수사 요청"
여야가 전세 사기 피해 사건을 놓고 연일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당정은 피해를 입은 임차인에게 주택 경매 때 우선매수권을 주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20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과 정부의 당정협의회 내용을 보니 전세 사기 사태를 두고 문재인 정부 탓만 하더라”며 “부동산에 대해 자신이 없으면 다시 민주당에 정권을 돌려달라. 우리가 해결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김두관 의원도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벌써 1년이 됐는데 전 정부 탓을 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원 장관은 “원인 제공자가 갑자기 해결사를 자처해서는 곤란하다”며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받아쳤다. 이어 “전세 사기의 원인은 (문재인 정부 시절) 집값과 전셋값 폭등 때문인데 전셋값을 폭등시킨 것은 임대차 시장에 충격을 줬던 (민주당의) 무리한 (임대차 3법) 입법과 보증금에 대한 무제한 대출”이라며 “(전 정부가) 사기꾼에게 먹잇감을 던져준 뒤 아무런 대책과 경고음 없이 방치한 게 2년 지나서 터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원 장관과 야당은 ‘전세 사기 피해 주택 공공매입’ 방안을 놓고도 강하게 충돌했다. 야당은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피해 주택을 직접 매입하거나 임대차 보증금을 피해자에게 내주고 보증금 반환 채권을 정부가 인수하는 방식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정부가 싼 값에 피해 주택을 매입해 주거 임차인이 기존 거주지에서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당시 미국은 부실한 채권을 매입해 전세 세입자의 주거를 보장해줬는데 우리는 왜 못하느냐”고 했다. 그러자 원 장관은 “민사 법률 관계상 공공 매입의 매수 대금은 선순위 채권자에게만 가게 돼 있다”며 “무슨 돈을 가지고 어느 금액에 매입하느냐. 그 가격은 누가 정하느냐”고 반박했다.
이에 심 의원은 “정부 대책인 우선매수권과 대출 지원만으로는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이라며 “피해자 대부분이 전세 대출을 떠안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을 더 받아서 집을 사라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원 장관은 “피해자가 우선매수권을 희망한다면 희망자 모두에게 줄 수 있다”며 “우선매수권을 주게 되면 (경매에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대출해줄 수 있다. 거치 기간도 충분히 둘 생각”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검토하는 우선매수권은 전세 사기 피해 주택이 경매에 나왔을 때 경매 최고가로 구입할 수 있는 권리를 피해자에게 우선 주는 방식이다.
전날 정부가 피해자 거주 주택에 대한 경매·매각을 전격 중단시킨 것과 관련해서도 원 장관은 “유예 기간 6개월은 짧다. 법원과 협의해 충분한 기간을 확보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당정, 전세사기 범죄수익 전액몰수키로
국민의힘과 정부는 국토위에 앞서 이날 오전 열린 당정협의에서 전세 사기 피해자에게 주택 경매 때 우선매수권을 주고, 저리 대출을 지원하는 방안을 공식화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피해 주택 경매 때 일정 기준에 맞춰 임차인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며 “피해 임차인이 거주 주택 낙찰 시 구입 자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저리 대출을 충분한 거치 기간을 두어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정은 조직적 전세 사기로 벌어들인 범죄수익에 대해선 전액 몰수를 추진하고, 21일부터 피해 지역에 ‘찾아가는 상담버스’를 운영해 현장 상담을 제공하기로 했다. 또 인천 미추홀구 전세 사기 주범인 남모씨가 검사장 출신 변호사를 선임한 것에 대해서는 경찰청에 특별수사를 의뢰했다. 원희룡 장관은 국토위 회의에서도 ‘인천 유력 정치인 개입설’과 관련해 “경찰에 신속한 특별수사를 공식적으로 요청한 상태”라며 “건축왕이라는 남모씨는 범죄자이자 사기 가해자다. 이 사람이 다른 지역에 가서 투자사업을 실제로 벌였다. 그 과정에서 고위 정치인들에게 청탁과 압력을 가했다는 제보들이 있기 때문에 특별수사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여당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전세 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법안을 4월 임시국회 때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27일 국회 본회의는 오로지 민생 법안에 집중해야 한다”며 “불필요한 정쟁 유발 법안은 뒤로 미루고 전세 사기 대책 관련 법을 합의 처리하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4월 임시국회 우선 처리법안으로 ▶보증보험 가입 후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도록 한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전세 사기 가담 공인중개사·감정평가사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공인중개사 및 감정평가사법 개정안 등 5건을 꼽고 있다. 국민의힘 박대출, 민주당 김민석, 김용신 정의당 정책위의장은 21일 만나 전세 사기 대책 관련 의사일정을 협의한다.
전민구 기자 jeon.ming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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