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경찰 행세하다 반장으로까지 임명된 남자의 사연
[양형석 기자]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출발을 알린 영화 <아이언맨>에서는 테렌스 하워드가 주인공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오 분)의 친구이자 미 공군 장교 제임스 로드를 연기했다. 하지만 하워드는 <아이언맨2> 출연을 앞두고 마블과 의견조율이 되지 않았고 결국 <아이언맨2>부터 제임스 로드 역할은 돈 치들이 맡았다. 비록 조연이었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 제작진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 중 하나인 '캐릭터의 연결'이다.
캐릭터의 연결이 깔끔하게 이어진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로 한국 영화 <투캅스> 시리즈를 꼽을 수 있다. <투캅스> 1편에서는 영화 막판 강형사(박중훈 분)의 달라진 성격과 상황을 보여주기 위해 김보성이 이형사 역으로 카메오 출연해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그리고 <투캅스>는 관객들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으면서 속편 제작이 결정됐고 강우석 감독은 원활한 캐릭터 연결을 위해 1편의 카메오였던 김보성을 2편에서 주연으로 전격 캐스팅했다.
▲ <경찰서를 털어라>는 국내에서도 1999년11월에 개봉해 서울관객24만 명을 동원했다. |
ⓒ 콜럼비아 픽쳐스 |
환갑 가까운 나이에도 유쾌함 유지하는 배우
1965년 독일에서 태어나 고교 졸업 후 뉴욕으로 이주한 로렌스는 80년대 중반부터 TV드라마에 간간이 얼굴을 비추다가 1989년 스파이크 리 감독의 <똑바로 살아라>에 출연하면서 영화에 데뷔했다. 자신의 이름을 딴 시트콤 <마틴>과 코미디 영화 <하우스 파티> 1,2편, 에디 머피 주연의 <부메랑> 등을 통해 얼굴을 알린 로렌스는 1995년 신예배우 윌 스미스와 함께 동갑내기 감독 마이클 베이의 장편 데뷔작 <나쁜 녀석들>에 출연했다.
로렌스는 흑인경찰 듀오가 펼치는 유쾌한 경찰액션영화 <나쁜 녀석들>에서 가정이 있는 수다쟁이 형사 마커스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며 세계흥행 1억4100만 달러를 이끌었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하지만 마이크 역의 윌 스미스가 <나쁜 녀석들> 이후 '대세 흑인스타'로 자리를 잡은 것에 비해 로렌스는 상대적으로 크게 주목 받지 못했다. 그렇게 슬럼프에 빠지는 듯 했던 로렌스는 1999년 첫 단독주연 영화 <경찰서를 털어라>를 선보였다.
로렌스가 다이아몬드가 숨겨진 경찰서 건물에 경찰로 위장해 잠입하는 절도범 마일즈를 연기한 <경찰서를 털어라>는 65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져 세계적으로 1억 1700만 달러의 괜찮은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2000년대 들어 <마음대로 훔쳐라>,<흑기사 중세로 가다> 등 코미디 영화에 주로 출연하던 로렌스는 2003년 <내셔널 시큐리티>를 선보였지만 '자기복제'라는 비판 속에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로렌스는 같은 해 마이클 베이 감독, 윌 스미스와 재회한 <나쁜 녀석들2>를 통해 2억73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한 번에 부진을 만회했다. 2006년 농구 코치로 변신한 영화 <리바운드>를 선보인 로렌스는 2007년 팀 알렌, 존 트라볼타 등과 <거친 녀석들>에 출연했다. 2011년까지 3편에 걸쳐 제작된 <빅 마마 하우스> 역시 도합 3억 9600만 달러의 쏠쏠한 흥행수익을 올리며 <나쁜 녀석들> 다음 가는 로렌스의 효자 시리즈가 됐다.
로렌스는 영화배우 활동뿐 아니라 코미디언과 성우, 프로듀서, 각본가, 그리고 25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로도 활동하고 있다. 2020년에는 마이클 베이 감독이 손을 뗀 <나쁜 녀석들 포에버>를 통해 역대 시리즈 중 가장 많은 4억24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환갑에 가까운 나이에도 여전히 유쾌한 코미디 배우의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는 로렌스는 올해 자신의 '인생 시리즈'가 된 <나쁜 녀석들>의 4번째 이야기에 출연할 예정이다.
▲ 전문 절도범 마일즈는 신축건물에 숨겨둔 다이아몬드를 찾기 위해 과감하게 경찰서에 잠입한다. |
ⓒ 콜럼비아 픽쳐스 |
마일즈(마틴 로렌스분)를 비롯한 4인조 절도단은 뛰어난 실력으로 박물관의 다이아몬드를 훔치는데 성공하지만 이내 경찰에게 들키고 만다. 그 순간 마일즈는 기지를 발휘해 공사중인 옆건물에 침입해 환풍구 안에 다이아몬드를 숨겨두고 경찰에게 체포된다. 2년의 복역 생활을 마치고 출소한 마일즈는 들뜬 마음으로 다이아몬드를 숨겨둔 건물로 찾아가지만 황당하게도 그곳은 경찰서가 돼 있었다.
결국 마일즈는 경찰 신분증을 위조해 '멀론' 이란 이름의 가짜 경찰 행세를 하게 되고 우연찮게 경찰서를 탈출하려는 범죄자를 잡으면서 전근 온 베테랑 형사로 대접 받는다. 현장경험이 부족한 신참형사 칼슨(루크 윌슨 분)과 파트너가 된 마일즈는 절도범 시절의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범죄자들의 심리를 파악하며 각종 범죄들을 척척 해결했고 서장으로부터 절도반 반장으로 임명 받는다.
그렇게 경찰과 절도범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이중생활을 이어가던 마일즈는 다이아몬드를 노리는 디컨(피터 그린 분)에게 위협을 당하고 그 와중에 마약조직 소탕 작전까지 투입된다. 하지만 마일즈는 과감한 상황판단과 뛰어난 순발력으로 많은 위기를 극복하며 친구의 복수와 마약조직 소탕, 그리고 최대목적이었던 다이아몬드 지키기에 모두 성공했다. 그리고 마일즈는 경찰 동료들의 암묵적인 묵인 속에 멕시코로 유유히 사라진다.
사실 <경찰서를 털어라>는 도덕적인 관점에서 보면 그리 권장할 만한 영화는 아니다. 주인공 마일즈가 지극히 개인적이고 물질적인 목적을 가지고 경찰서로 위장 취업했고 범죄자인 주인공이 벌을 받는 권징악이나 스스로 반성하는 개과천선의 결말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를 영화로만 즐긴다면 코믹액션영화로서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1992년 SF코미디 <원시 틴에이저>를 연출하며 데뷔한 레스 메이필드 감독은 1994년 가족영화 < 34번가의 기적 >,1997년 고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플러버>를 만들었다. <경찰서를 털어라>는 <플러버>에 이은 메이필드 감독의 두 번째 흥행작이다. 메이필드 감독은 2000년대 들어 콜린 파렐 주연의 <파이브 건스>, 2005년 <더 맨>, 2007년 <코드 네임-클리너>를 연출했지만 90년대 후반의 영광을 재현하진 못했다.
▲ 루크 윌슨(오른쪽) 집안의 3형제는 모두 할리우드에서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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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하고 순간적인 재치가 뛰어난 절도범 마일즈에게 교통계 출신의 고지식한 파트너 칼슨은 다루기 쉬운 파트너였다. 실제로 마일즈는 자신이 의심을 받았을 때 칼슨에게 자신을 '내사과'라고 속이면서 위기를 벗어나려고 했고 칼슨은 수상해 보이는 마일즈의 말을 의심 없이 믿었다. 결국 마지막에 가서야 마일즈의 어설픈 스페인어 때문에 정체를 알게 됐지만 칼슨은 마지막까지 마일즈가 안전하게 도망갈 수 있도록 배려(?)해줬다.
비록 융통성은 없지만 마일즈에겐 멋진 파트너가 된 칼슨 형사 역의 루크 윌슨은 할리우드의 형제배우로 유명하다. 루크를 포함해 첫째 형 앤드류 윌슨과 둘째 형 오언 윌슨까지 3형제가 모두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리즈 위더스푼의 출세작 <금발이 너무해>에서 엘 우즈의 하버드 법대 선배 에멧을 연기한 루크 윌슨은 <미녀 삼총사> 시리즈에서는 카메론 디아즈가 연기한 나탈리의 남자친구 역을 맡았다.
코믹 액션영화에서는 주인공을 따라 다니면서 그를 난감하게 하고 관객들에게 웃음을 전달하는 조금 모자란 조연 캐릭터가 등장하곤 한다. <경찰서를 털어라>에서는 경찰로 위장한 마일즈를 찾아와 다이아몬드에 대한 자신의 지분을 요구하는 툴리가 그런 역할을 담당했다. 툴리를 연기한 데이브 샤펠은 미국의 유명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경찰서를 털어라> 외에도 <콘 에어>와 <유브 갓 메일> 등의 영화에 출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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