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팔자’ 장항준 “남의 장단에 춤추지 말자는 게 신조”

임세정 2023. 4. 20.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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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드라마 작가 김은희의 남편' '하늘이 내린 꿀팔자'로 더 유명하지만 장항준은 '박봉곤 가출사건'(1996) 이후 30년 가까이 충무로를 지켜 온 영화감독이다.

차기작으로는 그간의 작품들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스릴러물 '오픈 더 도어'를 만들고 개봉을 기다리는 중이다.

다양한 글을 쓰고 작품을 만들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그에게 생긴 남다른 철학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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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중앙고 농구부 도전기 담은 영화 ‘리바운드’
“아내 김은희 작가 각색…‘웬 떡이냐’ 싶어”
영화 '리바운드' 스틸.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요즘 ‘드라마 작가 김은희의 남편’ ‘하늘이 내린 꿀팔자’로 더 유명하지만 장항준은 ‘박봉곤 가출사건’(1996) 이후 30년 가까이 충무로를 지켜 온 영화감독이다. 그가 6년 만의 신작 ‘리바운드’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영화는 2012년 제37회 대한농구협회장기 전국 중·고교농구대회에서 파란을 일으킨 부산중앙고 농구부의 도전기를 담아냈다.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장 감독은 “제작사에선 2012년부터 영화화 작업을 시작했고 내가 시나리오를 받은 건 2018년이었다. 작위적이라고 생각될 만큼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며 “이게 진짜라면 꼭 하고 싶었다. 설레고 피가 끓었다”고 처음 이야기를 만난 당시를 떠올렸다.

장항준 감독. 미디어랩시소 제공

권성희 작가가 쓴 영화 각본은 장 감독의 아내 김은희 작가의 각색을 거쳐 영화로 만들어졌다. 장 감독은 “아내와 딸이 시나리오를 한 번 읽어보고 싶다기에 보여줬다. 아내가 ‘이 영화 꼭 했으면 좋겠다. 내가 고쳐보면 안되겠냐’고 하더라”며 “‘웬 떡이냐’ 싶었다. 권 작가가 워낙 큰 그림을 잘 잡아놓기도 했다”고 돌이켰다.

‘리바운드’는 투자사를 구하지 못해 제작이 무산되기도 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세상에 나왔다. 장 감독은 “사실 스포츠 영화가 충무로 상업영화의 주류는 아니다. 남이 가보지 않은 길인 거 같았다”며 “막상 넥슨에서 제작비 전액을 투자한다고 했을 땐 믿기지 않았다. 수많은 블록버스터 영화들을 상대해야 되는데 착하기만 한 영화가 투자자들에게 선택되긴 쉽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했다.

장항준 감독. 미디어랩시소 제공

김은희 작가의 이름을 처음 알린 드라마 ‘싸인’ 때도 마찬가지였다. 극본은 김 작가와 그가 함께 썼다. 장 감독은 “안전빵은 재미없다. 시체를 해부하는 내용으로 드라마를 한다고 했을 때 ‘그런 장르의 드라마가 없었기 때문에 잘 될리 없다’ 생각했다”며 “편성도 못 받고 있다가 운 좋게 방송이 됐고 반응이 좋았다. 그럴 때 오는 쾌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길을 갈 때도 한 번 갔던 길을 안 가고 멀리 돌아서라도 올 때는 다른 낯선 길로 오는 편이다. 원래 쉬운 것도 잘 못하기 때문에 어려운 길이나 쉬운 길이나 어렵긴 매한가지”라며 웃었다.

차기작으로는 그간의 작품들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스릴러물 ‘오픈 더 도어’를 만들고 개봉을 기다리는 중이다. 장 감독은 “내가 얘기하지 않았다면 내가 찍은 줄 모를 영화”라고 소개했다.

장 감독은 영화, 드라마, 예능에서 종횡무진으로 활약한다. 그는 “끈기가 없어서 그런 거 같다. 한 장르에 푹 빠져 몇 년 보내면 다른 게 매력적으로 보이고, 그 다음엔 또 다른 걸 하고 싶다”며 “식당 중에 전문점이 많은데 나는 김밥천국같은 스타일이다. 순두부찌개도 있고 된장찌개도 있고 라면도 있다”고 스스로를 표현했다.

영화 '리바운드' 스틸.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다양한 글을 쓰고 작품을 만들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그에게 생긴 남다른 철학이 있을까. 장 감독은 “시장의 흐름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 만들던 영화가 엎어져서 시간을 지나보내는 건 영화인의 숙명이라 생각한다”며 “오랫동안 영화 일을 하면서 생긴 일에 대한 신조는 ‘남이 좋아하는 걸 하지 말고 내가 좋아하는 걸 하자, 춤을 춰도 남의 장단에 추지 말자’는 것”이라고 명료하게 정리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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