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부호 LVMH 회장, 다섯자녀 대상 '후계자 오디션' 본격화
후계자 언급은 극도로 꺼려…다방면 평가 예상
'세계 1위 부호'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회장(74)의 후계 구도를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퇴직 연령을 기존 75세에서 80세로 연장한 아르노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날 때까지 그의 다섯명의 자녀가 경영 일선에서 후계자 '오디션' 경쟁을 계속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간) "아르노 회장이 '명품 왕국'인 LVMH 운영과 관련해 다섯 자녀를 오디션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에 기반을 둔 글로벌 명품 그룹 LVMH는 현재 기업가치가 4800억달러(687조3000억원)로 평가된다. LVMH를 이끄는 아르노 회장은 270조원이 넘는 자산을 보유한 세계 최대 부호다.
아르노 회장의 자녀는 총 다섯명이다. 모두 성인으로 LVMH의 후계자 대열에 올라있다. 다섯 자녀 중 유일한 딸인 장녀 델핀 아르노는 올해 48세로 지난 1월 LVMH의 핵심 계열사인 크리스찬 디올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랐다. 이를 두고 현재까지 델핀이 선두권에 서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다른 자녀들도 LVMH 계열사에서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둘째이자 장남인 앙투안 아르노(46)는 지난해 12월 지주회사인 크리스찬 디올 SE의 부회장으로 임명됐다. 셋째 아들인 알렉산더 아르노(31)는 티파니앤코 부사장, 넷째 아들인 프레데릭 아르노(28)는 태그호이어의 CEO다. 막내 아들인 장 아르노(24)도 루이비통에서 시계 부문을 담당하며 사업을 배우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아르노 회장은 매달 프랑스 파리 루이비통 본사에서 다섯 자녀와 90분간 점심 식사를 한다고 한다. 그는 이 자리에 자신의 아이패드를 가져와 미리 준비된 토론 안건을 언급하는 것으로 식사를 시작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는 회사에 있는 특정 임원에 대한 자녀들의 의견을 듣거나 여러 브랜드의 개편 시점을 묻는 등 사업과 관련한 다섯 자녀의 판단과 조언을 구한다.
최근에는 회사가 직면한 이슈에 대해 자녀들의 조언을 적극적으로 들었다. 지난해 인플레이션이 급등하고 부의 불평등 문제가 이슈로 대두되자 아르노 회장은 대중과 소통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냈던 장남 앙투안을 찾아갔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앙투안은 LVMH가 한해동안 프랑스 정부에 세금으로 지출한 금액과 창출해낸 일자리 규모를 알리는 광고를 시작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르노 회장은 이전부터 자녀들의 교육에 관심을 크게 보여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 틈틈이 시간을 내 어린 다섯 자녀의 수학 교육을 직접 도맡기도 했다고 한다. 자녀가 성인으로 성장한 뒤에는 수십년간 함께 일해왔던 시드니 톨레다노 전 크리스찬 디올 CEO, 마이클 버크 전 루이비통 CEO 등 경영진을 통해 자녀들의 경영 수업을 하기도 했다.
WSJ는 "아르노 회장이 경영진과 자녀를 짝을 지어 성과가 잘 나는지 여부를 계속 지켜보게 한다"고 전했다. 톨레다노 전 CEO는 WSJ에 "그렇게 한 뒤 그(아르노 회장)는 자녀의 성격과 수정해야할 부분이 있는지에 대해 물어본다"고 말했다. 장녀 델핀의 경우 톨레다노 전 CEO와 디올에서만 12년을 함께 일했다. 2013년 루이비통에 합류할 땐 버크 전 CEO가 함께했다.
아르노 회장은 공개적으로 자신의 후계자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또 반드시 자신의 자녀가 후계자가 되어야한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고 톨레다노 전 CEO는 말했다. 다만 오래 전 가까운 지인이 후계자를 정하지 못한 채 사망해 이후 혼란을 겪는 것을 보면서 후계 대비를 잘 해둬야한다는 생각은 오랫동안 해왔을 것이라고 아르노 회장의 측근들은 외신에 밝혔다.
가족 내부에서는 형제들이 서로 충돌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으려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르노 회장이 이를 극도로 싫어해 테니스나 피아노를 누가 가장 잘 친다는 식의 농담 조차도 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WSJ는 전하기도 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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