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뛰는 환율…수출 부진·美 긴축 강화에 원화값 한때 연중 최저
원화값이 또 출렁이고 있다. 최근 안정세를 찾는 듯했던, 달러 대비 원화가치가 다시 연중 최저점을 경신했다. 수출 감소 등 ‘경제 펀더멘털’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대외 경제 변수에 외환시장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달러당 1330원까지 떨어진 원화값
다만 이날 오후 중국 위안화 가격 반등과 독일 생산자물가지수(PPI) 급락 소식이 전해지면서, 달러 대비 원화값은 전 거래일 대비 소폭 상승하며 마감했다. 지난달 독일 PPI는 전년 동월 대비 7.5% 상승하며 시장 예상치(9.8%)보다 크게 떨어져, 물가 상승세 완화 기대감을 키웠다.
널뛰기 원화값, 대외 지표에 민감하게 반응
실제 불과 일주일 전인 지난 14일 달러 대비 원화 가치(1298.9원)는 11일 만에 1200원까지 상승하면서 안정을 찾는 모습을 보였었다. 13일(현지시간) 발표한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시장 예상치보다 낮게 나오자, 긴축 정책 중단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 전날 발표한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국민연금의 외환스와프도 환율 안정에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주요 인사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발언이 나오면서, 긴축 강화 우려에 원화 가치가 다시 떨어지기 시작했다. 실제 14일부터 19일까지 3거래일 동안 떨어진 달러 당 원화값은 26.8원에 달했다. 이 때문에 19일(1325.7원)에는 종가 기준으로 올해 최저 가격까지 하락했다.
특히 18일 발표한 올해 1분기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한국 수출과 연결되는 산업생산이 기대치를 밑돌게 나온 것도 원화 가치는 하락을 이끌었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효과가 지연되거나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면, 한국 수출 반등도 어려워 원화 약세가 커진 것이다.
무역수지 적자, 원화 약세 이끌어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 중 달러 대비 원화 가치 하락률(1월 말 대비 2월 말 변화율)은 주요 통화국 평균의 두 배를 넘어섰다. 이례적인 원화 약세에 대해 한국은행은 “상당 부분인 약 40%가 무역수지 충격으로 설명된다”고 했다. 실제 한국과 마찬가지로 무역수지가 악화한 태국·남아프리카공화국·아르헨티나 등의 통화 가치도 한국과 비슷한 수준의 약세를 보였다.
수출 부진·한미 금리 차에 환율 반등 쉽지 않아
문제는 앞으로 전망도 밝지 않다는 점이다.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예상보다 빠르게 나오지 않으면서, 한국의 수출 반등도 시간이 더 걸릴 가능성이 크다. 국내 경기 상황 때문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쉽사리 올리지 못하면서, 역대 최고 수준으로 벌어진 한·미 금리 차도 문제다. 현재 최대 1.5%포인트인 한·미 금리 차는 미국의 1~2차례 기준금리를 더 올리면 최대 2%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다. 이 경우 원화 약세가 더 가파르게 나타나면서, 환율이 또다시 출렁일 가능성이 크다.
대외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국제유가의 재상승 가능성도 부담이다. 특히 당분간 달러당 1300원대의 낮은 원화 가치가 유지된다면, 에너지 수입 부담이 커지면서 무역수지 적자 폭이 이어질 수 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수출을 중심으로 한 한국 경제의 취약성은 글로벌 경기 침체, 미·중 갈등같이 우리가 제어할 수 없는 요인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제어하기가 더 어렵다”면서 “수출 경쟁 강화를 위한 정책 지원 등 할 수 있는 노력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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