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구제책 마련 총력전…"산 넘어 산, 실효성도 의문" [전세사기 추가지원]

경·공매 즉시 중단한다지만, 구체화된 내용 없어
전문인력 투입 피해자 법률·상담지원 강화
"정부 개입 필요하지만, 단기 해결책 마련 힘들어"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연이어 극단적 선택을 하자 뒤늦게 구제 방안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연이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구제 방안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당장은 피해자들이 거주 중인 주택에 대한 경·공매를 유예하고 관계부처 협의 등을 거쳐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단 계획이지만,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또다시 하세월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20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효과적인 지원을 위해 방기전 기획재정부 제1차관 주재로 '전세사기 피해지원 범부처 TF'를 가동하고 첫 회의를 진행했다.

우선 정부는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가 확인된 2479가구 가운데 은행권 및 상호금융권 등에서 보유 중인 대출분에 대해 이날부터 즉시 경·공매를 유예한다.

다만 피해자 가운데 경매를 원하는 등 개별 사례가 다양해 경매 유예 기간이나 대상, 절차 등에 대해선 추가 논의를 거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는 또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심리학회의 협조를 얻어 이날부터 전문인력을 대거 투입해 피해자에 대한 '맨 투 맨' 법률·심리상담도 진행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19일 기자들과 만나 "경·공매 유예부터 경락대금에 대한 장기저리대출 등 아이디어는 모두 테이블에 올라와 있다"며 "피해자들의 주거 안정과 재산권을 최대한 지킬 수 있는, 현실 가능한 모든 부분을 찾아보겠다. 논의 결과가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송 비용도 일부 지원한단 계획이다. 원 장관은 "비용 때문에 소송까지 차마 가지 못하는 분들도 있다"며 "일정 자부담이 필요하겠지만 지원을 통해 권리증서나 판결문이라도 갖고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7시 30분께 전세사기 근절 및 피해지원 관련 당정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여야 정치권도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7시 30분께 전세사기 근절 및 피해지원 관련 당정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관련 TF를 구성하고 당정 협의를 거쳐 구제 방안을 논의한단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선 보상 후 구상'을 골자로 한 특별법 추진에 나선다. 이와 함께 전세사기 피해자 제반 구제 조치를 신속히 진행하기 위한 '전세사기 방지·구제 범정부대책기구'도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와 여야 정치권에서 뒤늦게 전세사기 피해 지원 방안 마련에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피해자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 소속 한 임차인은 "달라진 내용은 하나도 없다"며 "피해자들이 이미 한참 전부터 요구했던 경매 중단도 이제야 시행될 조짐을 보이고, 임차인 우선매수권도 지금부터 논의해보겠다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어 "구체적인 대책이 언제 마련되고 또 언제부터 시행될지 알 수 없다"며 "피해자들은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데 여전히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관계부처 협의, 국회 입법 관련 논의 등 필요한 절차를 속도감 있게 진행하겠단 계획이지만, 전문가들은 단기에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되기 힘들다고 내다본다.

금융당국이 나서더라도 경매를 유예할 법적인 근거가 없고 설사 각 금융기관의 협조를 얻어 경매가 일시 중단되더라도 임시방편에 그친단 지적이다.

피해자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는 방안 역시 입법을 거쳐야 하고,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공공이 매입하는 방안에 대해선 정부가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실현되기 어렵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지금 일어나는 전세사기는 법과 상식선에서 처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결국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해결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인데 문제는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고 얼마나 투입할 거냐는 것인데 빨리 결론을 도출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는 것과 별개로 경매가 실행됐을 때 얼마에 낙찰받도록 하겠냐는 것도 문제다. 최저가격으로 주겠다면 선순위 채권자들에게 피해가 가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며 "지금 거론되는 방안들 중에선 경락대금에 대한 대환 대출이 좀 더 현실적인데 마냥 저리로 대출해주는 게 맞는지는 또 논의를 거쳐야 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