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화, 재정지출 173조 삭감 요구…바이든 "제정신 아냐"

부채한도 상향 놓고 대치 격화
WP "금융 시스템 취약할 때 美 신용으로 도박" 비판

미국 공화당 소속인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조 바이든 정부에 부채한도를 상향하는 조건으로 내년 재량지출 1300억 달러(약 173조 원) 삭감을 요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즉각 "정신 나간 생각"이라고 반발했다. 부채한도 문제를 놓고 백악관과 공화당의 협상 교착 상태가 더욱 공고해지며 양측의 대치 구도도 지속될 전망이다.

매카시 의장은 19일(현지시간) 연방정부 부채한도를 1조5000억 달러(약 1991조 원) 상향하거나 내년 3월31일까지 연장하는 내용을 담은 2024 회계연도 예산안을 공개했다.

320페이지 분량의 예산안에는 정부가 임의로 쓸 수 있는 재량지출을 내년 1300억 달러(약 173조 원) 삭감해 2022년 수준으로 되돌리는 내용이 포함됐다. 바이든 정부의 주요 정책 예산을 깎는 방안이 대거 담겼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전기차 세액공제를 축소하고, 국세청 지원 및 대학생 학자금 대출 탕감을 철회하는 안이 들어갔다. 미사용 코로나19 피해 지원 예산을 회수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아울러 연간 지출 증가율을 향후 10년간 1%로 제한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정부의 재정 적자를 앞으로 10년 동안 4조5000억 달러(약 5974조 원) 줄일 수 있다고 매카시 의장은 밝혔다.

매카시 의장은 "대통령은 부채 위기를 무시하고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당파적 정치 게임을 중단하고 테이블로 돌아올지, 귀를 막고 협상을 거부해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을)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빠뜨리는 위험을 감수할지 선택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는 지난 1월 법정 한도인 31조4000억 달러(약 4경1687조 원)에 도달했다. 미 재무부는 회계상 특별조치로 시간을 끌며 버티고 있지만, 이르면 6월 디폴트사태를 맞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부는 조건 없는 부채한도 상향을 요구하고 있고, 공화당은 강력한 지출 삭감 없이는 한도를 올릴 수 없다고 맞서는 중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매카시 의장의 예산안 공개 직후 메릴랜드주에서 열린 연설에서 "정치적인 동기로 경제를 인질로 잡고 있다"며 "정신 나간 생각"이라고 강력 비난했다.

다만 이 예산안이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을 통과하더라도 민주당이 장악한 상원에선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 예산안은) 앞으로 몇주간 디폴트 위험을 높여 시장과 경제를 혼돈에 빠지게 할 것"이라며 "금융 시스템이 취약한 시기에 미 정부의 신용으로 도박을 하는 건 미친 짓"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협상에는 현실 확인이 필요하다"며 "공화당 하원 의원은 과거 양당이 승인한 지출에 대해선 부채 한도를 늘릴 의무가 있다. 부채 한도를 올리고 향수 수년간 지속가능한 예산을 위한 협상을 시작하는 편이 낫다"고 지적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