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가 한전 적자에 숨통…전력판매 손실 줄었다

세종=이동우 2023. 4. 20. 06:1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LNG 수입가 3월 t당 916.2달러…작년 7월 이후 최저
전력판매 손실 3개월째 감소
요금인상·SMP상한제 영향

정부가 2분기 전기요금 인상 여부 결정을 고심하는 가운데 일각에선 올해 들어 한국전력의 전기 판매 손실액 감소로 인상 명분이 약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 1분기 요금인상에 따른 전력 판매단가 상승과 주발전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안정화가 맞물리면서 적자 폭이 가시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에너지업계는 국제유가 상승 등 대외여건 불안 요소가 여전하고, 한전의 봄·가을 계절별 '전력량요금'의 하락 조정으로 2분기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20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전력 구매단가(167.21원)와 판매단가(152.68원)의 차이는 kWh(킬로와트시)당 마이너스(-) 14.53원으로 집계됐다. 전력을 kWh당 약 14.5원씩 손해 보며 판매했다는 얘기다. 다만 전력판매 적자 규모가 15.0원 이하로 감소한 건 지난해 7월(-6.64원) 이후 7개월만에 처음이다. 한전의 '팔수록 적자' 상태가 지속하고 있으나 실제 전력판매 손실 규모는 다소 줄어든 셈이다. 2월 한 달간 전력판매 손실액은 총 3858억원으로 월평균 손실 규모가 1조원 밑으로 감소한 건 반년 만에 처음이다. 손실액은 지난해 11월(3조5780억원) 이후 3개월 연속 감소 추세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국제 LNG값 안정...한전 판매 손실 감소

한전의 전력판매 적자 규모가 줄어든 직접적인 배경에는 올 1분기 전기요금을 역대 분기별 최대 인상폭인 kWh당 13.1원 올리면서다. 전력 구매단가보다 판매단가가 더 오르면서 적자 규모가 감소한 셈이다. 실제 2월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한전의 전력 구입단가는 kWh당 전년 동기 대비 2.7원(2.9%) 인상한 반면 판매단가는 37.5원(32.5%) 올랐다. 요금 인상분 만큼 한전은 적자 폭을 상쇄하는 데 확실한 효과를 거둔 셈이다. 구입단가에 상한선을 두는 전력도매가격(SMP) 상한제 역시 판매 손실을 줄이는 주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시행한 SMP 상한제는 최근 3개월 가중평균 SMP가 직전 120개월 SMP의 상위 10% 이상일 때 적용한다. 이 기간 한전의 평균 전력구입 단가는 kWh당 169.7원으로, 상한제를 시행하지 않았을 경우 보다 kWh당 평균 80원 저렴하게 전력을 구입했다. SMP상한제 시행으로 한전은 월평균 6800억~8000억원 상당의 전력 구입 자금을 줄인 것으로 추산된다. 상한제는 2월 종료 후 이달부터 다시 시행 중이다.

전기 생산의 주 에너지원인 LNG 가격의 안정화도 전력판매 손실 감소폭을 줄이는 데 영향을 끼쳤다.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LNG 수입가는 지난달 기준 t당 916.2달러로 작년 7월 이후 최저점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29.3%(379.4달러) 감소했다. SMP 결정 기준은 전력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지점의 가장 비싼 연료를 사용하는 발전기 비용에 따라 결정된다. 발전 단가는 원자력, 석탄, LNG 순으로 높은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LNG 가격이 하락할 경우 장기적인 측면에서 전체 전력구입 비용 역시 줄어들게 된다.

이를 종합하면 2분기 전기요금 인상에 소극적인 당정의 논리가 분명해진다. LNG 가격이 안정화하고 전력 구매단가가가 점차 줄어들면 향후 점진적 수준의 요금인상으로 한전의 적자 개선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당정이 요금인상에 앞서 한전에 뼈를 깎는 구조조정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 논리도 같은 이유다. 정부 부처 관계자는 "만약 2분기 전기요금 인상을 산업부 요청대로 진행해 목표한 2026년까지 적자를 모두 해소할 경우, 그 이후 큰 폭으로 늘어나는 흑자는 과연 올바른 경영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한전 적자 해소를 위해 큰 폭으로 요금 변동성이 발생할 경우 이에 따른 물가 상승 등 피해는 결국 국민들에게 가중된다"고 지적했다.

전력판매 적자 감소 일시적...경영적자와는 별개

한편 전력업계는 한전의 대규모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2분기 전기요금 인상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한전의 최근 전력판매 적자 감소는 일시적인 현상이자 구입금액에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비용 등이 제외된 금액이라는 것이다. 한전은 전력통계상 구입단가와 판매단가 차이가 흑자로 돌아서더라도 당장 재무적인 경영흑자에 돌입하는 것 또한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전 관계자는 "전기 판매 수익만으로 영업 흑자를 이루기 위해선 지난해 기준으로 단순 계산시 kWh당 약 15.5원의 판매단가 상승이 더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줄어든 봄·가을철 '전력량요금'으로 한전의 2분기 판매단가 역시 감소할 전망이다. 전력량요금이란 전기요금을 구성하는 총 4가지(기본요금·전력량요금·기후환경요금·연료비조정요금) 요소 중 하나로 전력수요가 줄어드는 봄(3~5월)과 가을철(9~10월) 요금이 줄어든다. 이는 여름과 겨울철 전력수요가 증가할 때 전력량 요금을 높게 책정해 전기 수요를 줄이고, 반대로 봄·가을철 요금을 줄여 사용량을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실제 한전의 올해 전기요금 '일반용전력(갑)1' 부문을 보면 봄·가을철 책정된 전력량 요금은 저압 기준 kWh당 83.9원으로 올 여름철(6~8월, 124.4원) 보다 40.5원 낮다. 문제는 이른 더위로 전력 수요가 2분기부터 크게 증가하는 경우다. 전력수요가 늘어나면 한전은 낮은 판매단가로 적자 폭 역시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달 재시행한 SMP상한제로 민간 발전사업자의 손실이 커지는 점도 부담이다. 지난 3개월 상한제 시행으로 민간 발전사의 손실 규모는 약 2조원에 달한다. 한전 적자를 민간 발전사 이익으로 대신하는 구조가 장기화할 경우 결국 동반 부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민간 발전사 단체는 30%에 달하는 업체가 적자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창의융합대학장은 "SMP상한제 평균가는 165원, 한전이 전기를 발생하는 비용 20원을 포함한 전기공급 원가는 185원 수준"이라며 "전기요금 인상을 하지 않으면 팔수록 손해가 계속 증가하는 구조를 바꿀 수 없다. 한전이 버틸 수 있는 수준만이라도 인상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