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새 격전지 XR…애플·메타 잡을 기술은
中·日 업체들이 리딩중…15대 핵심 기술로 경쟁국 빠르게 추월해야
디스플레이 산업의 새 격전지로 지목되는 확장현실(XR) 주도권 확보를 위한 글로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 일본 기업들이 발 빠르게 시장 선점에 나선 가운데 삼성·LG디스플레이도 관련 기술 개발로 추격의 고삐를 죄고 있다.
XR 산업 개화기를 앞두고 국내 기업들이 기술을 추월하기 위해서는 초고화질과 고휘도(밝기) 성능을 모두 만족하는 핵심 기술 15개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20일 오전 ‘XR 디스플레이 산업 전략 포럼’을 개최하고 이 같은 전략기술을 제시했다. XR이란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을 포괄하는 단어다.
XR은 모바일을 뒤이을 차세대 먹거리로 주목을 받고 있다. PWC는 VR ·AR 산업의 글로벌 GDP(국내총생산) 창출 규모가 2025년 4764억 달러에서 2030년에는 1조5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성장성을 일찌감치 판단한 메타, 애플 등 빅테크는 관련 기기들을 내놓거나 출시 계획을 밝히며 주도권 확보 경쟁에 나섰다. 메타는 2014년 VR 기기 전문업체 오큘러스를 인수한 이후 2020년 오큘러스 퀘스트2, 2022년 메타 퀘스트 프로 등을 속속 내놨다. 현재 메타는 XR기기 시장에서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이에 질세라 애플도 올해 안으로 XR 기기를 내놓을 예정이다. 애플 XR 헤드셋에는 소니의 마이크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가 탑재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도 구글, 퀄컴과 차세대 XR 파트너십을 맺는 등 생태계 구축에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갈수록 높아지는 XR 산업 경쟁에서 한국이 일본, 중국 등을 누르고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디스플레이와 광학부품 핵심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중에서도 업계는 마이크로 디스플레이에 주목한다. 현재 XR 기기 주류는 VR로, TFT-LCD(액정디스플레이)가 대부분이나 앞으로는 마이크로 디스플레이로 시장 축이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시장조사기관인 옴디아는 마이크로 디스플레이가 2022년 253만개에서 2028년 2131만개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마이크로 디스플레이는 실리콘 웨이퍼를 기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올레도스(OLEDoS·OLED on Silicon)'와 '레도스(LEDoS·LED on Silicon)로 불린다. 실리콘 웨이퍼를 기판으로 사용하면 높은 화소 수를 구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제품 크기와 무기를 줄이는데도 도움을 준다.
이 마이크로 OLED·LED 개발에 중국(BOE,SCOT), 일본(소니), 미국(eMAgin) 기업들이 속도전을 내고 있다. 특히 중국의 경우 적극적인 육성 정책으로 XR 시장 확대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상황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임수정 애널리스트는 "중국은 그 어떤 국가보다 적극적으로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디스플레이·광학 기술은 현지화가 50%에 이른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BOE와 메타웨이즈와 같은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자국 내 공급망을 기반으로 마이크로 OLED 양산 단계에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eMagin(이마진)은 마이크로 디스플레이에서 RGB Direct-Patterning(다이렉트-패터닝) 방식으로 기술 우위를 확보했다. 마이크로 OLED 기술을 보유한 소니도 애플과 협업해 XR 시장 장악력을 늘려갈 것으로 보인다.
국내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도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설계는 LX세미콘과, 웨이퍼 가공은 SK하이닉스와 협력하고 있다. 임수정 애널리스트는 "패널사 입장에서는 경쟁력을 갖춘 반도체 협력사 선점이 향후 기술 패권을 갖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한국 기업들이 빠르게 장악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초고화질과 고휘도 성능에 집중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이정노 수석은 메타 등 빅테크 기업이 요구하는 수준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마이크로 디스플레이의 광특성 개선기술 3종, 초고밀도의 증착장비 기술 3종을 비롯해 백플레인 기술, 검사기술 등 8대 전략기술을 제시했다.
8대 전략기술은 크게 ▲광특성 개선(초고해상도용 Micro Lens Array 기술, Black PDL 소재 기술, Pol-Less 기술) ▲증착장비(초고정밀 align 기술, 5000ppi이상 Mask 기술, 마이크로D용 증발원 기술) ▲초미세 화소전극 기술 ▲초고해상도용 서브픽셀 검사 기술이다.
이중 증착장비 기술은 메타가 SID 2022 키노트를 통해 디스플레이 업계에 요구한 4000~8000ppi 수준의 초고밀도 패널 성능에 부합한다. 아울러 미국 이마진이 선도하고 있는 RGB 다이렉트-패터닝 방식에서 기술 우위를 가져가기 위한 목표로써, 초고화질과 고휘도 성능을 모두 만족하는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핵심기술을 확보해야 시장 리딩이 가능하다고 봤다.
또 다른 핵심 기술인 광학모듈 분야에서도 해외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광학부품 4종 등 광효율, 시야각, 양산성 등의 문제로 확립되지 못한 광학모듈의 7대 전략기술을 국내기업이 우선적으로 확보해야할 품목으로 꼽았다.
광학모듈기술 3종은 3D 다초점 기술, 광시야각 기술, 능동 스위칭 차폐 기술이며 광학부품 4종은 웨이브가이드 양산기술, 홀로그래픽 광학 소자(HOE), 회절 광학 소자(DOE), 시야창 가변 필름 기술이다.
이동욱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부회장은 “각종 부품의 융합으로 완성되는 XR 기기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유관산업 기업간의 정보교류와 협력이 최우선 과제”라며 "비행기의 양쪽 날개처럼 XR기기 뿐만 아니라 콘텐츠와의 균형 있는 발전이 매우 중요하며, 엔진의 동력 체계와 같이 반도체 산업과의 구체적인 협력 관계도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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