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유 33% 떨어졌는데 본사 공급가는 ‘찔끔’…점주들 뿔났다”

백일현, 유지연, 최선을 2023. 4. 20.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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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에 프랜차이즈 업계 과도한 수익, 비용 전가 논란
지난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SETEC에서 열린 '제69회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에서 참관객들이 창업 강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치킨 프랜차이즈 bhc는 지난해 7월 한 통(15㎏)에 8만2500원 하던 고올레산 해바라기 오일을 13만2750원으로 60.9% 인상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악화하면서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다는 이유에서다. 폭리 논란이 불거지자 본사 측은 공급가를 12만5700→12만1050원으로 두 차례 인하하면서 “국제 시세가 안정되면 가격을 재조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익명을 원한 bhc 점주는 20일 중앙일보와 전화 통화에서 “이후에 해바라기유 가격이 더 내려간 것으로 아는데 본사에서 아무런 조치가 없다”며 “해바라기유는 월 30~40캔을 써야 해 상당히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국제 해바라기유는 올 2월 t당 1428달러로, 지난해 6월 대비해 33.7% 떨어졌다. 지난해 10월 소폭 상승한 것을 빼고는 내리 하락세였다. 그럼에도 bhc의 공급 가격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bhc·버거킹·이차돌, 물품 고가 공급 논란


물가 급등과 전기‧가스 요금 인상 등으로 자영업자의 경영난이 가중되는 가운데 프랜차이즈 본사의 횡포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 가격보다 비싸게 물품을 공급한다거나 마케팅 비용을 전가하면서 본사만 배를 불린다는 얘기다.

bhc는 지난해 매출 5075억원, 영업이익 141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27.9%에 이른다. 경쟁사인 BBQ(15.3%)나 교촌치킨(0.6%)보다 월등히 높다. 주주들은 최근 3년간 배당금으로 3270억원을 받아갔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런 높은 수익률과 배당 성향에 대해 점주들은 “본사의 원재료 공급 가격이 과도하게 높기 때문”이라고 의문을 제기한다. bhc에 따르면 주요 제품의 이날 기준 공급가는 생닭 6050원, 무 329원, 케첩 7270원(200개 들이·개당 36.3원) 등이다. 한 점주는 “가령 케첩은 공동구매하면 본사 공급가보다 3분의 1수준으로 살 수 있어 대표적인 ‘뻥튀기 가격’”이라며 “이런 제품도 본사에서 반드시 구매하도록 ‘강제 품목’으로 묶어두고 있다. 수익을 내기 어렵다 보니 폐업을 고민하는 곳도 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9~2021년 중 bhc 가맹점 466곳(연평균 전체 가맹점의 9.3%)이 문을 닫았다.

bhc 본사 측은 이에 대해 “영업이익률이 높은 것은 자체 물류 인프라와 소스 공장을 보유해 경영 효율성을 높였기 때문”이라며 “최근엔 가맹점주에게 상생지원금 100억원을 지원했다”고 답했다. 이어 “해바라기유 가격 변동은 논의 중이며 케첩도 시중 제품은 택배비용까지 더하면 우리보다 비싸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버거 프랜차이즈인 버거킹에서도 최근 공급가격 때문에 본사와 점주 간 갈등이 커졌다. 버거킹 본사는 15㎏ 기준 5만9964원인 식용유를 필수 구매 품목으로 정해두고 있다. 이에 대해 점주 측은 “도매 업체를 통하면 비슷한 제품을 4만1250원에 살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할인 이벤트를 하면 점주에게 부담이 가중되는 것도 시빗거리다. 한 버거킹 점주는 “버거 한 개를 사면 하나를 무료로 주는 ‘1+1’ 행사 때 본사는 ‘비용의 50%’가 아닌 ‘원가 상승률의 50%’를 지원한다”며 “가령 4700원짜리 와퍼 주니어 할인을 하면 본사 부담은 개당 50%인 2350원이 아닌 261.6원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버거킹 본사는 “프로모션 진행 시 원가율 상승분의 50%를 지원하는 것은 2018년 공정거래조정원 분쟁조정 합의에 따른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한식 프랜차이즈 이차돌에서는 시중 가격보다 비싸게 고기를 공급한다며 논란이 일었다. 한 점주는 “시중에서 ㎏당 1만1000원에 살 수 있는 차돌박이 고기를 1만8000원에 받고 있다. 박스당 10만원 정도 차이가 난다”고 주장했다. 이차돌 본사 측은 “최소 6개월 이상의 안전 재고를 확보하다 보니 시세와 차이가 생긴 것”이라고 답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과도한 필수 품목 막는 가이드라인 필요”


메가커피 브랜드를 운영하는 메가엠지씨커피는 앞서 광고비를 가맹점주에게 떠넘겼다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지난해 말 축구 국가대표 손흥민 선수를 모델로 기용한 광고를 포함한 전체 광고비 60억원 중 절반을 가맹점에 부담하라고 하면서 반발을 샀다. 한 점주는 “결국 다수결로 의결돼 올해 1월부터 기존 가맹비 15만원에 광고료 12만원을 추가로 내고 있다”고 말했다. 메가엠지씨 측은 “광고판촉 사전동의제에 따라 가맹점의 50% 이상이 동의하면 광고비 분담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메가커피 가맹점은 1593개로 국내 최다인 이디야(3005개)보다 적지만 최근 3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37%로 국내 최고 수준이다.

이중선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사무국장은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는 갈수록 늘어 현재 전국에 33만여 개”라며 “필수 품목을 본사를 통해서만 구매해야 하고, 로열티까지 이중으로 챙겨가는 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종열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가맹거래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필수 물품을 과도하게 설정하지 못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일현·유지연·최선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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