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3막 기업]시니어 일상생활 불편 해소하는 '에쓰브릿지'
"노인들이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온갖 불편을 해소하는 서비스들을 종합적으로 제공하겠다."
에쓰브릿지는 노인들에게 필요한 여러 서비스와 상품들을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다만 ‘플랫폼’이라는 단어에서 즉각적으로 연결되는 ‘앱’을 통해서는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다. 노인에게 가장 친숙한 매개체인 전화를 통해 여러 서비스들을 연결한다. 지난 7일 만난 전상현 에쓰브릿지 대표(54)는 “노인들에게 가장 적합한 서비스 형태는 비대면이어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다소 아날로그적이어도 노인들이 직접 전화를 걸어 무언가를 요청하면, 즉각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방식이 알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에쓰브릿지의 핵심 브랜드는 ‘두손모아’다. 다양한 노인 전용 서비스를 제공중인 스타트업들의 여러 서비스들을 연결해 주는 게 핵심이다. 전 대표는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규모가 영세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세상 구석구석에서 노인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들을 제공하고 있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며 “이들의 좋은 서비스를 연결해주면서 노인들을 토털 케어하는 것이 저희 서비스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부모님의 안전을 걱정하는 자녀 고객에게는 노인들의 낙상 방지에 특화된 스타트업의 서비스를 연결해주는 식이다.
삼성물산과 자회사 홈플러스 등에서 기획, 마케팅 프로젝트를 20년 이상 담당했던 전 대표는 오래 전부터 노인의 건강한 삶을 돕고 싶다는 소망을 품어왔다. 구체적 계기가 된 건 주재원 시절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베트남전으로 인해 고엽제 증후군을 앓고 있었는데, 전 대표가 해외에 가게 되면서 연락이 쉽지 않았다. 먼 거리에서 아버지의 일상생활이 잘 흘러가고 있는지 걱정하다 보니, 은퇴 이후 노인의 삶을 뒷받침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에 대한 고민으로 흘러갔다. 그는 “누구나 노인이 된다”며 “은퇴 이후 새로운 인생의 3막을 건강하게 사는 데 기여하는 활동을 하면서 새로운 삶을 준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인생 3막’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선, 노인 삶에 스며들어 있는 고독의 문제가 반드시 해소돼야 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이는 정부가 세부적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민간 영역에서 외로움 해소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들이 공급돼야 한다고 믿는다. 그는 “궁극적인 꿈은 이른바 ‘노노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을 만큼 성장하는 것”이라면서 “인구가 줄면서 자연스럽게 문을 닫게 되는 지방 대학의 캠퍼스 등을 인수해서 노인들 간 유대를 키울 수 있는 공간으로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에쓰브릿지, 어떤 기업인가.
▲시니어를 위한 스마트한 ‘브릿지’가 되겠단 의미다. 어려움에 처하거나 도움이 필요한 노인들의 다리가 돼주고 싶다. 저희 회사의 핵심 브랜드가 ‘두손모아’다. 어르신들이 삶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부분들을 그때그때 지원해준다는 취지다.
-핵심 브랜드로 ‘두손모아’를 소개하셨는데. 어떤 서비스인가.
▲도움이 필요한 노인들의 ‘두손’이 되어주겠다는 의미다. 사회복지사, 요양복지사들을 연결해주는 중개 서비스는 기본이고, 이 외에 노인을 위한 여러 서비스들을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업체들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노인을 위한 종합적 중개 플랫폼이라고 보면 된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들을 하나.
▲서비스, 상품, 인력을 모두 연결해주는 원스톱 토털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 우선 노인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을 연결해준다. 말동무를 해주거나 가사활동을 도와드리는 역할을 하는 방문요양서비스를 연결해준다. 노인전문 쇼핑몰 ‘두손 시니어’도 운영하고 있다. 지팡이, 휠체어처럼 노인들이 주로 쓰는 노인용품 또한 판매한다.
-일반적으로 시니어 대상 기업들은 하나의 서비스에만 특화하는 경우가 있는데.
▲우리는 노인이 원하는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하나의 공간에서 제공해주는 종합 플랫폼을 지향한다. 즉 시니어 산업 각 분야에서 각자의 특화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관련 스타트업들의 서비스를 한곳에서 볼 수 있도록 연결해준다. 마치 대형마트에 온갖 상품과 함께 약국, 문화센터 등 여러 서비스들이 한데 모여있는 것과 엇비슷한 개념이다. 다만 저희가 연결해주는 서비스들이 스타트업들을 통해서 제공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웹이나 앱으로 서비스가 제공되나.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니다. 처음에는 앱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해야겠다고 생각했으나, 실질적으로 앱을 만들어 놓고 보니 전화를 통한 문의를 더 많이 받았다. 특히 어르신들은 앱 접근 과정에서 디지털 장벽이 있다. 전화 통화를 통한 문의가 어르신들에게 가장 편리한 방식이다. 시니어 산업은 아날로그적인 요소들이 핵심이다. 인공지능 등이 발전한다고 해도,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때는 최신식 기술보다 ‘휴먼터치’를 중심에 둬야 한다. 직접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믿고 이용한다.
-노인분들이 두손모아에 전화를 해서 서비스를 요청하면 이를 이행해드리는 컨셉으로 보면 되나.
▲그렇다.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과 차이점이 있다면.
▲저희가 종합적인 서비스 제공을 지향하고 있는 만큼, 노인분들을 단일한 하나의 수요자로 보지 않는다. 노인들의 연령대와 건강상태에 따라 세밀하게 서로 다른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본다. 건강한 분들이라면 이들의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서비스가 필요할 것이다. 반면 나이가 많고 거동이 어려운 분들은 간호 서비스가 필요할 것이다. 노인들이라고 해서 단순히 생존을 가능케만 하는, 사고 예방 같은 기본적인 단계의 서비스만을 제공하지 않고자 노력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노인 전용 서비스들은 초점이 생존에만 맞혀져 있는데, 이를 탈피하고자 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낙상 예방 서비스가 있다. 생각보다 의외로 집에서 낙상사고가 많이 일어난다. 현대인의 집 자체가 노인 친화적으로 만들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작은 턱에도 넘어지기가 쉽다. 침대, 화장실 등 곳곳에 손잡이들이 설치될 필요가 있는데 미적으로 좋지 못하기에 설치된 집이 거의 없다. 저희는 낙상예방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의 서비스를 연결한다. 노인들이 거주한 집을 방문해서 위험 요소들을 미리 파악하고, 이를 제거하거나 낙상을 방지하기 위한 설치물들을 추가하는 것이다.
-회사의 지향점이 있다면.
▲지금은 아직 작은 스타트업이나, 궁극적으로는 노인과 관련된 총체적인 서비스들을 모아 제공하는 종합서비스 기업으로 키우고 싶다. 노인들의 외로움 문제 해결에도 초점을 맞춘 다양한 서비스들이나 노노케어 커뮤니티들을 만들고 싶다. 이른바 액티브 시니어라고 일컬어지는 건강한 노인들이 함께 모여서 서로를 의지하고 외로움을 해소하면서 일상을 풍요롭게 채우는 서비스들도 기획하고 싶다.
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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