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박서준의 홍대는 왜 손절하지 않는가..“인간의 동질감” [IS인터뷰]
2023. 4. 20. 06:30
이병헌 감독의 새 영화 ‘드림’은 모든 인생을 손절하지 않는 ‘꿈’같은 이야기다. 배우 박서준도 ‘드림’을 통해 매번 캐스팅에서 떨어지던 신인 시절을 기억했다. ‘포기할까?’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다시 움직이던 때다.
“저도 신인 시절이 있었죠. 오디션을 보러 다니는데 계속 낙방하는 거예요. ‘내 길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고요. 그런데 계속해서 마음을 가지고 움직이게 되더라고요. 포기하려는 마음이 들 때도 있지만 다음날 다시 일어나는 게 중요했던 것 같아요.”
지난 18일 박서준과 영화 ‘드림’ 관련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박서준은 “‘드림’은 우리가 아직 운동장 안에 있고, 그 운동장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라며 “이런 이야기가 내게 감정적으로 와 닿았다”고 밝혔다.
‘드림’은 개념 없는 전직 축구선수 홍대(박서준)와 열정 없는 PD 소민(아이유)이 집 없는 오합지졸 홈리스 국가대표 선수들과 함께 불가능한 꿈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지난 2010년 세계 홈리스 풋볼 대회에 출전한 대한민국 국가대표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했다. 박서준은 어머니의 사기와 도피 혐의를 집요하게 묻는 기자의 눈을 찌르고 은퇴한 축구선수 홍대 역을 맡았다.
박서준은 극 중에서 노숙자들을 이끌고 세계 홈리스 축구대회에 출연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축구선수 출신이니 가로 135m의 잔디구장을 전력질주하며 멋지게 등장한다. 하지만 정작 영화 속 홈리스 월드컵 구장은 세로 20m의 작은 면적에서 게임을 진행한다. 박서준은 홈리스 월드컵의 ‘룰’에서 인류애를 느꼈다고 한다.
“홈리스 월드컵의 룰에서 감정적으로 느낀 게 있어요. 5명이 출전하는데 4명이 공격수고 수비수가 1명인 거예요. 모두가 공격을 할 수 있으니 너무 편파적인 게 아닌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모든 선수가 골을 넣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해주도록 그런 규칙을 만들었다고 하더라고요. 당신도 살아갈 수 있다. 당신은 낙오자가 아니다. 그런 희망을 주는 취지의 대회라고 하더라고요. ‘드림’도 마찬가지로 우리는 아직 운동장 안에 있고, 운동장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영화 속에서 박서준도 구제 불능인 인생들을 손절하지 않고 이어간다. 박서준은 “손절이라는 말은 참 무서운 표현”이라며 “홍대가 손절하지 않는 이유는 동질감 때문이 아닐까. 홍대는 굉장한 노력가지만 재능있는 사람에게 열등감을 느낀다. ‘나도 항상 2등이었다’는 말을 가장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홍대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노력해도 닿지 않는 무력감을 느낀 홍대가 한심한 인생들에 공명(共鳴)하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병헌표 코미디’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감독님이 원하는 느낌대로 ‘말 맛’나게 하고 싶었는데 잘 했는지 아쉬움이 남는다”면서도 “감독님의 디렉션이 중요했던 작품이었다. 그 리듬과 템포를 따라가기 위해 많은 대화가 있었다. 감독님의 작품을 재미있게 봐서 설레는 작업이었다”고 설명했다. 박서준은 이병헌 감독의 ‘스물’을 가장 인상깊게 본 영화라고 짚었다. 노숙자 5명을 상대로 ‘양민학살’ 축구를 벌이면서 홀로 기뻐하는 주책맞은 모습은 박서준에게 내적 부담감이 심했다고 한다. 그는 “감독님이 중간에 끊지 않고 오래 찍으셔서 ‘매번 새로운 걸 해야하나’하는 압박감이 컸다”고 말했다.
아이유와 ‘티키타카’ 호흡도 잘 맞았다고 한다. 뜨거운 폭염에 짜증이 날 법한데도 “아이유씨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좋은 것들을 느끼게 해주셨다”고 했다. 연극판에서 이름난 선배 배우들과도 즐거운 촬영이었다고 했다. 박서준은 “범수 역을 맡은 정승길 선배와 ‘계란빵’을 먹는 장면이 제일 재밌었다. 홍대로서는 자신을 연적으로 느끼는 범수에게 통쾌한 감정이었을 것”이라며 “고창석 선배는 제가 대학교 1학년 때 처음 연극 공연을 보러 가서 만난 선배다. 휴먼 코미디 극이었는데, 그 때 대단하다고 느낀 선배와 같이 작품을 하게 돼 신기했다”고 말했다.
박서준의 ‘드림’은 무엇일까. 박서준은 수현과 마동석에 이어 세 번째 마블영화에 합류했다. 마블 영화 ‘더 마블스’를 찍으며 마동석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일단은 영화 ‘드림’이 잘 되는 것이 지금의 꿈이다. “앞에 주어진 것을 소화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배우 박서준이 걷는 길이자 ‘드림’이다.
김혜선 기자 hyese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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