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영 교수의 ESG와 기독교-17] ESG 경영, 성경 속의 생물다양성
ESG 환경경영은 전통적으로 넷 제로(Net Zero, 지구 기후에 변화를 초래하는 온실가스 배출과 흡수가 균형에 이른 상태),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 기업 활동에 필요한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생산된 전기로 사용) 등 기업의 온실가스배출 저감을 통한 기후 변화 대응에 중점을 두었으나 2022년 이후 생물 다양성 보호도 중요한 지표로 등장했다.
생물다양성은 특히 2022년 12월 19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The 15th Conference of the Parties, COP15)에서 쿤밍-몬트리올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lobal Biodiversity Framework, GBF)가 채택되면서 국제사회의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사실 생물다양성은 ESG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그 중요성이 논의되어왔는데, 가령 1992년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Rio de Janeiro) 지구정상회담에서 지속가능한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158개국 정부가 생물다양성협약에 서명한 바 있다.
생물다양성협약 제2조에 따르면, ‘생물다양성(Biodiversity)이란 육상, 해상 및 그 밖의 수중생태계와 이들 생태계가 부분을 이루는 복합생태계 등 모든 분야의 생물체 간의 변이성을 말하며, 이는 종 내의 다양성, 종간의 다양성 및 생태계의 다양성을 포함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협약이 이루어진 배경은 급속한 산업화로 인한 오염물질 배출, 무분별한 개발에 따른 서식환경의 악화, 생태계 파괴, 기후온난화 등으로 생물다양성이 급속하게 감소하고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인류의 식량공급을 위협하고 의약품 개발의 제한을 가져오며, 대기오염 및 수질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생물다양성은 비록 인류의 생존과 번영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논의되기 시작한 개념이기는 하지만, 성경적 세계관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창세기 1장 11절 이하에 보면 하나님은 셋째 날 ‘땅은 풀과 씨 맺는 채소와 각기 종류대로 씨 가진 열매 맺는 나무’를 창조하신다. 다섯째 날에도, 하나님은 ‘물들은 생물을 번성하게 하라 땅 위 하늘의 궁창에는 새가 날으라 하시고, 하나님이 큰 바다 짐승들과 물에서 번성하여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그 종류대로, 날개 있는 모든 새를 그 종류대로 창조(창 1:20~21)’하신다. 여섯째 날에도, ‘땅은 생물을 그 종류대로 내되 가축과 기는 것과 땅의 짐승을 종류대로 내라’ 말씀하시는데, 이 구절들은 하나님이 어떻게 다양한 생물을 창조하시고 그들을 선하게 생각하시는지를 묘사하고 있다.
창세기 1장에 기술된 창조의 모든 날, 마지막에 예외 없이 등장하는 문장은 ‘보시기에 좋았더라’이다. 이 말씀은 히브리어 토브(טוב)에 해당하는 단어로 선하고, 아름답고, 온전함을 가리키는 말이다. 자연과 창조하신 모든 생명체를 보시고 ‘심히 좋았더라(창 1:31)’ 말씀하시며 창조세계의 온전함에 대한 기쁨과 감격으로 창조를 마무리하시는 것이다. ‘좋았더라’는 인간과 생태계 모든 피조물이 하나님의 창조질서 아래 서로 어우러져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복된 것인가에 대한 강조이기도 하다.
창세기 1장 말씀은 인간이 생물다양성을 훼손하는 것은 하나님이 세우신 창조질서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이며 창조된 생태계의 온전함을 무너뜨리는 행위임을 명백하게 나타낸다. 하나님은 인간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가 함께 생육하고 번성할 권리를 주셨으며, 창조된 자연만물을 잘 다스리도록 의무를 부여하셨는데, 인간은 그에 반하는 이기적이고 무분별한 개발을 함으로써 생물다양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편의와 부의 축적을 위해 자연을 파괴하고 특정 생명체를 소홀히 다루는 행위는 서로 조화를 이루라는 하나님의 선한 창조원리에 반하는 행위이다.
시편 104장의 저자는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자연의 아름다움과 조화를 찬양하고 있다. 24절을 보면 ‘여호와여 주께서 하신 일이 어찌 그리 많은지요 주께서 지혜로 그들을 다 지으셨으니 주께서 지으신 것들이 땅에 가득하니이다’며 창조세계의 다양성과 풍요로움을 찬양한다. 자연 속 만물은 유기체로서 모든 것이 협력할 때 선이 이루어진다는 말씀이다. 잠언 12장 10절에도, ‘의인은 자기의 가축의 생명을 돌보나 악인의 긍휼은 잔인이니라’, 즉 가축으로 표현된 다른 종들을 보존하고 보호함으로 생물다양성을 촉진하는 것이 의로운 행위라고 말씀하고 있다.
로마서 1장 20절에는 ‘창세로부터 그의 보이지 아니하는 것들 곧 그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이 그가 만드신 만물에 분명히 보여 알려졌나니 그러므로 그들이 핑계하지 못할지니라’고 말씀하신다. 이 구절을 통해 사도 바울은 자연계의 모든 것이 하나님의 피조물이며 하나님의 신성이 그 안에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선하게 창조되고 인간에게 맡기신 다양한 생물에 대해 감사하고 그들을 보호하는 것이 하나님을 경배하는 인간이 마땅히 해야 할 바임을 나타내는 것이다.
생물다양성은 창조질서를 보존하고 선하게 관리하라는 하나님 명령에 대한 순종이라는 관점에서뿐만 아니라, 인간 자신의 지속가능한 번영과 행복을 위해서도 피해갈 수 없음이 과학적으로도 입증되고 있다. 한번 훼손된 생물다양성은 다시 회복되기 어려우며 하나의 종이 사라지면 연쇄적으로 다른 종에 영향을 미치게 되어 생태계의 균형이 파괴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활동은 수많은 요소와 그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복잡계(Complex systems, 수많은 구성 요소들의 상호 작용을 통해 구성 요소 하나하나의 특성과는 다른 새로운 현상과 질서가 나타나는 시스템)로 연결된 자연에 의존하고 있다. 인류도 생물다양성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으며 그 다양성에 의존하여 미래를 만들어갈 운명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다음 회, 성경 속의 생물다양성과 기업 ESG 실천사례)
◇이호영 교수는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교내 ESG/기업윤리 연구센터 센터장으로 ESG경영, 재무회계와 회계감사, 경영윤리를 강의하고 여러 기업을 대상으로 ESG 관련 자문을 하고 있다.
정리=
전병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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