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활쏘기 국궁의 오묘한 매력

송성호 2023. 4. 2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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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신 단련 효과있는 운동, 요즘 같은 날씨에 제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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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성호 기자]

심신의 단련을 위해서 우리나라 전통 활쏘기인 국궁에 입문한 지 어느덧 1년 하고도 6개월 가량 지났다. 활쏘기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취미로 활을 1년 넘게 쏘고 있다고 말하면 으레 제법 명사수의 포스가 나기 시작하겠다고 우스갯소리를 하곤 한다. 하지만 활쏘기는 그렇게 만만히 볼 운동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야 조금씩 깨달아 가는 요즘이다. 그리고 그게 활쏘기가 매력적인 취미가 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활쏘기의 오묘한 매력

활쏘기는 어렵다. 그래서 매력적이다.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모래알 같은 것이 활이다. 자리에 서서 시위를 당겨 과녁을 향해 발사하는 것이 활쏘기의 시작과 끝이지만 그 찰나에 많은 것이 담겨 있다. 고요하고 우아하게 강물 위를 거닐고 있지만 수면 아래에선 발을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백조와 같달까.

저 멀리 145m 떨어진 과녁을 바라보며 호흡을 가다듬는다. 화살 한 개를 집어 들어 활시위에 먹인다. 차분하게 활과 화살을 들어 올린 후 엄지발가락을 지그시 누르면서 시위를 가득 당긴다.

이때 호흡은 자연스레 단전으로 모이고, 하체를 비롯한 몸 전체가 단단히 뿌리를 내린 소나무처럼 곧고 튼튼해진다. 멈추어 있는 듯 보이나 양팔은 끝없이 밀고 당기며 정중동의 상태에 놓인다. 그러다 어느 지점을 넘기면 마치 싹이 씨앗을 뚫고 고개를 내밀듯 양분되어 있던 힘의 균형이 자연스럽게 둘로 나뉘어 이완된다. 그러면 화살은 시위를 떠나 과녁을 향해 꼬리치며 하늘 높이 날아간다.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을 무의식 깊숙한 곳까지 각인시켜 자연스럽게 이뤄지게 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나를 신경 쓰면 다른 하나를 놓치는 식의 반복이다. 늘 같은 마음과 같은 몸동작으로 활을 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매 순간순간이 깨어 있음의 연속이며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된다.

단순해 보이는 과정에 많은 것들이 담겨 있어 동작 하나도 허투루 할 수 없다는 것. 활쏘기가 심신을 고루 단련 시키기에 제격인 이유다.
 
 과녁을 향해 시위를 한껏 당긴 모습
ⓒ 송성호
 
마음을 비워야 더 잘 맞는 아이러니

국궁에서는 한 번 화살을 쏠 때 다섯 발씩 쏘게 되며, 이를 '한 순(巡)'이라고 부른다. 한 순에서 다섯 발을 모두 명중하게 되면 '몰기(沒技)'라고 하는데, 활을 배우고 처음 몰기를 하는 사람은 이제 어느 정도 활을 쏠 줄 안다고 인정받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다섯 발을 모두 맞히려면 자세의 일관성도 중요하지만 동요하지 않는 마음 역시 중요하다. 특히 4발이 연달아 맞았을 때 견물생심처럼 마음이 요동치는 것을 잘 다스려야 한다.

명중하고자 하는 마음을 비워야 오히려 명중에 더 가까워진다. 나는 이것이 잘 되지 않아 활을 배우고 약 1년이 지난 시점에서야 첫 몰기를 했다.

이미 많은 성현들이 과정에 임함에 있어 집착하는 마음을 내려놓아야 보다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을 남겼다. 이는 활쏘기에도 적용이 된다. 과녁에 어떻게든 맞추려 집착하면 할수록 마음은 조급해지고, 그에 따라 자세는 더 어그러지니 당연히 더 잘 맞지 않는 악순환에 빠진다.

반면 마음을 비우고 올바른 자세를 갖추려고 몸의 감각에 온 정신을 집중하면 그에 따라 화살이 과녁과 상봉하게 되는 자연스러운 귀결에 이르게 된다.

충무공 이순신은 '살고자 하는 자는 죽고, 죽고자 하는 자는 살 것(사즉생死則 생즉사生則死)'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충무공은 활을 잘 쐈던 것으로 유명한 인물 중 한 명이다. 그의 이런 어록은 평소 활쏘기에서 터득한 마음 비우기의 아이러니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었을까 싶은 상상도 해본다. 

요즘같이 날씨가 따뜻하고 꽃과 녹음이 어우러져 자연과 벗삼아 놀고 싶을 때가 활쏘기 제격인 시기다. 몸과 마음을 단련해 주고 오래도록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활쏘기의 매력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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