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타 스캔들’·‘모범택시2’ 빌런 신재하를 기억해 주세요” [쿠키인터뷰]
배우 신재하는 얼마 전 고향집에 갔다가 어머니에게 스케치북 꾸러미를 받았다. 어리둥절해하는 그에게 어머니는 말했다. “사인 몇 장 해놓고 가, 누가 부탁을 해서….” 뿌듯한 마음으로 작은 사인회를 가진 그는 그제야 작품 인기가 실감 났다. tvN ‘일타 스캔들’과 SBS ‘모범택시2’에 연달아 출연하며 인지도가 부쩍 늘었다. 일본 여행을 가서도 현지인들이 아는 척을 해왔단다. “요즘 ‘어, 신재하다!’라는 말을 많이 들어요. 심지어 그간 내색 않던 어머니도 사인 요청을 하시더라니까요!” 지난 11일 서울 신사동 한 카페에서 만난 신재하는 잔뜩 들뜬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얼굴엔 뿌듯함이 가득했다.
신재하는 지난해 5월 전역하자마자 곧장 촬영장으로 향했다. 군 복무 중 제안받은 ‘일타 스캔들’과 전역 후 제의 들어온 ‘모범택시2’에 출연을 확정해서다. 비슷한 시기에 방송한 두 작품은 촬영 시기도 겹쳤다. 하루는 ‘일타 스캔들’ 지동희로, 이튿날에는 ‘모범택시2’ 온하준으로 살기를 7개월, 그는 몰입하는 맛이 무엇인지를 모처럼 느꼈다. “다른 생각할 새가 없더라고요. 이날 촬영을 마치면 대본을 보고, 또 다음날이면 촬영하고 대본보고를 반복했어요. 지동희와 온하준에만 몰입할 수 있어 다행이었죠.” 촬영 초반에는 감이 잡히지 않아 헤매기도 했단다. 지금도 그날들은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아직도 아찔해요. 머릿속이 백지장인 기분이었거든요. ‘일타 스캔들’ 초반부를 촬영할 때였어요. 정경호 형과 간단한 대사를 주고받은 뒤에 가방을 챙겨서 차 문을 닫고 짐을 옮기며 화면 밖으로 나가야 하는 장면이 너무 어려운 거예요. 동선을 이렇게 해도 될지, 부자연스럽게 보이진 않을지 불안하더라고요.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느꼈죠. 연기 인생을 통틀어 가장 어려웠던 장면이 아닐까 싶어요. 군 입대 전까지 작품을 쉬지 않고 해왔지만,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어요. ‘일타 스캔들’과 ‘모범택시2’ 촬영을 모두 마치고서야 걱정과 불안이 가셨어요.”
적응이 영 어렵던 신재하에게 두 작품을 각각 함께한 정경호와 이제훈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어쩔 수 없다”, “시간이 필요하다”는 군대 선배들의 말에 그는 그저 버텼다. 그러면서 선배들을 관찰했다. 스태프들과 함께 현장을 만들어가는 전도연과 정경호의 저력에 놀라고, 이제훈을 비롯한 ‘모범택시’ 배우들이 서로를 존중하며 캐릭터를 살리는 모습에 감탄했단다. 신재하는 “보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된 현장”이라며 “발전하고 싶은 마음이 더욱더 커졌다”고 말했다. 두 작품은 배움터이자 동시에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장이기도 했다.
“저조차도 모르던 눈빛과 표정이 있더라고요. ‘일타 스캔들’에서는 쇠구슬을 쏘는 순간 눈빛이 제가 봐도 섬뜩했어요. 치열(정경호)에게 거짓말이 처음으로 들통났을 때, 해고당한 뒤 집에 붙어 있던 치열의 사진을 버릴 때도 새로운 얼굴이 보여서 신기했어요. ‘모범택시2’는 도기(이제훈)와 대립할 때 나타나는 미묘한 표정이 있었어요. 낯선 모습을 발견한 게 스스로에게 고무적으로 느껴졌어요.”
‘일타 스캔들’의 쇠구슬 빌런이자 ‘모범택시2’의 숨겨진 흑막. 신재하는 두 작품으로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고 자평했다. “입대 전 20대에는 누군가의 동생이나 막내 역을 맡으며 밝은 모습만 보여드렸어요. 어린 이미지를 벗는 게 숙제였죠.” 하지만 그가 걱정하던 고정관념은 전화위복이 됐다. ‘일타 스캔들’과 ‘모범택시2’ 제작진은 신재하의 기존 이미지를 뒤집어 반전을 꾀했다. 반응 역시 열렬했다. 시청자뿐 아니라 그와 작업을 함께했던 업계 동료들까지 ‘과몰입’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을 정도다. “‘일타 스캔들’ 방영 당시 주변에서 연락을 많이 주셨어요. 촬영을 마친 걸 다들 알면서 ‘행선(전도연)이 눈에 눈물 나게 하면 가만 두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재밌었죠.”
신재하는 인터뷰 중 “몇 년 치 운을 다 끌어다 쓴 기분”이라고 말했다. 공교로운 일이 유독 많았다. ‘모범택시2’ 속 에피소드가 현실과 맞닿아 화제였던 일이 대표적이다. 그는 “기가 막힐 정도로 타이밍이 맞아떨어지곤 했다”면서 “잘 되려고 하니 어떻게든 되는 건가 싶더라”며 미소 지었다. 작품이 인기를 얻으며 빌런으로 활약한 그에게도 관심이 쏠렸다. 늘 캐릭터 이름으로 불리던 그는 ‘모범택시2’를 마친 뒤부터 제 이름을 원 없이 듣고 있다. 그는 “‘일타 스캔들’은 작품을 향한 관심도가 높았던 반면 ‘모범택시2’는 배우 신재하에게도 관심이 옮겨 붙었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신재하는 “올해는 배우로서 새 전환점”이라며 “30대 시작을 ‘일타 스캔들’·‘모범택시2’와 함께한 건 행운”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동안은 큰 목표를 세우지 않고 그저 달렸어요. 작품들을 하나씩 하며 배우 신재하를 설명하는 이미지가 자연스레 생겨났죠. 서른이 된 지금도 특정 이미지를 욕심내려 하진 않아요. 20대 때 느끼던 불안, 다급, 초조함을 내려놓자는 마음뿐이에요. 30대 시작이 이렇게나 괜찮아서 다행이에요. 올해가 지나도 저를 계속 기억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잘할 테니, 저를 잘 봐주세요.”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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