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훈이 사회적 메시지 있는 작품에 끌리는 이유
[이준목 기자]
▲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 tvN |
"감독님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죠? 난 지금입니다!" 만화 <슬램덩크>의 명대사처럼 누구에게나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영광의 순간이 있다. 스스로의 끊임없는 노력과 열정으로 찬란한 영광을 이룩해낸 이들의 사연은 큰 감동을 선사한다.
4월 19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190회는 '영광의 시대' 특집으로 배우 이제훈, 영화감독 이병헌, 스노보드 국가대표 이채운이 출연하여 지금 자신들이 걸어가고 있는 영광의 순간을 조명했다.
16세의 스노보드 신동 이채운은 한국 선수로는 최초이자 역대 최연소 스노보드 세계선수권 챔피언에 등극하며 이름을 알렸다. 대한민국 설상 종목 역사상으로는 첫 금메달이기도 했다. 대회 우승 이후 많이 주목받으며 바쁠 것 같다는 질문에 이채운은 "제가 기대했던 만큼은 아니더라"는 솔직한 답변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대회 전날에는 컨디션 난조에 헛구역질을 할 정도로 긴장했다던 이채운은 정작 대회에서는 유일하게 모든 선수 중 단 한 번도 넘어지지 않을 만큼 실전에 강한 강심장의 면모를 드러냈다. 1, 2차 시기까지 부진했던 이채운은 3차 시기에서 공중 4바퀴 1440도 회전 묘기(백투백)를 완벽하게 선보이며 93.5점이라는 최종점수를 획득하여 드라마틱한 대역전극을 이뤄냈다.
이채운은 금메달을 획득하고 설산에서 울려퍼지는 애국가를 들으며 뭉클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원래 눈물이 많은 편이다. 다른 데서 애국가만 들어도 뭉클한 편인데, 제 힘으로 타지에서 애국가를 울리게 하니까 더 뭉클하더라. 울지 않고 참아보려고 노력했다."고 고백했다.
이채운은 2022년 만 15세의 나이에 전 세계 남자선수 중 최연소로 베이징동계올림픽에 출전하며 국가대표의 꿈을 이뤘다. 올림픽 첫 출전의 부담감 속에서 이채운은 "태극마크를 달았다는 자체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만큼, 다른 국가에 밀리지 않게 최선을 다해보자고 다짐했다"고 밝혔다. 올림픽 스노보드 최다 금메달에 빛나는 '하프파이프의 황제' 숀 화이트를 만나서 "나이도 어린데 장하다"며 격려의 메시지를 받기도 했다고.
스노보드는 시즌이 12월부터 시작하여 미국과 스위스 등을 넘나들며 1년 내내 해외에서 훈련과 경기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고, 한국에 머무는 기간은 두 달 정도에 불과하다. 또래 10대들처럼 친구들과 놀거나 쉬고 싶은 생각이 들 법도 하다. 그럼에도 이채운은 "이게 제 인생을 책임져줄 꿈이니까" 견딜 수 있다면서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한 명의 세계적인 선수가 탄생하기까지는 본인만이 아닌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채운에게도 그의 뒤를 묵묵히 뒷바라지해준 부모님의 헌신이 있었다. 이채운은 "부모님의 꿈을 빼앗아서 내 꿈을 이루고 있는 기분이다. 그래서 더 책임감있게 열심히 할 수 있었다"고 감사를 전하며 "언젠가 아버지가 좋아하는 오토바이를 사 드려서 함께 전국투어를 하는 게 꿈"이라고 고백했다.
아들의 진심을 전해들은 부친은 눈시울을 붉히면서 "지금처럼 즐기면서 하기를, 너한테 쏟은 시간은 아깝지 않으니까. 최선을 다해서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가 되길 바란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애틋한 부정을 드러냈다.
이채운은 앞으로 빅에어, 슬로프스타일, 하프파이프 세 종목에서 모두 금메달이 목표라는 포부를 밝혔다. 약 4년 뒤 다음 올림픽 정도가 되면 다섯 바퀴 회전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한 이채운은 "보드하고 저는 한몸이라고 생각한다. 보드를 믿고 제 몸도 믿으니까"라며 더 밝은 미래를 기약했다.
▲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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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직업> <멜로가 체질> <스물> <써니> 등의 화제작에서 특유의 '말맛'으로 1600만 관객을 홀린 드라마-영화 감독 이병헌이 다음 자기님으로 출연했다.
이 감독의 신작인 <드림>은 아이유-박서준 주연으로 2010년 홈리스월드컵 출전의 실화를 모티브로 만든 이야기다. 한 번 제작이 무산됐다는 사실을 밝힌 이병헌은 "홈리스가 축구하는 이야기라니까 편견이 있더라. 그동안 모든 작품에 걸쳐 받은 거절보다 이 한 작품에 받은 거절이 더 많았다"는 웃픈 고충을 토로했다.
유쾌한 입담의 이병헌은 작품마다 극중 캐릭터의 작명을 둘러싼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드림>에서 박서준이 연기한 '홍대'는 바로 이병헌 감독 매형의 이름이라고. 아이유가 맡은 '소민'은 이병헌이 좋아했던 이탈리아 고전영화 <라 스트라다>의 '젤소미나' 캐릭터에서 차용했다. 또한 이병헌의 작품마다 단골로 재탕된 환동, 범수, 인국 등은 모두 이병헌의 친구들 실명이라고.
이병헌 작품의 트레이드 마크는 역시 찰진 말맛을 빼놓을 수 없다. 각색에 참여했던 <써니> '욕배틀' 명장면은 강형철 감독의 '욕처럼 들리지만 사실 욕이 아닌 전라도 방언을 대사로 만들어보라'는 주문에서 탄생했다. 이병헌은 "강형철 감독 집에서 시나리오보다 설거지를 더 많이 했다. 써니의 욕배틀 장면을 완성하니 원래 칭찬에 인색하신 분인데, 역시나 칭찬을 안 하시더라"고 너스레를 떨며 웃음을 자아냈다.
시나리오 각색을 하던 이병헌 감독을 연출의 길로 들어서게 한 <힘내세요 병헌씨>는 영화 감독 준비생 이병헌의 고군분투를 다룬 자전적 이야기로 화제를 모았다. 이병헌은 "뭐라도 하나 만들어서 내 존재를 알려야겠다 싶었다"고 밝혔다.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열고 글 한 자를 쓰기 시작할 때까지 온갖 첩첩산중을 뚫어야 하는 창작자 지망생들의 실제 애환을 유쾌하고도 리얼하게 그려내며 관객보다 오히려 업계 관계자들의 큰 공감을 얻으면서 이병헌 감독의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병헌은 <스물>에 이어 1600만 관객(대한민국 역대 흥행 2위)을 돌파한 초대박작 <극한직업>을 잇달아 히트시키며 단숨에 주목받는 흥행 감독의 반열에 올랐다. 정작 이 정도의 흥행까지 예상하지 못 했다는 이병헌은 "몇 년 전 술자리에서 농담으로 우리 나라 시장규모에서 천만 관객은 기형적인 현상이라고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우리 영화가 바로 그 정도까지 가고 있으니까. '무서웠다'"는 속마음을 고백했다.
감독 초기에는 사실 '뭔가 보여주고 싶다'는 강박이 있었다는 이병헌은 "영화는 공동작업인데 모든 것을 통제하려니 병이 나서 죽겠더라"는 시행착오의 과정을 고백하며 "<극한직업>은 '내가 잘하는 걸 휘둘러야지'라는 느낌으로 했다. 그러니까 오히려 평가가 더 좋더라"는 이야기를 전했다.
이병헌은 "2019년 <기생충>이 영화제를 휩쓸 때 저는 관공서 감사패를 휩쓸었다. 수원시는 수원 통닭, 경찰청은 경찰을 소재로 해서, 인천시는 제가 인천 출신이라고 상을 주더라"는 유쾌한 일화를 전하며 미소를 지었다.
<극한직업>과 같은 해 선보인 드라마 <멜로가 체질>은 명대사와 웰메이드로 호평받았으나 시청률은 1%대에 그쳤다. 종방연에서 이병헌은 "미적지근한 3% 시청률보다 1%가 더 섹시하다"는 허세 충만 드립을 날렸다고. 이병헌은 "술 먹고 왜 그랬나 모르겠다"고 부끄러워하며 "실패한 것처럼 끝나는 느낌이 싫었나보다. 격려하는 차원에서 멋부리려고 한 말"이라고 고백했다.
한편으로 <멜로가 체질>은 이병헌이 유독 애착을 가진 작품으로 꼽기도 했다. 이병헌은 작중 수많은 명대사 중에서도 '나 힘들어 안아줘'라는 짧은 대사를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로 꼽으며 "이 말을 하려고 이 드라마를 한 건가 싶더라"고 고백했다.
이병헌은 <멜로가 체질>을 제작하는 동안 "스태프와 배우에게 전달가능한 글로서의 대본을 완성하는데 십 년치 메모장과 영혼까지 털어넣은 기분이었다"며 창작자의 고통을 고백하면서도 "더없이 즐거운 현장이었고 감독인 나의 저질 체력 외에 어떤 문제점도 없었다"며 작품을 향한 무한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병헌 감독의 차기작은 류승룡-안재홍-김유정이 출연하여 넷플릭스에서 제작을 완료한 <닭강정>이다.
▲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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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최고의 화제작 <모범택시2>에서 억울한 이들의 사연을 대신 해결해주는 한국판 히어로 '김도기'를 열연한 배우 이제훈이 마지막 자기님으로 출연했다. 이제훈은 "시즌1에 이어 시즌2가 다시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어서 감사드릴 따름"이라고 이야기했다.
사적 복수 대행극을 표방한 <모범택시>의 성공 비결에 대하여 이제훈은 "작가님이 실화를 바탕으로 이 세계관을 만들었다. 사회에 있는 울분과 피해자들의 고통에 대하여, 현실에서 우리가 할 수 없는 부분을 이 드라마를 통해서 조금이라도 해소할 수 있어서, 저도 찍으면서 통쾌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제훈은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로 시즌1의 가장 첫 번째 이야기였던 '젓갈공장 노예사건'을 꼽았다. "만드는 저희들에게도 관건이었다. 강하고 자극적인 이야기를 어떻게 공감을 살 수 있을까 고민했다. 이 이야기를 잘 소개할 수 있다면 이후에 대한 이야기들은 통쾌하게 보여드릴 수 있겠다 싶었다"는 게 이제훈의 설명이다.
이제훈은 <모범택시>를 통하여 신입사원-죄수-박수무당-조선족-시골농부-클럽 가드까지 다양한 '부캐'를 넘나들며 연기력을 발휘했다. 이제훈은 "제 밑천이 다 드러난 것 같다"며 부끄러워하면서도 에피소드마다 캐릭터와 관련된 소품까지 직접 준비할 만큼 노력했던 과정을 밝히며 "일상생활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룩을 꾸미고 다니는지를 많이 관찰하면서 기록하고 사진을 모았다"고 연기 비결을 공개했다.
한편으로 "무지개운수 사람들과 시즌3를 하면 너무너무 좋겠다고 다시 한 번 꿈꾸게 된다"며 차기 시즌에 대한 기대감도 숨기지 않았다. 이제훈은 "억울한 사람의 사연을 듣고 나쁜 놈들을 처단해주는 이야기가 실제로 사연을 겪은 분들이 봤을 때 부끄럽지 않은 작품이 되자고 생각했다"고 밝히며 또한 "이런 일들에 있어서 우리 주변에서 관심을 갖고 주위를 둘러봤으면 하는 생각이 시청자분들에게 잘 스며들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모든 것을 다 던져서 연기했다"고 고백했다.
이제훈은 순수한 소년의 감수성과 아슬아슬한 청춘의 그늘을 동시에 간직한 배우로 꼽힌다. 이제훈의 출세작인 독립영화 <파수꾼>을 연출한 윤성현 감독은 "미소년이 정색하면 무섭겠다는 막연한 느낌으로 이제훈을 캐스팅했다"는 비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파수꾼>에 대하여 이제훈은 "첫 주인공이라 뭣도 모르고 열심히만 했다. 작품 속에 빠져서 살아보자는 심경으로 연기했다. 이야기를 잘 담아주셔서 영화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많이 어필이 됐다. 저라는 사람이 잘 소개된 작품"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이제훈의 양면적 연기가 돋보인 <파수꾼>의 명장면인 '사과를 가장한 위협신'은 최근에도 수많은 연기 오디션에서 지망생들의 단골 레퍼토리로 소환될 정도라고. 이제훈은 <파수꾼> <고지전> 등으로 그해 영화제 신인상 6관왕을 휩쓸며 떠오르는 신성으로 자리매김했다.
▲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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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훈을 스타덤에 올린 대표작으론 역시 <건축학개론>을 빼놓을 수 없다. 공연한 배수지와 실제로는 10살의 나이차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캐릭터에 녹아들며 함께 '첫사랑의 추억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전람회의 명곡 '기억의 습작'이 배경음악으로 흐르는 가운데, 오해로 빚어진 이별에 눈물 흘리는 이제훈의 절절한 순정남 연기는 첫 사랑의 아픈 추억을 간직한 모든 이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이제훈은 "대본을 읽고 소름이 돋았다. 전람회의 노래를 들어본 사람이라면, 이 장면에서 크게 동요가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또다른 대표작 <시그널>에서는 엘리트 프로파일러 '박해영' 역을 맡아 기존과는 또다른 지적이고 냉철한 매력을 선보이며 성인 연기자로서 입지를 굳혔다. 동료 배우들로 혀를 내두를 정도로 전문용어가 쏟아지는 엄청난 양의 대사를 소화해야 했던 이제훈은 "그냥 대본을 계속 붙들고 있었다. 외운다기보다는 대본이 내 앞에 있어서 읽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스며들게 하려고 노력했다"는 자신만의 대본 소화 비결을 밝혔다.
대선배 김혜수와 공연하면서는 긴장감에 평소와 다르게 NG를 자주 내기도 했다고. 김혜수의 팬이었다는 이제훈은 "첫 촬영 때 선배님 얼굴을 보고 연기를 하는데 대사가 하나도 생각이 안 나서 당황했다. 어릴 때부터 우상으로 여겼던 배우인데 실제로 촬영장에서 만난 순간이 너무나도 떨리고 감격스러워서 정신을 못 차렸다"고 회상했다.
김혜수는 이제훈이 NG를 내자 특유의 애칭인 "자기야~"라고 불러주며 긴장한 후배를 다독여줬다고. 이제훈은 "'자기야'라는 말을 애인한테나 써봤지 많은 사람에게 편하게 써볼 일이 없었는데, 제가 경험해보니 너무 좋더라. 이렇게 따뜻하고 사랑스러울 수가 없구나 싶었다. 그때 배운 이후로 저도 함께하는 스태프들에게 가끔씩 '자기야'라고 한다"고 고백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또한 이제훈은 "김은희 작가님이 보고 계신다면, 열린 결말로 끝난 <시그널> 이후의 이야기를 써주셨으면 좋겠다. 조진웅, 김혜수 선배와 함께 다시 한 번 출연하고 싶은 개인적 소망이 있다"는 바람을 전했다.
주로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가 있는 작품들에 꾸준히 출연하는 이유에 대하여 이제훈은 "재미있는 이야기 속에 의미가 담겨있는 게 마음이 더 가더라. 좋은 작품들을 제안받고 남길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앞으로도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담을 수 있는 작품이라면 배우로서 감사하고 행복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훈은 "무거운 이야기를 보면서 다시는 이런 일들이 반복되지 않기를 너무나 마음속으로 깊이 외치고 있다"고 전하며 "완벽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제 자신을 보면서 한탄하거나 절망에 빠질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이 이야기가 시청자들에게 잘 스며들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부족한 제 자신임에도 모든 것을 던져서 연기했다. 제가 조금이나마 쓰임이 될 수 있다면 잠깐 나오는 역할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배우로서의 철학을 고백했다.
배우로서 앞으로의 연기 인생에 대하여 이제훈은 "다음 작품이 나왔을 때 궁금해지는 배우, 뻔하지 않은 사람이 되는 것이 제 목표이자 바람이다. 앞으로가 계속 기대된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 저의 소원"이라고 전했다.
한편으로 "배우로서 언젠가는 잊혀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불안이 원동력이 된다. 지나가는 환호에 흔들리지 않고 보다 많은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공부와 내공을 쌓아서 보여드리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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