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차 프로 산책러가 정리한 개티켓 10

이문연 2023. 4. 20.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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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산책시 내가 지키려고 하는 것들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이문연 기자]

 반려견 산책
ⓒ 이문연
 
프로 산책러가 된 지 10년차, 처음부터 프로 산책러이진 않았다. 그리고 지금도 배워가고 있는 중. 예전보다 '똥테러'는 많이 줄었지만(얼마 전 따끈따끈한 왕 똥을 스치듯 밟지 않은 적이 있어 로또라도 사야되나 고민한 적이 있다)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는 환경에서 요런 글도 한 번 써보면 좋지 않을까 하여 작성해본다. 반려견 산책시, 내가 지키려고 하는 개티켓 10 시작합니다우!

1. 다른 강아지 똥 쌀 때 기다렸다 지나가기

넓은 곳이면 상관없을 수 있는데 지나가는 길목 앞에서 똥을 쌀 경우 기다렸다 지나간다. 이유는 똥 쌀 때 집중하라는 이유도 있고 일단 똥을 싸고 보호자가 똥을 치우는 시간이 필요한데 강아지들끼리 인사하려고 한다면 똥 치우는 게 번거로워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쌀 때 집중하고, 치울 때 집중하도록.

2. 사람(아이들)이 지나갈 때 줄 바짝(50cm) 잡기

반려견 코천이는 기본적으로 사람에 관심이 없는 강아지이긴 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지나갈 때 줄을 바짝 잡는다. 그건 사실 반려견 산책 매너를 보여주고 싶어서 하는 행동이기도 하다.

특히 어른이건 아이이건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사람도 있으므로 사람(어린이)이 지나가려고 할 때는 줄을 잡고 멈춰 서 기다리는 편이다. 줄을 잡고 있더라도 같이 움직이는 것과 내가 멈춰서 기다려주는 것, 상대방에게 주는 심리적 안정감이 다를 것이라 생각하기에 멈춰서 기다린다.

3. 엘리베이터 안에서, 밖에서 기다릴 때 조심하기

다른 사람과 엘리베이터를 함께 타지 않는 것이 편하다면 양보를 하거나 양보를 받는 것이 좋다. 물론 우리나라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사정을 이야기하고 배려받거나 배려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문화이긴 하지만 어떤 일을 '예방' 한다는 것은 예방을 위해 적극적인 액션을 취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때 줄을 바짝 잡아 튀어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 좋다. 혹시라도 문이 열렸을 때 안이나 밖에 사람이 있을 경우 놀랄 수 있으므로(사람도 문 앞에 너무 바짝 서서 기다리면 놀라듯이) 줄을 바짝 잡고 문에서 두 걸음 뒤에서 기다리는 것이 서로를 위한 자세다.

4. 횡단보도 기다릴 때 사람들과 거리두기

교육이 잘 된 강아지들은 횡단보도에서 기다릴 때 앉아 있기도 하던데 코천이는 그런 적이 없다. 나와 같이 서서(?) 기다리는데 그래도 어릴 때는 빨간 불을 못 기다려서 엄청 낑낑댔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이 쳐다봤는데 지금은 얌전히 잘 기다린다. 이제 어른이 된 것이지. 횡단보도는 특히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이기 때문에 가장자리에 서서 기다린다. 코천이가 중형견이기 때문에 어른들과 아이들이 몰리는 횡단보도에서는 주위를 잘 살펴봐야 한다.

5. 인사 시켜도 되냐고 물어보기

인사 시키지 않을 보호자들은 알아서 빨리 간다. 강아지들이 인사하고 싶어해도 데리고 가거나 앞에서 번쩍 안아서 간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강아지들은 인사를 하기 마련인데 코천이가 인사하고 싶어할 경우 물어본다.

사실 물어볼 때 있고 안 물어볼 때 있는데 강아지들마다 어떤 상대이냐에 따라 무는 경향이 복불복이라 물어보는 게 좋긴 하다. 코천이는 싫어하는 친구가 있고 좋아하는 친구가 있고 심드렁한 친구가 있는데 아무리 좋아해도 10초면 탐색이 끝난다. 짧은 만남, 쿨한 인사.

6. 인사시킬 때 줄 꼬이지 않게 주의하기

싫어하는 친구들한테는 짖어대면서 경계를 한다. 좋아서 인사하다가도 상대방이 조금 귀찮게 하면 입질할 수 있다. 인사할 때 상대방이 짖으면 입질(물기 전에 나 화났다고 시전하는 행동)할 수 있다.

코천이는 짖기 시작하면 거의 입질 수준이기 때문에(약간 지킬박사와 하이드같다고 해야 하나) 물거나 물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래서 인사를 시킬 때도 줄이 꼬이면 대책이 없으므로(예전에 한 번 줄 꼬였는데 싸워가지고 진땀 뺀 적이 있어서) 가급적 긴장을 놓지 않고 줄이 꼬이지 않도록 주의한다.

7. 놀래키는 아이들한테 주의주기

커피를 사기 위해 가끔씩 편의점 앞 가로수에 코천이를 묶어 놓는다. 편의점 안에서 코천이가 보이기도 하고 커피 사서 결제까지 5초가 걸리지 않도록 후다닥 사는데 그 길목이 아이들이 많은 길목이라 아이들이 코천이를 구경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구경만 하고 눈으로 귀여워하는데 가끔씩 짓궂은 아이들이 소리를 내며 겁을 주려고 하면 편의점에서 보고 있다고 바로 주의를 준다.

'놀래키면 안돼!'

아주 가까이 가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놀래켰다가 코천이가 물기라도 하면 아무리 아이가 먼저 잘못했어도 보호자의 책임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8. 아이들한테 인사하는 법 알려주기
 

4, 5살부터 초등학생까지의 어린이들은 강아지를 만지고 싶어한다. 보통 엄마는 '강아지가 싫어해'라고 하지만 아이들은 거의 다 만져보고 싶어하기에 서서 만지면 강아지들이 놀라니까 앉으라고 한 다음 손등 냄새를 맡게 한 후 코천이 등을 살짝 만져보라고 한다.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지만 나도 처음에는 알지 못했던 강아지와 인사하는 법을 어린이들에게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더불어 살아가는 문화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나도 예전에 귀여운 강아지 보면 무턱대고 머리부터 쓰다듬고 싶어했는데 강아지가 싫어하고 경계하는 행동이었다.

9. (서로) 싫어하는 친구? 피해가기

진돗개, 시바, 스피츠. 코천이가 싫어하는 애들이다. 일단 보이면 으르렁대고 막 달려들고 싶어해서 저 친구들이 눈에 띄면 안 보이게 숨어 있거나 다른 루트로 간다. 진돗개한테 물린 적이 있어서 그때부터 진돗개를 싫어하는데 비슷하게 생긴 시바도 싫어하고 이상하게 새하얗고 귀 쫑긋한 스피츠도 싫어한다. 그 중에는 으르렁거리지 않는 친구도 있는데 일단 가까이 오기 전에는 행동 파악이 안 되므로 일단 피하고 본다.

10. 팔 근육, 코어 근육 키우기

코천이는 코카 스패니얼이고 10kg이다. 산책할 때 냄새 맡는 걸 가장 좋아하고 자기 주장이 세고 승질나면 주인한테도 입질을 하기 때문에 컨트롤하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다. 대형견이라 하더라도 우아하게 산책하고 급발진하지 않으며 마구 달리지 않는다면 팔 근육과 코어 근육이 필요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코천이는 힘도 세고, 지킬박사와 하이드같은 면을 가진 개라서 보호자인 나도 덩달아 힘이 있어야 한다.

예전에 코천이보다 약간 작은 푸들이 어쩌다 줄이 풀려 코천이한테 달려들 뻔(?)했는데 내가 먼저 캐치하고 코천이를 들어 올려서 같이 지랄발광(?) 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다. 상대견이 물려고 할 때 상대견이 무서워서 코천이를 드는 게 아니라 코천이가 하이드로 변해서 상대견을 어쩔까 봐 제어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상대견 보호자는 죄송하다고 하지.

하여간, 내가 아무리 사랑하는 반려견이어도 동물은 동물. 우리 모두 개티켓으로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건강한 산책 문화를 정착해 나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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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의 블로그에 같이 업로드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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