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포커스] 김서현+박상원, 무너지던 불펜 분위기 확실하게 바꿨다

차승윤 2023. 4. 20.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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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박상원.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9회만 되면 그 누구도 믿을 수 없었던 분위기부터 바꿔야 했고, 성공했다.

한화는 1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렸던 두산 베어스와 경기에서 7-6 진땀승을 거뒀다.

진땀승인데도 소득이 많았다. 이날 한화는 당초 믿었던 선발 장민재가 5이닝 5실점(4자책점)으로 무너졌고, 두산 선발 김동주에게는 단 2점만 뽑았다. 초반 기세에서 두산을 넘지 못했다. 후반 역전도 쉽지 않았다. 이날 경기 전까지 두산은 박치국-정철원-홍건희로 이어지는 필승조가 비교적 원활하게 돌아갔다. 반면 한화는 전날 마무리 김범수의 2실점 패전을 비롯해 불펜 불안이 심각했다. 19일 경기 전까지 블론세이브 1위(5개)에 팀 세이브가 단 한 개도 없었다.

그랬던 한화가 드디어 불펜 싸움으로 승리를 가져갔다. 한화 타선은 6회 가동된 두산 불펜진에게 3득점하면서 동점을 만들었다.

야구의 흐름과 분위기라는 건 정량화할 수 없다. 어쩌면 그런 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동점이나 역전을 만든 다음 이닝에서 투수는 실점 없이 막아야 한다는 건 '상식'에 가깝다. 점수를 내줬던 팀 역시 바로 득점을 만들어야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고, 그 분위기를 한화는 올 시즌 수 차례 내줬다.

한화 이글스 김서현.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예상하지 못한 카드가 그 분위기를 지켜줬다. 한화가 5-5 동점을 만든 후 꺼낸 첫 카드는 다름 아닌 신인 김서현이었다. 2군에서만 5경기 평균자책점 1.29를 기록하고 갓 1군에 등록된 신인 투수의 데뷔전이었다. 기대치가 높다고는 해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 김서현은 단숨에 대전구장의 분위기를 한화로 쏠리게 만들었다. 17구를 투구하는 동안 11개의 직구를 던졌는데, 최고 시속 157.8㎞(스포츠투아이 PTS 기준. 트랙맨 기준은 160.1㎞) 평균 시속 155.9㎞를 기록했다. 직구 중 10구가 모두 스트라이크일 정도로 공격적으로 두산 타선을 압도했다. 치열했던 타격전은 관중들의 머릿속에서 지워졌고, 오롯이 김서현의 광속구 그들의 뇌리에 새겨졌다.

두산의 흐름을 제압한 한화는 9회 초 드디어 역전까지 만들었다. 그리고 이 과정까지 김서현을 포함해 불펜진은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이제 한 이닝만 막으면 됐다. 한화로서는 가장 어려웠던 과제였다. 그리고 예상만큼 9회는 어렵게 흘러갔다. 일단 이날 경기 전 마무리를 맡기겠다고 했던 강재민이 8회에 이어 올라왔다. 그러나 선두 타자 양의지에게 안타를 맞았고, 이어 대타 김재환이 2루타로 한 점을 가져갔다.

이제 한 점 차. 자칫 블론세이브만 한 개 더 쌓게 되는 상황을 맞았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그러자 강수를 뒀다. 먼저 마무리 투수가 아닌 셋업맨으로 쓰겠다던 좌투수 김범수가 마운드에 올랐다. 좌타자 호세 로하스를 잡기 위해서였다. 그러자 이승엽 두산 감독도 승부수로 받아쳤다. 로하스 대신 우타 신성현을 냈다. 이어 2사 1루 상황에서는 이유찬 대신 전날 김범수에게 결승타를 친 김재호가 대타로 나섰다.

김범수로 신성현을 잡은 수베로 감독이 다시 받아쳤다. 18일 1군 등록 후 아직 복귀전을 치르지 않았던 박상원이 나섰고, 시속 147㎞ 강속구 2개를 던져 김재호를 땅볼로 잡는 데 성공했다. 9회에만 3명이 올라온 문자 그대로 '집단 마무리' 경기였다.

분위기를 바꾸는 계기를 마련했다. 남은 건 '승리 공식' 재편이다. 19일 경기에서 알 수 있듯 현재 한화는 누가 마무리인지, 누가 8회 셋업맨인지도 불분명하다. 향후 김서현의 기용 방식도 알 수 없다. 리빌딩이 아닌 성과를 원한다면, 시즌 초 안에는 그 공식이 확실해져야 한다.

대전=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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