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트렌드]‘노(老)노(老)케어’는 또래 공감, 우리끼리 함께 하기
재작년 초, 홀로 제주 여행을 다녀왔다. 배낭 하나 달랑 메고 뚜벅이 여행자가 되어 걷고 또 걸었다. 당근도 캐고, 해녀 공연도 보고, 산에도 오르며 좋은 시간을 보냈지만, 35세 이상은 숙박이 안된다는 숙소가 있어 달갑지 않았다. 나이를 먹으면 숙소에서도 반기지 않는가 싶어 연유를 알아봤더니 숙박객들끼리 연애를 권장하는 곳이라 비슷한 연배의 청춘남녀만 받는다는 것이다. 또, 밤을 새우다시피하여 술 게임을 하니, 어차피 ‘숙면’은 어려운 환경이라고 한다. 숙소의 목적, 쓰임이 다른 것이었다.
‘또래’는 나이나 수준이 서로 비슷한 무리란 뜻이다. 유사어를 찾아보면 동년배란 단어가 있다. 아이들은 또래와 놀면서 말도 배우고, 듣는 법, 함께 하는 방법 등 일상에서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지를 자연스럽게 익히기 시작한다. 그래서 생애주기 초기 단계, 같은 지역이나 공동체 안에서 누구와 놀 것인가는 아이에게만이 아니라 부모에게도 중요하다. 이러한 또래 집단은 넓은 의미로도 확장된다. 비슷한 사업, 지위, 취미, 사고방식 등을 가진 사람들끼리 자연적으로 형성되는 성인들의 놀이 중심 집단을 가리킨다. 이러한 개념, 또래집단의 영역은 놀이 뿐만 아니라 나눔과 돌봄 영역까지 포괄할 수 있다. 10대 마음은 10대가 가장 잘 알 수 있듯이, 시니어의 마음은 시니어가 잘 알 수 있다. 아직 누구도 정답을 알지 못하는 초고령화 시대, 새로운 길을 같이 고민하고 모색하는 방법으로 ‘노(老)노(老)케어’가 하나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노노케어’란, 건강한 시니어(노인)가 질환이나 다른 사유로 도움이 필요한 노인을 돌보는 서비스를 말한다. ‘고립 문제’를 해결하고자 시작된 노노케어는 도움이 필요한 독거노인을 방문해해 안부 확인, 말벗되어 드리기, 생활안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일본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지만, 그 중심의 노노개호보험이 가족간의 돌봄 영역이었다면 한국은 양상이 사뭇 다르다. 이웃과 동년배 사회가 포함된다. 2005년 정부에서 노인 일자리 마련을 위한 복지 차원에서 도입하였고, 이후 민간에서 먹거리 나눔 봉사활동이나 경로당 일거리, 은퇴 농장 등의 형태로 확장됐다. 빠르게 심화되고 있는 고령사회, 노인이 노인을 돕는 방법은 일석이조 효과가 있다. 건강한 시니어는 일을 얻고 돈을 벌 수 있으며, 일상생활이 불편한 노인은 도움을 받으며 고립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과 소통하며 지낼 수 있다.
노노케어를 찾아보면 노노케어 사업, 노노케어 교육, 노노케어 복지, 노노케어 프로그램 등 연관된 검색어가 잔뜩 나온다. 주로 5060세대 시니어가 7080세대를 위해 움직인다. 디지털 격차 줄이기 교육이 대표적이다. 2030세대 강사보다 시니어 강사가 가르쳐주는 것이 더 편안하고 이해도 잘 된다고 한다. 실버체조 교실도 30대 강사가 무리하게 권유하는 동작들을 따라하다가 탈이 나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시니어 강사는 어르신의 상태에 맞는 조절과 안배를 잘 해서 그럴 일이 없다고 한다. 그야말로 눈높이 교육이다. 돌봄 도시락 배달은 공익형 일자리 사업이라, 봉사료 수준인데도 어르신댁을 방문하는 시니어들은 자발적 초과근무를 많이 한다고 한다. 웃음테라피를 통한 우울감 및 치매예방도 농담과 유머를 전하는 사례로 또래의 시대상이나 옛날 이야기를 반영하기 때문에 시니어가 상대적으로 잘 먹힌다. 강원랜드 사례도 있다. 2020년부터 지역내 시니어를 고용해 ‘행복빨래방’이란 사업을 전개하는데 정선과 태백에 있는 취약계층(어르신 뿐만아니라 아이들)의 빨래를 해준다.
한편, 노노케어의 확장 모델로 마을 만들기도 확발하다. 도시보다 고령화가 심각한 지역에서 5060세대 시니어들이 동네일을 챙긴다. 어르신을 돌보거나 공동으로 작업할 것을 구상하고, 마을을 다시 만든다. 예를 들면, 홍성 은퇴농장은 시니어가 더 나이많은 시니어를 위해 공동식사를 해결할 수 있게 하고, 공동 작업장에서 포장을 해서 수익을 배분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원주 로컬푸드 관련 조합원들은 대부분 60대 전후 시니어들로 지역에서 소규모 농사를 짓는데, 마을이나 농가 단위로 공동으로 농협에 판매를 하고, 공통 교육이나 선진지역 농업 견학을 한다. 또 영등포 지역에는 시니어 조합원들이 모여서 낭독 공연을 기획하고 지역의 문화예술 활동을 구성하는 협동조합을 만들기도 했다. 한편, 청소연구소란 홈클리닝 스타트업에서는 가사도우미로 활동하는 사람 중 60대 비중이 크다고 한다. 7080세대 어르신들은 간병이 필요한 건강 상태는 아니지만 말동무가 필요한 경우 청소를 겸해 파견 요청을 많이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노노케어의 참여자들은 긍정적이다. 케어를 받는 시니어들은 정신적 외로움이나 결핍이 줄어 안정감을 느끼고 소외감이 치유된다고 한다. 케어를 하는 시니어들도 참여감과 보람, 경제적 보탬을 얻는다. 고령화 이슈는 이미 저출산 정책과 이민으로만 해결을 하기 어려운 단계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닌, 건강하게 잘 사는 것이 중요한 시대, 로봇 돌봄 외에 시니어의 적극적인 실행 개입이 필요하다. 노인의, 노인에 의한, 노인을 위한 해결책 말이다.
이보람 써드에이지 대표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여성 연락처만 100여개…세금만 70억 내는 남편, 성매매 중독자" - 아시아경제
- "하루에 7억 빼돌리기도"…김병만 이혼전말 공개 - 아시아경제
- "일본 카페서 핸드폰 충전하면 잡혀갑니다" - 아시아경제
- "한 달에 150만원 줄게"…딸뻘 편의점 알바에 치근덕댄 중년남 - 아시아경제
- "주연은 200억도 받는데" 3000원 안되는 시급 10% 삭감에 발끈한 中 단역배우들 - 아시아경제
- 암 치료에 쓰라고 2억 모아줬더니 새 집 산 20대…분노한 中 누리꾼 - 아시아경제
- "흠뻑 젖은 티셔츠 무려 12장"…공항서 딱 걸린 여대생 무슨 일? - 아시아경제
- "김치나 담가라"…10대 주짓수 선수, 동덕여대 시위에 악플 - 아시아경제
- 조종사들도 기다렸다가 '찰칵'…송혜교 닮았다는 中 여성 파일럿 - 아시아경제
- 버거킹이 광고했던 34일…와퍼는 실제 어떻게 변했나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