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닥터다이어리 송제윤 대표가 카카오에 물었다 "7년 노력을 어떻게…"
카카오헬스케어와 아이디어 도용 분쟁
카카오 해명에...“계열사와 MOU도 체결”
‘혁신’ 외치는 카카오...“진짜 혁신일까”
'무형(無形)'인 아이디어에 대한 도용을 증명하기란 매우 어렵다. A와 A+@는 다르다는 것이 보편적 판례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허점을 교묘히 이용하는 기업들 때문에 일부 선량한 기업들은 속앓이를 하곤 한다. 하물며 인력, 금력이 넘치는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이러한 ‘꼼수’를 저지른다면 스타트업은 피눈물을 흘리며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헬스케어 스타트업 닥터다이어리 역시 이같은 처지다. 당뇨 환자들을 위한 혈당관리 플랫폼을 운영하는 닥터다이어리는 몇 해 전 카카오의 접촉에 새로운 기회에 대한 기대에 부풀었다. 하지만 이 기대는 절망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출범한 카카오의 헬스케어 자회사 ‘카카오헬스케어’가 첫 사업으로 내놓은 ‘프로젝트 감마’가 이들이 7년간 영위한 사업과 굉장히 비슷했기 때문이다. 송제윤 닥터다이어리 대표는 “나와 우리 직원들이 들인 7년의 노력을 대기업에 빼앗기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굳은 결의를 보였다.
누적 다운로드만 100만...명실상부 국내 최고 ‘혈당관리 플랫폼’
닥터다이어리는 지난 2017년 출범한 업력 7년의 헬스케어 스타트업이다. 동명의 혈당관리 플랫폼이 닥터다이어리의 주력 사업이다. 이러한 플랫폼이 거의 없던 당시 혈당관리 서비스 플랫폼을 출시한 닥터다이어리는 현재 누적 다운로드 수 100만, 월 이용자수(MAU)는 10만명에 달하는 명실상부 업계 대표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액 역시 80억원에 이르면서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송 대표가 닥터다이어리를 고안한 것은 대학교 재학 시절이다. 송 대표는 “재학 시절 학교 수업으로 IT 서비스를 만드는 과제를 받았는데 나에게 유용한 서비스를 만들고 싶어 단순한 ‘노트’ 형식의 혈당관리 기록 앱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어린 시절 당뇨병 진단을 받은 환자다. 자신이 실제로 쓸 목적으로 앱을 개발했는데 시장에서 긍정적 반응이 왔다.
이후 창업 동아리 형태로 닥터다이어리의 전신을 세웠다. 앱은 점점 발전했고 2017년 본격적으로 창업을 결심한 송 대표와 동료들에 의해 현재의 닥터다이어리가 탄생했다. 송 대표는 “2017년은 생각보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지 않았고 특히 당뇨 환자의 대부분이 포진한 6-70대는 더욱이 앱 사용이 어려울 때”라며 “주변에서 우려가 있었지만 시장 선점을 위해서 뚝심 있게 사업을 이어갔고 코로나 발생 이후 어르신 이용자가 크게 늘었다. 지금은 그때 결정이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동아줄인줄 알았는데...카카오의 ‘검은 손’
송 대표가 7년간 키워온 혈당관리 플랫폼 ‘닥터다이어리’는 최근 ‘아이디어 도용’ 분쟁에 휘말렸다. 카카오헬스케어가 지난 3월 발표한 신사업 ‘프로젝트 감마’가 혈당관리 플랫폼이었기 때문이다.
송 대표는 카카오헬스케어가 출시할 플랫폼과 닥터다이어리가 많은 부분에서 유사하지만 특히 커뮤니티 연동 기능의 유사성이 높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닥터다이어리가 국내에서 가장 먼저 출시한 기능이 플랫폼 내에서 사용자가 입력한 건강 데이터를 곧바로 커뮤니티에 공유할 수 있는 기능”이라며 “현재 카카오헬스케어의 플랫폼 커뮤니티 역시 해당 기능을 서비스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으며 UI, UX와 공유창의 컬러까지 흡사하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당시에는 특허 출원을 생각하지 못했고 이번 일 이후 해당 기능에 대한 특허 출원을 알아봤으나 기능 출시 이후에는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카카오헬스케어는 닥터다이어리와 프로젝트 감마의 유사성에 대해 “프로젝트 감마는 연속혈당측정기(CGM)과 연동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라며 차이점을 주장했다. 하지만 업계는 CGM 연동은 하나의 부가 서비스 일뿐, 뼈대는 혈당관리 플랫폼 아니냐며 두 플랫폼 간 유사성이 높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송 대표는 “이번 논란의 본질은 CGM이 아니며 우리는 CGM 연동 서비스를 카카오가 베꼈다고 주장한 적이 없다”며 “핵심은 카카오가 이번 신사업을 시작하기 앞서 투자 명목으로 우리 내부 자료와 주요 사업모델을 취득하고 나서 별도법인을 통해 유사한 사업을 내놓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닥터다이어리와 카카오의 첫 만남은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송 대표에 따르면 2020년 10월경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회사 소개를 요청하면서 주력 사업에 대한 설명 자료를 요청했다. 같은 해 12월 닥터다이어리는 카카오인베스트먼트에 정식으로 IR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듬해인 2021년에는 또 다른 계열사 카카오브레인이 연락을 취해왔다. 카카오브레인은 2021년 8월 닥터다이어리와의 협력을 진행했고 3개월 후 카카오톡과의 플랫폼 서비스 협업을 위한 MOU(업무협약)를 체결하기도 했다. 송 대표는 “카카오브레인과는 협업 과정에서 많은 내부 자료가 오갔다”며 “상위 매출 목록은 물론 주요 계약 자료 등 사업 수익모델과 관련한 내용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카카오브레인은 2021년 12월 닥터다이어리에 결별을 선언했다. 곧 카카오 내부에서 헬스케어를 담당하는 별도 법인이 설립되기 때문에 카카오브레인에서 더 이상 해당 사업을 영위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그렇게 카카오와의 연결이 끊겼던 닥터다이어리는 이번 사건으로 카카오와 재회했다. 현재 카카오는 접촉 사실에 대해 입을 열지 않고 있다. 카카오헬스케어 측은 카카오 자회사는 각자 독립 경영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각 사에서 취득한 정보를 타사와 공유하고 있지 않는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송 대표는 “계열사 간 사업 협력은 하면서 정보 교류는 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지난 3월 카카오헬스케어, 카카오브레인, 카카오인베스트먼트에 기술유출 혐의 소명을 요청했으나 카카오헬스케어의 원론적인 답변 이외에 답변이 오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카카오 그룹 내 기술윤리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카카오 얼라인먼트에도 먼저 신고를 했지만 그 쪽 역시 묵묵부답”이라고 덧붙였다.
빠른 시일 내 중기부 신고 절차...“사업으로 이기겠다”
송 대표는 이르면 이번 주 내로 중소벤처기업부에 기술 탈취 관련 신고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중기부 관계자를 통해 공정거래위원회 및 특허청 신고 역시 준비 중이다.
법적 분쟁은 최후의 보루로 남겨둔다. 송 대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비슷한 사례의 스타트업 대표님들을 만난 결과, 법적 분쟁으로 넘어갈 경우 너무 많은 시간과 돈이 들어가고 또 사업적인 면에서도 리스크가 크다는 것을 알았다”며 “법적 분쟁은 가장 마지막 선택지로 남겨두고 조정 절차를 최우선적으로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사업적으로도 7년의 저력을 보여주겠다는 계획이다. 닥터다이어리는 지난 3월 CGM 연동 기반 체중 및 혈당관리 서비스 ‘글루어트’를 출시했다. 글루어트는 지방흡입 특화 의료기관 365mc와 지방흡입 사후관리 전용 혈당 모니터 체중관리 시스템 공동 연구개발을 위한 MOU도 맺으면서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송 대표는 “CGM 기반 혈당관리 서비스의 경우 우리는 이미 출시까지 마쳤을 정도로 과거부터 고안해 온 사업모델”이라며 “카카오는 항상 혁신을 표방하는 그룹이라고 알고 있는데 카카오헬스케어의 서비스에 어떤 혁신성이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분쟁에 너무 매몰되지 않고 저희 사업에 더 집중하고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것이 궁극적으로 이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향후 카카오헬스케어의 관련 플랫폼이 출시되더라도 사업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도록 더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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