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마음이 아파도 의사를 찾는 문화

이경호 2023. 4. 20.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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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14일 세계 최고 수준인 자살률을 대폭 낮추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생명존중 안심마을 조성, 생애주기별 대응, 자살유해수단 차단, 정부 거버넌스 구조개선 등이다.

국회미래연구원의 보고서(높은 자살률,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문제가 아닌가)를 보면 연령대별로 경쟁·폭력(10대 청소년), 생존·불안(2030 청년), 역할·책임(4050 중장년), 빈곤·무망(희망이 없음·60대 이상) 등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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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호 바이오헬스부장

정부는 지난 14일 세계 최고 수준인 자살률을 대폭 낮추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생명존중 안심마을 조성, 생애주기별 대응, 자살유해수단 차단, 정부 거버넌스 구조개선 등이다. 20~70대를 대상으로 10년마다 이루어지는 정신건강검진을 신체건강검진주기와 동일하게 2년마다 실시하기로 했다. 재정과 증원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숫자를 내놓지 않았다.

2021년 한 해에만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1만3000여명에 이른다. 그 해 교통사고 사망자가 2900명인데 이보다 4배가 많다. 일본의 자살예방예산은 2017년 기준 7508억원이다. 한국자살예방사업 예산은 2021년 기준 368억원이다. 이 예산에서 일본은 ‘인건비’ 항목이 빠져있지만 한국은 ‘인건비’ 항목이 포함돼 있다. 일본의 자살률은 2011년 20.9명에서 15명 이하로 줄었다가 최근(2021년) 16.8명을 기록했다. 정부는 2021년 26.0명에서 2027년 18.2명으로 30% 줄이겠다는 목표다. 자살예방을 위해서 재정과 인력을 늘리자는 주장, 하기는 쉽지만 당장은 어렵다.

자살은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보건복지부가 2015~2021년(7개년 누적) 심리부검 면담을 분석한 결과, 자살사망자의 대부분은 사망 전 경고신호(죽음 언급·주변 정리·수면상태 변화 등)가 있었고 정신과 질환을 진단받았거나 질환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1명당 평균 3.1개의 사건(가족관계·경제문제·직업 스트레스)을 동시에 경험했다. 전(全) 연령층에서 우울장애가 82.1%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국회미래연구원의 보고서(높은 자살률,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문제가 아닌가)를 보면 연령대별로 경쟁·폭력(10대 청소년), 생존·불안(2030 청년), 역할·책임(4050 중장년), 빈곤·무망(희망이 없음·60대 이상) 등을 겪고 있다.

자살사망자는 스트레스 사건 발생 뒤 우울, 불안 등 정신건강 문제가 발생 또는 악화해 자살에 이르는 공통점이 있다. 자살예방대책의 첫 단추를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건강에서부터 찾아야 한다. 마음의 병을 치료하고 극복하는 문화도 함께 만들어야 한다.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지 말라고 해도 간다. 의사를 만나 진료받고 약을 처방받거나 수술받는다. 마음이 아픈 것도 몸이 아픈 것과 마찬가지의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우울증 환자는 매년 늘어나는데 정신과나 상담센터를 찾아 상담하기를 꺼리는 문화가 여전하다. 몸이 아프다면 쾌유를 빌지만 마음이 아프다면 개인의 문제로 치부한다. 자살 대부분이 ‘극단 선택’이라는 용어로 대체되는 것과 비슷하다. 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정신과 의사나 심리상담가에게 상담받는 모습이 자주 나온다. 미국의 시청자보호 가이드라인에는 이런 장면에서 실제적인 조언과 절차, 그리고 전문가들이 실제로 하는 방식을 충실히 보여주도록 한다. 알코올, 마약, 도박 등의 중독자들도 관련 모임에 나가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는 장면도 많다. 캠페인성이 아니라 인물의 내면심리를 보여주는 장치로 적극 활용된다.

이에 견줘 우리는 영상 콘텐츠 가이드라인이 있는데 자살의 구체적 묘사, 자살미화 등을 자제하는 것이다. 우리도 경제난과 학교폭력, 가족갈등, 괴롭힘, 각종 중독 등이 영상 콘텐츠에서 다뤄질 때 상담하는 장면을 넣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 정신건강을 위한 상담이 ‘문제가 있어서’가 아닌 ‘해답을 찾기 위해서’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이경호 바이오헬스부장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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