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갈길 먼 장애인 이동권 "보장구 수리 시설 확대해야"

호남취재본부 민현기 2023. 4. 20.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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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일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을 정부가 공식 인정하고 기념행사를 개최한 지 4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장애인의 이동권은 보장받지 못하며 불편을 겪고 있다.

20일 광주광역시에 따르면 광주지역에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장애인 보장구 수리 업체는 시가 지정 운영하는 '광주지체장애인협회' 한 곳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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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지정 1곳 뿐…사설업체서는 지원금 못 받아
직원 2명이 수리·상담·행정까지…하루 수십 건 밀려

#. 전동휠체어로만 이동이 가능한 박준석(62)씨는 지난달 29일부터 집 밖을 나갈 수 없었다. 박씨가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수단인 전동휠체어가 작동하지 않아서다. 수리를 위해 장애인 보장수리 시설에 요청했지만, 수리가 밀려있고 주문한 부품을 기다리면서 약 2주일 만에 수리를 마쳤다. 박씨는 "2주간 외출하지 못하고 집 안에만 갇혀있어 마치 감옥에 있는 듯 갑갑했다"고 말했다.

4월 20일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을 정부가 공식 인정하고 기념행사를 개최한 지 4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장애인의 이동권은 보장받지 못하며 불편을 겪고 있다.

국가에서 지원금을 받아 장애인 보장구 수리를 지원하는 '광주지체장애인협회' 관계자가 광주광역시 북구 어울림자립생활센터에서 휠체어를 수리하고 있다.[사진=민현기 기자]

지체 장애인의 중요한 이동 수단인 전동휠체어가 고장 날 경우 수리를 맡길 수 있는 곳이 턱없이 부족, 접수하고 수일이 지나야만 수리를 할 수 있어 장애인들의 불편은 커저만 간다.

20일 광주광역시에 따르면 광주지역에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장애인 보장구 수리 업체는 시가 지정 운영하는 '광주지체장애인협회' 한 곳뿐이다.

보통 전동휠체어 타이어 교체는 8000원, 발판 수리 1만원, 라이트 교체 5만원, 전동 휠체어 배터리 10만원 선이다. 이 금액에서 기초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은 1년간 20여만원의 수리비가 면제되고, 기타 장애인은 1년에 10만원 한도까지 자부담금 50%를 면제받는다.

시가 지정 운영하는 광주지체장애인협회가 아닌 다른 사설업체가 있지만 사설업체에서는 정부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장애인들의 수리 요청은 광주에 한곳 뿐인 광주지체장애인협회로 몰릴 수밖에 없다.

협회에 접수되는 장애인 보장구 수리는 2019년 1406건, 2020년 1458건, 2021년 1639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하루에만 수십건이 밀려 있지만 수리를 담당하는 직원은 2명뿐으로 이들이 행정과 상담업무까지 도맡아서 한다. 이들이 1개 조를 이뤄 함께 다니면서 처리하는 수리 건수는 많으면 하루 5건 정도다. 밀려 있는 수십건의 수리를 처리하기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문제는 타 지자체와 비교해 국가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장애인 보장구 수리 업체가 확연히 적다는 점이다. 대구 2곳, 부산 4곳, 대전 2곳 등이 있고, 제주에도 3개 업체가 있으며 심지어 경기도에는 67개 업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남에서는 순천과 해남에 4개 업체가 있지만, 나머지 19개 시·군에서는 무안에 있는 '전라남도 장애인 보조기구 수리센터' 한 곳에 의지하고 있다.

현재 광주시는 광주지체장애인협회에 1년에 1억7000만원가량을 지원한다. 6000만원가량은 인건비와 운영비에 쓰이고 나머지 1억1000만원 정도가 수리 지원금으로 쓰인다.

이처럼 광주지역 장애인의 불편은 계속되고 있지만 광주시의 '2023~2026 장애인 정책 종합계획'을 살펴본 결과 수리 시설 확대에 관한 계획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성주 광주나눔장애인자립센터장은 "휠체어가 고장 났다는 것은 다리가 없어졌다는 것인데 병원 진료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이 초래되고 있다"면서 "광주시가 나서서 국가지원을 받을 수 있는 장애인 보장구 수리 업체를 더 늘려야 하지만 전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광주시 관계자는 "현재까지 장애인 보장구 수리 시설 센터를 확대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장애인들의 편의 증진을 위해 적극적으로 의견수렴을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호남취재본부 민현기 기자 hyunk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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