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꾸미 샤부샤부, 60년 전통 원조 레시피 그대로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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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의 감각을 열고 인천을 오롯이 음미한다. 인천의 고유한 먹거리와 정성 어린 손맛으로 완성하는 인천 오감 만족 레시피. 이번 요리는 서쪽 바다 깊숙이에서 건져 올린 봄 주꾸미를 넣고 담백하게 끓여 낸 샤부샤부다. 만석동 주꾸미 골목의 원조, 우순임 할머니로부터 이어온 며느리의 손맛으로 정성스레 준비했다. <기자말>
[글 정경숙·사진 전재천]
▲ 정약전의 <자산어보玆山魚譜>는 주꾸미를 준어, 속명을 죽금어(竹今魚)라고 이른다. '웅크린 물고기'라는 뜻이다. 주꾸미는 한겨울을 바다 깊숙한 바위틈에서 지내다 봄이 오면 알을 잔뜩 품고 연안으로 올라온다. |
ⓒ 사진작가 전재천 |
'탁탁' 바다 한가운데, 소라 껍데기가 배 난간에 부딪히는 소리만이 들려온다. 화수부두에서 닻을 올린 '길정호'의 뱃사람들이 소라방이 달린 줄을 끌어 올리고 내리고를 반복한다. 자그마치 10시간, 길고도 힘겨운 시간이 이어진다.
▲ ‘소라방’으로 잡은 주꾸미 |
ⓒ 사진작가 전재천 |
문어도 낙지도 아닌 것이 작달막하니 못생겼지만 맛 하나는 기가 막히다. 부드럽게 데친 주꾸미를 입안에 넣고 '톡' 터트리면 쌀알 같은 알이 쏟아져 내린다. '아, 바다의 맛이로구나.' 짭조름한 바다 향과 탱글탱글하면서도 보들보들한 식감이 혀끝을 무아지경으로 몰아넣는다.
봄철 주꾸미는 살이 연하고 통통하며, 몸통에 알도 꽉 들어차 있다. 피로 해소에 좋은 타우린과 철분이 풍부해 영양도 만점이다.
▲ 부드럽게 데친 주꾸미를 입안에서 ‘톡’ 터트리면 쌀알 같은 알이 쏟아져 내린다. 탱글탱글하면서도 야들야들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
ⓒ 사진작가 전재천 |
'며느리도 아는' 주꾸미 할머니 손맛
할머니 주꾸미집에 '할머니'가 안 계시다. 할머니의 안부를 묻자마자 큰아들 김홍명(62) 씨가 눈물을 왈칵 쏟아낸다. "어머님이 요즘 편찮으세요. 그래서 눈물이 좀 나네요. 미안합니다." 부모를 생각하는 자식의 마음이 왜 부끄럽다는 것인가. 어느덧 아흔의 나이, 지난겨울부터 갑자기 거동이 어려울 만큼 노쇠해지셨다. 몇 년 전만 해도 주방 일을 놓지 않고, 자식들에게 '이래라저래라' 잔소리할 만큼 정정하던 어머니였다.
▲ ‘주꾸미 골목’의 원조 우순임 할머니의 뒤를 잇는 김홍명·이금례 부부 |
ⓒ 사진작가 전재천 |
"저울의 개념으로 장사하면 안 된다. 음식은 파는 게 아니고 나누는 거다.'
할머니의 철학은 김홍명·이금례(63) 부부가 마음 다해 이어가고 있다. "평생 고생을 낙으로 여기며 살아온 어머니와 뒤에서 묵묵히 따라준 아내에게 고마워요. 어머니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고, 우리 부부도 더 웃고 살아야죠."
해가 지고 오래된 골목에 불빛이 차오르면, 할머니 손맛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가게 문을 연다. 이제 부부가 대를 이어 누군가의 허기진 가슴을 배부르게 채워줄 것이다.
만석동 '주꾸미 샤부샤부' 레시피
▲ 주꾸미 샤부샤부 재료(4~5인분 기준) |
ⓒ 사진작가 전재천 |
샤부샤부 재료(4~5인분)
육수 재료
된장, 다시마, 무, 양파, 파 뿌리
▲ . |
ⓒ 사진작가 전재천 |
만들기
① 냄비에 물과 육수 재료를 넣고 끓인다.
② 육수가 우러나면 육수 재료를 거른다.
③ 주꾸미는 물로 깨끗이 씻은 후 입을 제거한다.
④ 당근과 새송이버섯은 7cm 길이로 자른 후 반으로 갈라 편으로 썬다.
⑤ 대파는 어슷하게 썬다.
⑥ 배추는 밑동을 제거한 후 한입 크기로 썬다.
⑦ 콩나물은 깨끗이 씻고, 냄비에 준비한 샤부샤부 채소와 육수를 부어 끓어오르면 주꾸미를 넣어 익혀 먹는다.
'시민 셰프'를 위한 주꾸미 요리 Tip
바다에서 갓 건져 올려 펄떡이는 식재료는 날것 그대로 먹어도 그 맛이 일품이다. 끓는 육수에 살짝 데쳐 샤부샤부로 먹어도 바다향이 물씬~, 탱글탱글하면서도 보들보들한 식감이 으뜸이다. 알이 든 몸통은 10분 이상 익혀야 맛이 좋고, 국물은 끓일수록 깊은 맛이 우러난다.
고춧가루 양념과 미나리를 넣고 버무려, 지글지글 볶아낸 주꾸미볶음도 별미. 만석동 할머니표 양념은 맵지 않고 달큼하니 맛있다. 여기서 잠깐, 할머니의 큰아들이 전하는 싱싱한 주꾸미 고르는 법. 주꾸미는 몸통이 벗겨지지 않고 빛깔이 선명하며 만졌을 때 빨판이 짝짝 달라붙는 것이 신선하다. 또 서해에서 나는 주꾸미 몸통엔 동그란 금빛 무늬가 있다.
글 정경숙 본지 편집위원│사진 전재천 포토 디렉터
요리 만석동 '원조할머니주꾸미'│스타일링 강지인·김예진
▲ ▲ 인천 오감 레시피 : 만석동 주꾸미 '샤부샤부' 취재영상 섬네일 |
ⓒ 굿모닝인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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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천시에서 발행하는 종합 매거진 <굿모닝인천> 2023년 4월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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