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0만명 다녀갔다...자연 생태 경험하는 ‘이곳’ [쿠킹]

안혜진 2023. 4. 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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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뜨는 이곳] 하루가 멀다고 새로운 트렌드가 탄생하는 요즘, 느림의 미학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는 곳이 있다. 바로 2016년 문을 연 상하농원이다. 코로나 19 이후 방문객이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에는 30만 명이 다녀갔다. 상하농원은 1차 산업(농축수산업), 2차 산업(제조가공업), 3차 산업(서비스업)이 결합한 6차 산업형 테마공원이다. 농부에겐 생산의 공간, 방문객에겐 경험의 공간인 셈이다. 청보리가 푸른 들판을 이룬 지난 13일 상하농원을 찾았다.

전북 고창군 상하면, KTX를 타고 광주송정역에 도착해 다시 차를 타고 한 시간을 가면, 나무로 된 소박한 농가 건물이 보인다. 안으로 들어서면 확 트인 시야 위로 푸른 밭과 멀리 풀을 뜯고 있는 가축들이 보인다. 이맘때 상하농원 앞뜰에는 싱그러운 청보리가 한창이다. 시즌별로 작물이 바뀌는데 봄에는 고창 청보리밭 축제에 맞춰 청보리를 심는다. 옆 텃밭은 농사 체험 행사 준비로 분주하다. 4월 말 5월 초 주말에 방문하면 직접 옥수수를 심을 수 있다. 옥수수에는 체험객 이름을 적은 팻말을 달아주고, 이후 옥수수가 얼마나 자랐는지 인증 사진도 보내준다. 수확 철이 되면 다시 농원을 찾아 직접 수확할 수 있다. 방문이 힘들다면 농원에서 대신 수확해 집으로 보내준다.

매표소 앞쪽 자리한 텃밭은 매 계절 작물이 바뀐다. 방문객이 함께 작물을 심는 행사도 준비되어 있다. 사진 매일유업


텃밭의 양옆으로는 공방과 식당들이 있다. 텃밭 가장 가까이에 자리한 과일 공방에서는 지역 농가에서 생산된 과일을 가져와 잼이나 청 같은 가공품을 만든다. 식품첨가제 없이, 설탕과 약간의 레몬즙만 넣어 자연의 맛을 오롯이 담은 것이 특징이다. 과일 공방 옆으로는 전통 장을 담그는 발효 공방과 햄 공방, 빵 공방, 참기름 공방이 있다. 각 공방에서는 장인들이 농산물을 2차 가공품으로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생산된 제품은 농원 내 파머스마켓이나 온라인 스토어에서 살 수 있다. 직접 체험도 해볼 수 있다. 현재 소시지, 치즈, 빵, 아이스크림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이 운영 중인데, 체험을 원한다면 홈페이지에서 예약하면 된다(공석이 있다면 현장 결제도 가능).

파머스마켓에서는 공방에서 생산된 가공품 외에도 지역 농가에서 재배된 특산물을 만나볼 수 있다. 사진 매일유업


텃밭과 공방을 둘러봤다면 이제 음식을 맛볼 차례다. 햄 공방에서 만든 수제 소시지 요리와 파스타를 맛볼 수 있는 상하키친, 지리산에서 자란 버크셔K 돼지고기 요리가 일품인 한식 전문 농원식당, 신선한 우유와 원두로 만든 커피와 디저트를 판매하는 파머스 카페가 있다. 세 곳 모두 상하농원과 지역 농가에서 나고 자란 식재료를 활용한다. 상하농원 관계자는 “농원 내 식당과 카페는 주민들도 자주 찾을 정도로 지역에선 맛집으로 유명하다”고 귀띔했다.

농원 내 젖소들이 여유롭게 풀을 뜯고 있다. 사진 매일유업


농원의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젖소와 면양, 당나귀 등이 사는 방목 목장이 나온다. 푸른 초지에서 여유롭게 풀을 뜯고 있는 가축들, 저수지 너머 낮은 구릉의 풍경은 도심과는 다른 여유로움을 선사한다. 방문객들은 가만히 앉아 풍경을 즐기거나 사진으로 남기며 추억을 쌓는다. 동물 농장 옆 육성 농장은 염소나 돼지, 토끼 등 작은 가축들에게 먹이 주기 체험을 할 수 있어 아이들에게 인기다.

상하농원에서는 유기농 퇴비, 장어 양식에서 나오는 유기물을 통한 딸기 재배 등 친환경 농법 연구를 진행 중이다. 사진 매일유업


육성 농장을 둘러볼 땐 뒷 건물도 빼놓으면 안 된다. 바로 유기농 퇴비를 만드는 곳이다. 벽면 한가득 퇴비가 쌓여있지만, 신기하게도 특유의 악취가 나지 않는다. 비결은 커피박(커피를 추출하고 남은 원두 찌꺼기). 상하농원 내에서 배출되는 축산 분뇨에 폴바셋 매장에서 버려지는 커피박을 섞어 퇴비를 만든다. 커피박을 섞은 퇴비는 발효 과정을 거치는 동안에 특유의 악취가 사라진다. 이 퇴비는 다시 상하농원의 토양에 뿌려져 땅을 비옥하게 한다. 상하농원이 자랑하는 자원의 선순환 ‘오가닉 서클’이다.

‘자원은 유한하지만 창의는 무한하다(Resources are limited, Creavity is unlimited)’. 상하농원 가장 안쪽에 자리한 폐컨테이너에 큼지막이 쓰여 있는 글귀다. 30년이 지나 수명이 다한 폐컨테이너는 내부를 개조해 스마트팜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자동 습온도 조절 장치를 통한 무인재배를 실험하며 지속가능한 농법에 대해 연구 중이다. 현재 버섯을 재배 중인데 스마트팜에서 생산된 버섯 역시 농원 내 식당에서 소비된다. 바로 옆 상하베리굿팜은 2021년 고창군딸기연구회와 협약을 맺어 사계절 양질의 딸기를 재배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예약 시 딸기 수확 체험을 할 수 있다.

무인재배방식으로 버섯을 키우는 3R 스마트팜. 3R은 Reduce, Reuse, Recycle의 줄임말이다. 사진 매일유업


상하농원 내 모든 것은 돌고 돈다. 자연에서 얻은 것들은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게 사용하고,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낸다. 상하농원은 2025년 농원 내 숙박시설인 파머스빌리지와 글램핑장 주변으로 약 2만3140㎡(7000평)에 달하는 ‘상하의 숲’ 조성을 준비 중이다. 최근 환경문제로 주목받고 있는 탄소 선순환을 위해서다. 상하농원 류영기 대표는 “상하농원은 농촌을 행복하게 하고 여기서 자란 건강하고 신선한 먹거리를 소비자와 나누기 위해 만들어졌다”며 ”더불어 앞으로도 부지런히 미래 농업을 연구하고 지역 농가에 전파하며 상하농원을 통해 안정적인 판로를 제공해 지역 상생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혜진 쿠킹 에디터 an.h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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