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L.1st] 이제 '자멸하는 펩'은 없다… 공수 다 갖춰진 포메이션 찾았으니까

김정용 기자 2023. 4. 20.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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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시티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중요한 경기에서 난데없이 새로운 수를 썼다가 자멸하는 펩 과르디올라는 이번 시즌 없다. 같은 라인업으로 센터백이 4명이나 되는 수비적인 축구도, 좌우 윙백이 모두 공격수인 공격적인 축구도 다 가능하기 때문이다.


20일(한국시간)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2022-2023 UCL 8강 2차전을 치른 바이에른뮌헨과 맨시티가 1-1 무승부를 거뒀다. 맨시티는 수세에 몰린 상태에서도 차분하게 수비하고 역습하면서 이득을 챙겼다. 1차전 3-0 대승을 발판 삼아 효율적으로 운영한 맨시티가 무난하게 4강에 올랐다. 상대는 레알마드리드다.


맨시티는 과르디올라 감독의 패턴대로 원정 무승부, 홈 대승을 반복하며 순항 중이다. 이번 시즌은 아직까지 불안요소가 현실화되지 않았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맨시티 부임 후 초반 4시즌 연속으로 상대적 약체에게 덜미를 잡혔다. 그때마다 전력이 더 앞서는데 왜 불필요한 변화를 주냐는 비판을 받았다. 2017-2018시즌 리버풀 상대로 쓴 변형 스리백, 2018-2019시즌 올랭피크리옹 상대로 괜히 썼던 스리백, 2020-2021시즌 결승전에서 난데없이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가 아닌 일카이 귄도안을 이 자리에 배치하는 선택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 시즌 전술은 그럴 필요가 없어 보인다. 맨시티는 같은 포진과 선수 구성을 유지하면서 공격축구와 수비축구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기 때문이다. 맨시티는 이번 시즌 독특한 3-2-4-1 포메이션을 쓴다. 숫자상 눈에 띄는 건 좌우에 전문 윙백이 없고, 윙어 성향의 선수들이 측면을 맡는 점이다. 최근 물오른 경기력의 잭 그릴리시가 왼쪽 윙어를 맡고, 오른쪽에는 베르나르두 실바를 중심으로 리야드 마레즈 등을 기용한다.


맨시티는 양쪽에 전문 측면 자원이 한 명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팀이 2명인 것에 비해 수적 열세다. 그러나 개인기량이 압도적인 맨시티 측면 자원은 상대 2명을 붙잡아놓기 충분하다. 풍부한 중앙 자원들과 연계해 공격의 위력을 높인다. 8강 1차전에서도 오른쪽 윙어 베르나르두 실바가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과거에도 과르디올라 감독은 비슷한 포진을 여러 번 실험했고, 그때마다 수비 불안에 시달렸다. 그러나 이번 시즌은 이야기가 다르다. 후방에는 본업이 센터백인 선수를 4명이나 배치한다. 발 빠르고 공도 잘 차는데다 판단력까지 비상한 센터백을 4명이나 갖고 있는 호사로운 팀답게, 후방의 압도적인 수비력을 최대한 뽑아내는 전술을 고안한 것이다.


스리백 네이선 아케, 후벵 디아스, 마누엘 아칸지는 모두 발이 빠르다는 공통점이 있으며 특히 아케와 아칸지는 풀백까지 소화할 수 있는 선수들이라 측면 공백을 잘 메운다. 여기에 이번 시즌 절묘한 점은 센터백 존 스톤스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올려서 활용한다는 점이다. 스톤스가 수비시 스리백 사이로 들어가 인원을 보충해줄 수도 있고, 스톤스의 지원을 받아가며 로드리가 한층 공격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로드리는 8강 1차전 선제골을 넣기도 했다.


거의 같은 멤버를 유지하며 홈에서는 공격적으로 운영하고, 원정에서는 수비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바이에른을 상대할 때는 홈 1차전부터 리그 경기보다 좀 더 조심스런 태도를 취했다. 그리고 원정 2차전에서 스톤스가 사실상 센터백처럼 움직이는 대목들이 있었을 뿐 아니라, 그릴리시가 아예 전문 윙백처럼 후퇴해 수비하는 등 대형을 맞추는 데도 문제가 없었다.


이제 과르디올라 감독은 수비적인 축구를 하고 싶을 때도 멤버와 포진을 바꾸는 게 아니라 같은 멤버 안에서 경기별 전략만 조금 수정하면 된다. 그러다 자신이 틀렸다 싶으면 언제든 교체 없이 지시만으로 운영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


이제 적은 과르디올라 감독의 자충수가 아니라, 선수단의 부상이다. 흔한 팀들처럼 보유하고 있는 주전급 센터백 4명 중 2~3명을 돌려가면서 활용하는 게 아니라, 4명을 동시에 투입해야 하는 축구다. 후보 수비수 에므리크 라포르트, 카일 워커가 체력은 안배해 주지만 빅 매치에서 신뢰는 받지 못한다.


맨시티가 지난 16강에서 자충수를 둘 뻔한 것도 부상 공백 때문이었다. 16강 1차전 원정 경기에서 RB라이프치히 상대로 포진은 유지했지만 경기 콘셉트를 유지하지 못했다. 오른쪽 윙백에 공격적인 선수를 넣지 않고 원래 수비수인 카일 워커를 기용했다. 다만 이 날은 스톤스의 부상 때문에 더 공격적인 미드필더 베르나르두 실바를 중앙에 기용하면서 대신 측면 수비력을 보강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과르디올라 감독이 중시하는 공수 밸런스를 맞추려면 주전 선수들의 건강이 필수다. 현재로선 스톤스, 로드리, 그릴리시 중 한 명이 빠지면 3-2-4-1 포메이션을 유지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포진이 자리잡은 뒤에 치렀지만 스톤스를 기용할 수 없던 빅 매치에서는 4-2-3-1이나 4-1-4-1 등 더 평범한 포진으로 회귀한 사례가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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