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이사비용 200억원 쓸 때 공공기관 ‘쪽방’ 생활로 47억 아꼈다

장정욱 2023. 4. 20.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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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1분기 자산 효율화 1.4조원
업무공간 46곳 줄여 연 47억원 아껴
기재부, 신청사 이전 200억원 추정
“본보기 못 되는 예산 당국” 비판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가 새로 이전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모습. ⓒ데일리안 DB

올해 1분기 공공기관들이 혁신계획에 따라 업무공간을 줄이고, 해당 공간을 민간에 임대해 연간 47억원의 예산을 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기획재정부는 100억원 이상 비용을 들여 중앙동 신청사로 이전해 빈축을 사고 있다.


기재부가 20일 발표한 ‘공공기관 혁신계획 2023년 1분기 이행실적 점검 결과’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공공기관들은 부동산과 유휴 기계설비, 골프 회원권, 지분 정리 등을 통해 1조4000억원의 자산 효율화를 달성했다.


한국전력공사는 한전기술 용인 본사를 987억원에 매각했고, 한전KPS 사택을 212억원에 팔았다. 코레일 또한 광운대와 서울역 북부, 옛 포항역 부지를 1조2977억원에 매각했다.


중부발전 서천본부는 폐지설비를 215억원에 팔았다. 산업은행은 골프 회원권(8억원)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콘도·리조트 회원권(3000만원)을 정리했다. 한국수자원공사도 항만시설관리권을 매각해 743억원의 자산을 확보했다.


특히 공공기관들은 업무공간을 줄여 임대료를 아꼈다. 일부는 사무실 축소로 생긴 공간을 민간에 임대해 수익을 창출하기도 했다. 이렇게 업무공간 46곳을 정비해 연간 47억원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뒀다. 공공기관들은 올해 말까지 모두 109개 사무실 효율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공공기관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동안 기재부와 행정안전부는 정부세종청사에 새로 지은 중앙동 청사로 이전했다. 중앙동 신청사는 애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현재 민간 건물을 임대해 쓰는 부처가 이전하기로 한 곳이다.


기재부와 행안부가 이사하면서 쓴 비용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이사비용 제출을 요구했지만, 두 기관은 모두 거부했다.


다만 기재부가 비운 자리로 이사를 준비 중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이전 비용을 근거로 ‘추정’할 수는 있다.


정원 800명 정도인 과기부가 옛 기재부 자리(정부세종청사 4동)로 옮기는 데 쓸 ‘청사 이전’ 예산은 131억2500만원이다. 강 의원은 이를 바탕으로 직원 1300명 규모 기재부의 이사 비용을 200억2600만원으로 계산했다. 이런 분석에 따라 기재부 내에서도 최소 100억원 이상 이사 비용이 쓰일 것이란 예기가 나왔다.


여기에 기재부가 떠난 자리에 과기부가 들어오면서 발생한 청사 재정비(리모델링) 비용까지 포함하면 금액은 훨씬 커진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7월 제9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새 정부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새 정부에서는 공공기관의 비효율과 방만 경영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며 “현재 민생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기관을 포함한 공공부문이 솔선수범해 허리끈을 졸라매고, 뼈를 깎는 강도 높은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워싱턴DC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및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 회의 동행기자단과 간담회에서 공공기관의 방만한 운영을 지적하며 올해까지 경상경비를 1조원 이상 삭감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 같은 기재부 방침에 따라 올해 공공기관들은 인력 구조조정과 함께 예산 절감 노력을 요구받고 있다. 직원 복지 비용 삭감은 물론 출장비와 같은 일반 업무비 지출도 줄이려 애쓰는 중이다.


공공기관들이 정부 정책에 따라 사무실까지 축소하며 예산을 아끼는 동안 나라 살림을 책임지는 기재부는 ‘새집’으로 이사하는 데만 수백억원을 쓴 셈이다.


한 정부 부처 공무원은 “기재부가 새청사로 옮겨가기로 했을 때 공직 사회 내부에서도 ‘기재부가 또 갑질하는구나’하는 소리가 많았다”며 “(기재부) 본인들이 잘 쓰던 건물을 버리고 새로 이사하면서 수백억원의 부대비용을 발생시켜 놓고 다른 부처나 공공기관에 예산을 아껴 쓰라고 하는 건 ‘웃픈(웃기면서도 슬픈)’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솔직히 공공기관 하면 방만 운영을 떠올릴 정도로 비판을 많이 받아왔는데 이번 경우 기재부는 스스로 어떤 변명을 할지 궁금하다”며 “예산을 아껴야 한다는 지적하려면 스스로 모범을 보여야 설득력을 가지지 않겠나”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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